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axnl_8)
Comienzo.0
제가 잘 아는 한 거리를 추천해드리려 해요.
모든 범죄자들이 모이는 뒷골목.
‘ 로드크로 스트리트 ’ 로요.
Comienzo.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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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세탁 리스트.
추적당하는 당신의 기록을
말소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단, 본 서비스에 동의하시는 경우
법에 적합하지 않은 사업에 동참해주셔야 합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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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모텔 그 아래층. 버니모텔의 지하 어느 음산한 방에 놓여있는 신분 세탁 리스트 하단에 라더는 제 이름을 적어 넣었다. 말코.- 그 아래줄에 라더.-
뒷골목에서 이름 꽤나 날린 서라더라는 무모한 범죄자는 이제 없다. 이름. 나이. 출신. 이력. 모든 것이 새로운 채로, 서라더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걸로 다 된 것입니까.
제 주인을 닮아 옅은 보랏빛을 띠는 펜을 내려놓은 라더는 곁에 있던 버니 모텔의 사장이자 뒷세계의 정보원, 수현에게 물었다.
지긋지긋한 추격의 굴레. 거리를 상관하지 않고 나라 전역 곳곳에 붙어있는 수배지. 거리를 지나다닐 때마다 받은 눈초리. 그 모든 것들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고 싶었던 라더는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면 그것이 정녕 올바르지 않은 수단일지라도 가리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누추한 삶의 연속일지라도 후에는 제 나름의 삶을 되찾아보겠답시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정말로 라더. 이 두 글자만 서명하면 모든 것이 다 끝나는 것이었냐고. 이 모든 것이 몇 초 만에 끝나버릴 수 있는 것이었냐고. 그렇다면 이제까지 지긋지긋한 것들을 떨쳐내기 위해 자신이 한 노력은 무엇이었냐고. 서라더는 후련하면서도 제 노력을 부정당하는 모순에 직접 질문하였다.
이렇게 쥐 죽은 듯 살면 끝이긴 하죠.
쥐 죽은 듯 살면 끝이다.- 정적이 흐르는 작은 방에 단호히 울려 퍼지는 수현의 목소리에 오히려 라더는 깨닫는다.
자신은 이렇게 끝을 맞이하진 않을 운명이라는 것을.
그런데, 아시죠? 지금도 손에 쥐고 있는 그 약.
그래. 지금도 손에 고이 쥐고 있는 알약. 아니머스. 사용자의 미래를 전부 가져다 현재에 써버리는. 한 번 복용하고선 절대 끊을 수 없는. 그 약의 극심한 부작용. 그리고 그 부작용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와 그것의 유일한 제작법.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버린 이상, 그는 절대 이대로 쥐 죽은 듯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것은 불행하게도, 곁에 있는 수현도, 라더 제 자신도, 심지어는 그를 추격하는 모든 조직들도 알고 있는 틀림없는 현실이다.
부정하려 애썼지만 끝내 마주해 버린 현실에 서라더는 이내 승복한다. 쥐 죽은 듯 살 수 없게 된 이상, 거대한 쥐새끼라도 되어보자고.
다음 행선지로 제가 잘 아는 한 거리, 로드크로 스트리트를 추천해드리려 해요.
모든 범죄자들이 모이는 뒷골목이죠. 거기서라면, 실마리를 붙잡을 지도. 그 작은 일말의 희망에 제 나름 최대한의 행운을 빌어 추천서를 써 보낼게요.
02
서라더는 트럭을 몰며 긴 시간을 달려 로드크로 스트리트에 당도했다. 로드크로 스트리트.- 어린 시절 뒷골목에서 여기저기 구르며 지나가는 말로 슬쩍 들은 곳이긴 하나 실제로 발을 들인 것은 그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잔인하고 무자비한 뒷골목의 대명사.- 시간이 꽤나 지난 터라 라더의 머릿속에 흐릿하게 키워드로만 남아버린 기억을 그는 간신히 짜 맞춰본다. 꽤나 위험하겠네.-
휘익.- 어디선가 날아온 보랏깃을 가진 한 새가 그의 발 앞에 봉투를 떨어뜨렸다. 수현의 추천서겠지.- 뻔한 결과에 나지막이 숨을 내쉬며 그는 마저 로드크로 스트리트의 골목에 발을 내딛는다.
여긴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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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로드크로 스트리트의 모든 관계자분들, 저 수현은 귀하 여러분들에게 살인마로 널리 알려진 라더를 소개드리려 합니다.
그의 지난 행적들을 살펴보시면, 로드크로 스트리트에서 활동할 충분한 자격이 있는 자임을 아실 수 있습니다.
부디 라더의 로드크로 스트리트 활동을 제하시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며, 라더의 활동이 로드크로 스트리트와 귀하 여러분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불러오기를 바랍니다.
수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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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크로 스트리트의 중심부에 다다른 라더는 어느 문 앞에 서 있는 직원들 중 가장 직책이 높아보이는 자에게 수현의 추천서를 건넨 후 안으로 들어온다.
건물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부터 맡아지는 퀴퀴한 냄새에 그만 눈을 찌푸린다. 이내 검은 연기가 그의 눈앞을 감싼다. 들어오자마자 무슨 일이냐.- 그는 아무도 들을 수 없을만한 목소리를 익숙지 않은 공간에 내뱉는다.
호오- 그분이신가.
검은 연기를 뚫고 라더에게 다가온 한 인영이 바로 로드크로 스트리트의 보스, 레테 잠뜰임을 그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날카로운 머리카락, 그 속을 알 수 없는 새까만 눈동자.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장전된채 빙빙 돌아가는 푸른빛의 총까지. 뒷세계에 몸을 담근 자가 어떻게 그녀를 모를 수 있겠는가.
안녕하십니까.
짤막한 환영 끝에 라더는 그녀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건넨다. 활동할 거리의 보스께 밉보여서 좋은 건 하나 없으니.-
저희 로드크로 스트리트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전 이 거리의 보스, 레테이고.. 앞으로 자주 보겠네요 우리.
익히 들은 대로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사람이야.- 분명 간단한 환영인사임에도 왜인지 모를 싸함이 물씬 느껴지는 그녀의 첫인상을 가볍게 정의 내린 라더는 마저 싸한 그 대화를 이어나간다. 아니. 정확히는 이어 나가려 했다. 어쩌면 계속 이어 나갔어야만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큰 섬광이 라더의 시선을 감싼다. 일제히 자신에게 달려오는 듯한 발걸음 소리. 그의 앞에서 편히 앉아있었던 레테는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자취를 완벽히 감췄다. 역시 보스는 보스인가.-
벌써 추격이 따라 붙은 건가. 하지만 자신은 분명 버니 모텔에서 신분 세탁을 마치고 떠났다. 정보가 아무리 빠르다 해도 저의 옛 모습과 현 위치를 모두 정확히 알아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그로부터 오직 짧은 찰나만이 흘렀지 않는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 물음에 그만 그들의 칼날이 라더의 오른손을 스친다. 수현 씨가 실수하였을까. 하지만 그는 실수할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부러. 아니. 그는 그럴 사람은 더더욱 아님을 잘 알지 않는가. 끝없는 의문에 그만 그들의 칼날이 라더의 머리칼을 스친다. 레테. 그녀가 덫을 놓아둔 것일까. 그렇다면 쉽게. 하지만 너무나 완벽히 자취를 감출 수 있던 것도. 혹시 … 아직도 매듭을 묶을 수 없는 질문에 또 한 번 그들의 칼날이 라더의 쇄골을 스친다. … 잠깐. 일단 얘네부터.-
03
쯧. 그래도 한 번에 보내줬다?
생판 모르는 공간에서 대여섯 명 칼로 협박하는 취미는 나도 없어서.
약 하나 더 먹게 생겼네.- 갑작스러운 습격에 잠시 생각에 빠져버린 찰나에 베여 성한 곳이 없는 제 몸을 이제야 마주한 그는 별일 없었다는 듯 손에 쥐고 있던 알약.-아니머스를 복용한 후 다시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그 인간 말 이젠 안 믿기로 했는데. 뭐. 유능하긴 하네.
한차례 붉은 바람이 지나든 지하에 로드크로 스트리트의 보스가 다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이내 그녀를 시선에 담은 서라더가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입에 담아두고만 있던 말을 끝내 떨어뜨린다.
… 어디선가 지켜보고 계셨나 봅니다?
뭐. 스스로 알아서 다 자기 살 길 찾아가는 거 아니겠어.
싸늘한 라더의 목소리 위로 능글맞은 잠뜰의 목소리가 겹친다. 맞는 말이긴 하다만.- 무슨 문제냐는 듯 은은하게 웃고 있는 잠뜰을 마주한 그는 아까 정의 내린 로드크로 스트리트의 보스의 첫인상을 조금 수정한다.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사람.- 그리고. 어딘가 싸한 보스.-
그나저나 얘네 그냥 이렇게 놔두려고?
항상 이랬는데 뭐. 괜찮죠?
의문에 뒤덮인 잠뜰의 표정을 읽은 라더가 덧붙인다. 어차피 제가 활동하는 곳은 저희 부류 사람들 아니면 발견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문제 될 것도 없고, 실제로도 문제가 된 적은 없었고.-
내가 아는 유능한 녀석 한 명 있는데.
누군데요.
약간의 흥미를 띄운 라더가 신상을 묻는다. 뭐하는 녀석인지 알긴 해야할거 아닙니까.-
시체 처리반. 너 같은 애들 뒤처리 하나는 기깔하게 하는 녀석 있어.
에레보스. 라고.-
04
네. 잘 처리해 두겠습니다.
인기척이라곤 저의 것만 느껴지는 거리. 치우는 사람 또한 드나들지 않아 온갖 쓰레기들이 대문 앞에 쌓여있는 거리. 뜨문뜨문 놓여있는 가로등마저 불이 나가 저 멀리 한 가로등만이 길고 긴 거리를 밝히는 이곳. 바로 제게 들어온 의뢰를 처리하기 위해 덕개가 홀로 걸어온 길이다.
목적지에 다다른 그는 작은 문에다 똑똑. 제 자신을 알리는 소리를 흘려보낸다. 그 소리가 전해진 반대에서 굳세게 잠겨있던 문이 열린다. 이제는 덕개가 아닌, 에레보스 라는 그만의 가면을 쓴다. 가면에 뒤덮인 제 본연의 모습은 절대 보일 수 없게.
간단하게 의뢰에 관한 몇 가지 사항들을 물은 후 이내 저에게 뒤처리를 의뢰한 자도 떠나보낸 자정, 그의 곁엔 정적만이 제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의뢰자도 참 불쌍해? 어쩌다가 암흑에 홀려버려서.
에레보스는 작업을 이어가며 잠시 사색에 빠진다.
뒷세계라는 것. 꽤나 흥미롭단 말이지.- 암흑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어둠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죄를 외면한다. 외면하고, 시선을 돌리고, 애써 자신의 과거를 잊어버린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그들이 저질렀던 실수들을 잊어버린 터라, 잊으려 노력한 터라. 그것의 대가마저 잊어버린 채 또다시 실수를 반복한다. 그 반복 속에서 그것은 어느새 일상이 되고, 그 일상이 너무나 오래 반복되어 버려, 당연해져 버려 그 세계에선 실수 또한 업적으로 바뀐다. 그 과정 속에서 가까스로 빛을 향해 가려는 자들은 끝내 그들 또한 어둠의 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불쌍하기도 해라.
사색을 마침과 동시에 여느 때처럼 완벽한 뒤처리를 마친 그는 의뢰 장소를 떠나며 주변에 떠다니는 어둠의 공기에 흐릿한 기운을 떠나보낸다.
이 세상의 모든 어둠과 암흑은 다 제가 가지고 홀연히 사라질 테니, 부디 당신은 빛을 향해 나아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한 순간의 선택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여.
에레보스는 항상 당신의 편일지어다.
05
… 알려주세요.
이미 깊은 심연에 가라앉은 자도 그가 쓸모가 있을진 잘 모르겠다만.- 허탈함을 잔뜩 머금은 라더가 말한다. 그 말을 잠자코 듣고있던 로드크로 스트리트의 보스 레테는 그에게 하나의 명함을 건넨다.
때로는 심연에서 더더욱 빛을 강구하기 마련이지.- 그때 연락해 보라는 제스처와 함께.
…
아, 안녕하십니까? 시체 처리반 에레보스입니다.
라더는 마침내 자신의 일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좋은 길일지, 나쁜 일일지. 아니면 그저 그런 길일지. 그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라더는 앞으로, 자신의 발걸음을 옮긴다. 제 앞에 놓인 수억수천만 개의 길을 전부 걸어가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라더, 그리고 에레보스. 로드크로 스트리트의 보스 레테까지. 그들은 앞으로 새로운 길을 함께 걸어 나가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 길 도중 아니머스.- 정확히는 그것의 부작용을 상쇄시킬 수 있는 약의 실마리를 붙잡을 지도. 그 작은 일말의 희망에 나름 최대한의 행운을 빌어 그들의 여정을 배웅해 본다.
IF END.
도망자들 | 보스 잠뜰 X 처리반 덕개 , 그리고 조금 다른 도망자 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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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망자 잠뜰. 디디제약에서 아니머스 관련 서류를 소지한 채 도주 중. ’
보스, 저 잠깐 어디 좀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