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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아이디어와 악마같은 난이도

이 게임을 만든 사람은 천재가 분명하다. 두 가지 의미에서다. 첫번째는 게임의 말도 안되게 독특한 기믹이다. 개인적으로 진짜 잘 만든 게임은 독특한 기믹을 중심으로 레벨 디자인이 이루어진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점프 없이 청소기만으로 퍼즐을 해결하는 플랫포머 루이지 맨션이나, 총알 대신 잉크를 사용하여 땅따먹기를 접목시킨 TPS 스플래툰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게임의 놀라울 정도로 천재적인 기믹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글자를 직접 옮기면서 룰을 바꾸는 게임이라니. 처음 설명을 들었을 때는 그게 뭐야 싶었지만, 플레이 영상을 보고 난 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딩할 때 쓰이는 메커니즘을 그대로 게임에 옮겨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컴퓨터 전공이라 그런 생각이 든 건지는 몰라도.

아무튼 이 기믹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며 천재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개쩌는 기믹이다. 게임의 변수를 바꾸고 룰 자체를 바꾸는 메카닉은 멋진 레벨 디자인을 짜기에도 좋다. 플레이어의 창의력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답을 만들 수 있는. 말하자면 퍼즐버전 샌드박스 게임을 구현해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게임 제작자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했는데 제작자의 두뇌 수준이 너무 높아서 내가 그걸 못 따라간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후반부도 아니고 중반부에만 돌입하면 플레이어의 창의력은 산산조각 나버린다. 퍼즐의 난이도가 진짜 너무 어렵다. 레이튼 교수 시리즈 덕분에 웬만한 퍼즐 게임에 단련된 나에게도 퍼즐이 너무 어려웠다. 퍼즐이 막힐 때, 나도 가끔 그 창의적이고 놀라운 해결 방법을 생각해내곤 했으나 이를 실제로 시도해보면 대부분이 성공의 문턱에서 막히도록 설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내가 그런 생각을 할 것을 내다보기라도 했다는 듯이, 게임 제작자는 기묘한 레벨 디자인으로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막아버렸다. 게임 제작자는 자신의 천재성을 게임의 독특한 메카닉과 끝장나게 어려운 난이도에 쏟아부었다.

물론 퍼즐 게임은 어려워야 한다. 너무 쉽기만 하면 퍼즐의 의미가 없다. 그런데 이건 뭐랄까, 그 난이도 상승이 너무 가파르다. 적당히 머리를 굴려서 풀 수 있는 건 처음 맛보기 월드가 끝이고, 다음 월드로 진입하자마자 별별 이상한 단어들이 튀어나오면서 온갖 기발한 방법으로 플레이어의 두뇌를 괴롭힌다. 대부분의 잘 만들어진 퍼즐 게임들은 새로운 기믹이 나오면 거기에 적응할 시간을 준 후, 기존의 기믹과 혼합하며 천천히 난이도를 높여가는데 이건 그렇지 않다. 분명 전 스테이지에서는 그냥 열쇠와 단어를 밀면서 퍼즐을 풀고 있었는데, 그 다음 스테이지에서는 주인공을 죽이는 담장으로 둘러싸인 불타는 물웅덩이와 텔레포트하는 바위가 튀어나온다. 마치 객체지향프로그래밍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 새로운 기믹을 설명하지 않고 바로 응용의 응용으로 플레이어를 던져버린다.

난이도 때문에 푸념을 좀 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이건 놀라운 인디게임이다. 게임의 기반이 된 단어를 움직여, 룰을 수정한다는 기믹 자체가 워낙 참신하고 흥미롭다. 그 높은 난이도의 스테이지들도 무작정 시도하다보면 어느 순간 놀라운 해법이 생각나며 퍼즐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여러모로 불친절하고 난이도 상승도 가파른 게임이지만, 그만큼 퍼즐을 해결했을 때 주는 성취감도 크다. 다만 일부 악마같은 스테이지들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힌트를 주는 스테이지가 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