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빈, 최성수 (2020) "한국 대학들의 사회이동 성적표: 경제적 지위의 세대 간 이동과 유지에서 대학이 하는 역할" [한국사회학] 51(1): 181-240

본 연구는 미국에서 대규모 행정자료를 이용해 개별 대학들 수준에서 세대 간 이동률(하위 소득분위 가정 출신 자녀가 대학 졸업 후 상위 소득분위에 속할 확률)을 보고한 라지 체티 팀의 연구(Chetty et al., 2017)를 발전시켜 한국의 대학들이 세대 간 지위 이동 및 재생산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하였다. 이를 위해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2005~2015) 자료를 활용하여 입시 서열, 국공립/사립 여부, 소재지역, 4년제 여부 등을 기준으로 17개 대학군을 분류하고 이들 대학군이 어떻게 상이한 세대 간 이동률과 유지율을 보이는지를 분석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체적인 수준에서 한국 대학들의 상향 이동률은 이상적인 기대확률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개별 대학군 수준에서는 최상위권 대학들과 상위권 국공립대가 기대 이동률을 충족하며 중하위권 대학들보다 상향 이동에 더 많이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에서 엘리트 대학들의 상향 이동률이 매우 낮은 것과는 대조된다. 셋째, 사립대학들에 비해 국공립대들에서 상향 이동률이 지위 유지율과 비슷하거나 더 높게 나타나며, 저소득층 자녀의 상향 이동에 더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위 유지율은 최상위권 및 상위권 사립대학들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이들 대학은 높은 상향 이동률에도 불구하고 지위 재생산에 더 높은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이동률의 추세를 산정한 결과 지방 전문대의 성공률 및 이동률이 비교적 뚜렷하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 세대 간 이동 및 기회 공정성과 관련하여 그 동안 상위권 대학들에 비해 대중적, 정책적 관심을 덜 받아왔던 전문대의 역할이 재조명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모든 대학군에서 예외 없이 남성의 상향 이동률 및 지위 유지율이 여성에 비해 높게 나타났으며, 이렇게 여성에게 불리한 차이는 특히 저소득층 출신 그리고 중하위권 대학군 졸업생에게 가장 두드러졌다. 이상의 결과는 저소득층 출신 여성이 이중적 어려움을 겪는 집단이며 대학을 통한 상향 이동 기회는 거의 전적으로 남성에게만 해당됨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