안동대 명예교수 서성록
청년시절 이도선은 ‘창작미술협회’ 공모전 금상(1988), ‘신미술협회’ 공모전 우수상(1988), ‘전국 교원미술대상전’ 우수상(1987) 등을 수상하며 총망 받는 신예로 주목을 받았다.
이중에서도 ‘창작미술협회’ 공모전 금상은 특기할 만하다. ‘창작미술협회’는 유경채, 황유엽 , 최영림, 홍종명 등 쟁쟁한 화가들로 구성된 단체로 어디에도 기울지 않는 청량한 스타일의 비구상화를 모색하였는데 여기서 그가 금상을 받았다는 것은 당대 최고의 작가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에 다름 아니다.
이후 이도선은 40여 년간 교직에 몸담으면서 정년을 맞을 때까지 창작생활을 이어갔다.
그때의 작업은 대체로 등대, 사람, 깃발, 나무 등 유년의 기억이나 마음 속의 풍경을 길어올린 것들이며, 들판과 산을 가로지르는 길들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설렘으로 가득 찬 길이기도 했다. 멀리 보이는 하늘과 지평선, 평화스런 마을, 사선과 수직선, 그리고 다양한 각도의 선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장면들을 평화롭게 형상화하였다.
그러다가 2015년을 고비로 그의 작업은 변곡점을 맞는다. 이도선은 한전아트센터에서 정년퇴임기념전을 갖으면서 평소 마음먹었던 성경말씀을 풀어낸 회화를 선보이게 된다. 물론 그의 스타일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그림의 내용은 성경의 서사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주님의 부르심에 대한 그의 응답이었고 한동안 주님을 떠나 살던 삶에 대한 참회이자 감사의 표현이기도 했다. 물론 성경을 주제로 한 작업은 이보다 몇 년 전부터 시도되긴 했으나 이때의 작품은 여러 해의 준비기간을 거쳐 발표된 것이었다.
이후 그의 작업은 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작업내용을 정리하면 첫째 ‘성경속의 풍경’, 둘째 ‘믿음의 영웅들’, ‘오 예수’ 시리즈 등 세 유형으로 구분된다.
먼저 ‘성경속의 풍경’을 테마로 한 작업은 <가버나움>,<베다니>,<책형>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지리적 풍경을 재현하는 것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가버나움’에서는 눈먼 자를 눈뜨게 하시는 그리스도를, ‘책형’에서는 골고다를 오르시는 그리스도,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 몰려든 군중, 십자가 앞에서 슬퍼하는 어머니 마리아, 막달라 마리아, 사도 요한을 볼 수 있고,예수님의 체포 이후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베드로 등 신약의 주요 장면을 형상화하였다.
‘믿음의 영웅들’은 성경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일대기를 화폭에 담았다. 아브라함, 야곱, 모세, 엘리야, 사무엘, 다윗, 베드로, 바울 등등. ‘다윗의 삶’을 테마로 한 작품에서는 소년, 청년, 장년 등으로 점차 성장하는 다윗의 모습과 함께 골리앗과의 전투,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와의 간통, 통회하는 모습, 예루살렘으로 언약궤를 모셔오는 장면, 압살롬의 반역으로 피난길에 오른 다윗 등 작가는 두루마기 그림처럼 다윗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가 손꼽은 믿음의 영웅은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이다. ‘베드로의 삶’은 사도의 일대기를 요약한 것과 같다. 그가 예수님을 처음 만난 갈릴리 바다를 배경으로 예수를 세 번 부인한 후 머리를 쥐어뜯으며 회개하는 모습과 그런 베드로를 손잡아주시는 예수님, 성전 미문에서 앉은뱅이를 고쳐주고 죽은 과부의 목숨을 구하는 장면, 끝까지 좁은 길을 걸으며 마침내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는 모습 등으로 되어 있다. 핍박자에서 회심을 거쳐 복음의 전도자가 된 ‘바울의 삶’에서는 기독교인을 박해하는 장면, 다메섹도상(途上)에서 만난 예수, 제사장 아나니아에게 세례를 받는 장면, 소아시아를 돌며 선교하는 모습, 유라굴라 광풍으로 인한 난파 사건, 멜리데 섬에서 뱀에게 물림, 옥중에서의 서신작성 등이 다루어진다.
그의 작품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오 예수’ 연작이다. 이 연작에서는 그리스도의 공생애가 다루어지는데 병든 자와 가난한 자, 낮은 자를 품으시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신 예수님의 생애가 다루어지고 있다.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장면, 오병이어의 사건, 야이로의 회당장의 딸, 실로암 못가의 눈먼 자의 치유, 수가성의 여인,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는 장면, 향유옥합을 깨는 여인, 두 강도와 함께 계시는 예수님, 변화산의 예수님 등이 그려진다.
이중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작품은 십자가에 오르시기 전날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보내시는 것을 주제로 한 <마지막 만찬>이다. 이 그림에서는 두 가지 특징이 포착된다. 이 주제를 다룬 역대 명화의 도상들이 식탁을 직사각형 또는 원형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비해 작가는 마름모꼴을 택해 이날에 있었던 일을 숨 가쁘게 표현하였다. 두 번째는 열두제자를 한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로 실어냈다는 점이다. 제자들은 수직과 사선, 수평선을 이용해 마치 조각을 맞추듯이 모자이크식으로 표상했는데 이들의 관계가 예수님을 구심점으로 긴밀히 결속되어 있었음을 말해준다. 이 주제가 오래전부터 역대화가들에 의해 애용되어온 것인만큼 작가는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고자 했고 우리가 보아온 도상과는 다른, 그만의 표현공간이 창의적으로 보인다.
또 한가지 특징은 인물표현이다. 이 그림은 등장인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있지 않다. 등장인물은 공통적으로 수염이 나고 눈을 가늘게 처리하여 기도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는 등장인물을 영성을 지닌 인물로 나타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그의 작업은 신구약을 포함하여 성경의 서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성경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특히 ‘믿음의 영웅들’, ‘오 예수’ 시리즈를 보면 사경회(査經會)를 갖듯이 성경의 스토리를 충실하게 전개한다.
시각언어는 일반 언어와는 다른 언어체계를 갖고 있다. 일반 언어가 구체적이고 정확성을 띤다면 시각언어는 상징적이고 개연성이 높다. 그러니까 정해진 사실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과 연상작용을 통해 더 넓은 세계로 보는 사람을 안내한다. 그가 구사하는 색언어를 보면 붉은 색은 사랑, 축복, 생명을, 연두는 성도들의 믿음을, 노랑은 하나님의 은혜를, 보라는 주님의 존귀와 영광을 각각 의미한다. 풍부한 색이 지닌 함의, 정리된 이미지, 그리고 짜임새 있는 구성을 통해 작가는 그가 묵상한 말씀의 세계를 화면에 펼쳐보이고 있는 것이다.
목회자이기도 한 이도선 목사가 이 주제의 작품을 하게 된 계기는 개인적으로 신앙의 회복에서 출발하였지만 성경의 내용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공감각적으로 전달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의 회화를 보면서 우리는 주님이 하신 일들이 얼마나 큰 지, 그 분이 베푸신 은혜가 얼마나 깊은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창조에서 구속, 새 창조까지 하나님이 구상하신 장엄한 이야기에 참여할 기회를 갖는 것 자체가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시인 김 홍 균
이도선 작가와는 오래전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며 교육에 대한 열정을 함께 했었다. 학교교육현장에서 늘 거시적인 안목으로 계획을 하고 다 함께 동참하도록 이끌어 주신 분이다. 평소 유연한 모습과는 달리 계획을 실행 할 때는 망설임이 없이 추진해 나가셨다. 교사들이 즐겁게 목표를 알고 일할 수 있도록 이해해주시고, 문제가 있는지 늘 귀를 기울이셨다. 가족과 같은 분위기에서 근무했던 행복한 때였다.
이 작품을 통해 갈릴리바다 처럼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영원한 평안에 이르는 생명의 말씀을 늘 생각케 해 주시고 우리의 죄를 사해 주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맡겨진 소명에 정성을 다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
Through this work, we are grateful for the grace of the Lord Jesus Christ, who always reminded us of the words of life leading to eternal peace and forgave us of our sins. I pray for life. -A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