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DUROV

 8월 26일, 텔레그램 Telegram의 창업자이자 CEO인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체포 구금됐다. 파리 검찰은 사이버 범죄 혐의를 조사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는데, 두로프의 주요 혐의는 불법 거래, 마약 밀매, 아동 성학대물 유통, 사기 방조, 정부 기관에 대한 정보 공개 거부 등이다. 텔레그램 측은 “플랫폼이나 플랫폼의 소유주에게 해당 플랫폼 남용 사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일론 머스크는 두로프 체포 구금에 대해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두로프의 석방을 촉구했다. ‘#두로프를 석방하라’가 여러 매체에서 퍼지기도 했다.

 우리 나라는 특히 텔레그램 이용자 수가 유독 많은 국가들 중 하나인데, 텔레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사회는 대부분 언론 자유 지수가 저조한 편이라고 하니 일단 씁쓸하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텔레그램이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에는 텔레그램을 핵심 플랫폼으로 하는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인 n번방 사건이 있었다. 2024년 현재는 아동 청소년과 교사, 대학생을 포함한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사건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디지털 자료 송수신과 대금 지급 등 모든 서비스가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텔레그램은 세계 최대 메신저 플랫폼 중 하나다. 두로프의 주장에 의하면 텔레그램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10억 명에 달한다고 한다. 텔레그램은 터미널 암호화 즉, 메시지를 보내고 받은 그 기기에서만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는 특징을 내세우며 사용자를 늘려 왔다. 또 하나의 큰 차별점은 바로 단체 대화방의 규모이다. 다른 메신저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1000명 정도가 한 대화방에 참여할 수 있는데, 텔레그램에서는 20만 명이 가능하다. 엄청난 수의 참여자가 사법 기관에서 조사하기 어려운 비밀 메시지와 자료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텔레그램의 핵심이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누리고자 활용하는 플랫폼에 대한 근거 없는 탄압은 매우 위험하다. 무고한 시민의 자유 공간을 위축시키거나 권력 기관 또는 독재 정권의 과잉 검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력 범죄에 중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정상적인 사회에서 결코 존속할 수 없다. 2020년대 대한민국에서 텔레그램은 중대 갈림길에 있는 듯하다. 텔레그램이 비난과 법적 제재를 받는 이유는 두 가지 즉, 불법 및 범죄 콘텐츠에 대한 관리 미흡과 사법 당국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이다. 범죄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콘텐츠 관리를 강화하여, 건전한 내용을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메신저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