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글짓기

 ChatGPT는 일부 과대평가되어 있다. ‘AI가 시와 소설을 쓰고 음악 미술을 만든다. 크리에이터는 일거리를 잃을 것이다.’와 같은 과장된 상상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향은 중년 이상의 세대에서 많이 나타난다. 우리 대학 재학생을 포함한 젊은 세대는 ChatGPT 등의 텍스트 자동 생성 도구의 한계와 사용 방법을 비교적 명확히 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AI를 이용한 글짓기는, 인공지능의 원리와 관련 기술의 흐름을 알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AI의 기술적 핵심은, 방대한 데이터의 패턴을 분석 또는 학습하여 목표에 최적화된 결과물을 계산하는 것이다. 사실 이는 새로운 개념의 작업이 아니며 수십 년간 컴퓨터가 꾸준히 수행해 온 일이다. AlphaGo를 위시한 2010년대의 인공지능은 이전세대 인공지능에 비해 압도적인 성능을 보이면서 다시금 온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은 1956년 탄생 이래로 주기적인 ‘AI boom’과 ‘AI winter’를 겪었다.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부재, 그에 따른 연구 개발 투자의 중단으로 두 번째 AI winter를 맞이한 1990년대 이후에, 컴퓨터 기술은 급격하게 발전했다. 기술의 양적인 변화가 축적되어 질적인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일부에서는, 원래 있던 컴퓨터 프로그램의 성능이 좋아진 것 뿐인데, 인공지능, 기계 학습 등의 멋진 낱말이 붙고 과대 포장되었다며 곧 세 번째 AI winter가 올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지난 몇 년에 걸친 인공지능 열풍이 인간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진정한 혁명인지, 아니면 지나가는 여러 유행 현상 중 하나인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ChatGPT는 정보 수집과 영어 작문에 드는 시간을 줄여 글쓰기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자동 문장 생성 프로그램이다. 특히 학술 분야에서 논문의 abstract와 introduction을 작성하는 데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데, 우리 대학에도 ChatGPT를 이용해 글 일부를 작성하는 연구자가 있다. 프로그램의 힘을 활용하여, 인간의 수작업만으로 쓴 것보다 더 나은 글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 바람직한 시도이다. 그렇다면 ChatGPT는 인간의 창작활동을 근본적으로 바꿀 혁신적인 신기술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스페인의 화학 연구자 Rafael Luque는 평균 37시간마다 논문을 게재하는 엄청난 속도로 대량의 연구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의 논문에는 ChatGPT 등의 large language model (LLM)의 특징인 자연스럽지 못한 문장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고, 결국 그는 자신의 다작多作이 ChatGPT에 의존한 것이었음을 시인했다. 학계의 대응은 강경하다. 일부 학술지는 텍스트 자동 생성 도구 사용 여부를 밝히도록 하며, LLM을 공저자로 하는 것을 금한다. Nature와 Science를 비롯한 저명 학술지는 LLM으로 생성한 어떤 문구의 사용도 허용하지 않는다.

 저질 저작물의 대량 생산은 전문 학술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ChatGPT가 대중에게 공개되고 석 달 만에 각종 AI 프로그램을 주저자 또는 공동저자로 하는 수백 권의 책이 Amazon에 출간되었다. 우리 대학을 포함한 교육계에서도 프로그램을 이용한 자동 생성 문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ChatGPT의 무분별한 사용이 공정한 평가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뉴욕시 교육청은 ChatGPT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사용 금지를 발표했다.

 한편 ChatGPT의 ‘정치적 옳지 못함’에 대한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남자나 영국인에 대해서는 조롱하는 글을 만들어내는 반면, 여자 또는 인도 사람에 대한 농담은 거부하는 식이다. 보수 논평은 ChatGPT가 정치적으로 좌편향된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ChatGPT는 사용자 및 그 결과물의 독자에게 특정 입장에 치우친 글을 많이 접하게 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정치적 균형감각을 잃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도는 일본땅, 동해는 일본해 등으로 표기된 많은 글이 만들어지고 서구의 대중이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면 어떻겠는가?

 네이버는 한국어 기반의 Search GPT를 곧 시작할 예정이고, 구글, 메타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유사 GPT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인간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술의 완성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