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익현, 최성수 (2019) "남자가 여자를 '도와줄' 때: 부부 간 가사노동 분업에서 시간대 동기화의 중요성," [한국사회학] 53권 2호: 213-248

기존 연구들은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이 증가할 때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량이 감소하지 않거나 심지어 증가하는 양상을 보고하고 있다. 본 연구는 왜 이런 관계가 나타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남편과 아내가 각각 수행하는 가사노동 ‘시간대’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다. 생활시간조사 2014년 자료를 활용한 분석 결과 첫째,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이 증가할수록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량이 대체로 증가하며, 둘째, 남편이 혼자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경향이 강할수록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이 감소하였다. 셋째, 남편의 추가적인 가사노동은 남편이 혼자보다는 아내와 함께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결과는 맞벌이/외벌이 여부, 주중/주말 여부, 가사노동 유형 등과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남편이 가사노동을 아내와 함께 하려고 할수록 남편의 가사노동은 아내에게 도움이 아니라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한국 사회 기혼 여성들의 과중한 가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남편의 가사 참여를 독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경직된 정시근무 대신 전반적인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와 관행이 확산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