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uum Mechanics (1858~1988 )
플랑크 ~ 파인만
플랑크 ~ 파인만
뉴턴(Newton)의 고전역학은 라그랑주(Lagrange)와 해밀턴(Hamilton)을 거치면서 매우 정교한 수학적 체계로 발전하였다. 19세기 말에는 자연의 거의 모든 운동을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원자와 빛의 세계에서는 기존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 등장한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한 이론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양자역학이 고전역학을 완전히 버린 것이 아니라, 고전역학의 해밀턴 원리, 고유치 문제(eigenvalue problem), 변분법(variational principle), 섭동법(perturbation method) 등의 수학적 구조를 계승하면서 새로운 물리적 해석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특히 섭동법은 복잡한 문제를 이미 알고 있는 단순한 문제로부터 출발하여 점진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는 필자가 연구하고 있는 변분 섭동법(Variational Perturbation Method, VPM)과도 흥미로운 접점을 갖는다.
레일리 경(Lord Rayleigh)은 영국의 물리학자이며, 음향학과 진동학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공학도라면 고유진동수를 근사적으로 계산하는 레일리 방법(Rayleigh's method)이나 레일리 몫(Rayleigh quotient)으로 친숙할 것이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The Theory of Sound(1877~1878)는 오늘날 진동학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레일리는 복잡한 진동 문제에서 정확한 변위 함수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적절한 변형 형상을 가정하여 에너지로부터 고유진동수를 근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접근은 이후 리츠(Ritz)의 방법과 함께 변분 근사법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흥미롭게도 오늘날 양자역학에서 사용되는 고유에너지의 변분 계산 역시 이와 매우 유사한 수학적 구조를 갖는다. (레일리는 양자역학의 창시자는 아니지만,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을 연결하는 수학적 다리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막스 플랑크는 독일의 이론물리학자로 양자론의 출발점이 된 인물이다. 그는 1900년 흑체복사(black-body radiation)를 설명하면서 에너지의 교환이 연속적이지 않고 특정한 크기의 단위로 이루어진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그 에너지 단위가 바로 E = hν이며, 여기서 h는 플랑크 상수(Planck constant)이다.
당시 고전물리학으로는 흑체복사의 관측 결과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플랑크의 가설은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에너지가 불연속적인 값으로 교환된다는 생각은 고전역학의 관점에서 매우 낯선 것이었다. (플랑크 자신도 처음부터 새로운 역학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양자역학의 발전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그는 1905년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를 설명하면서 빛의 에너지가 광양자(light quantum)라는 개별적인 단위로 전달된다고 제안하였다. 빛을 단순한 연속적인 파동으로만 생각해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현상이었다.
플랑크의 에너지 양자 개념을 빛 자체의 성질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업적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연구와 관련된 공로로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훗날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해석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양자론을 발전시킨 사람이 그 이론의 주류 해석을 끝까지 비판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막스 보른은 독일 출신의 물리학자로 하이젠베르크와 요르단의 행렬역학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는 1926년 슈뢰딩거의 파동함수에 확률론적 해석(probability interpretation)을 부여하였다. 파동함수 자체가 관측되는 물리량은 아니지만, 그 절댓값의 제곱은 입자가 특정 위치에서 발견될 확률밀도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보른의 해석은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고전역학에서는 초기 위치와 속도를 알면 미래의 운동을 결정할 수 있지만, 양자역학에서는 측정 결과를 일반적으로 확률적으로 예측한다. (보른은 양자역학의 수학적 형식과 물리적 해석을 연결한 핵심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닐스 보어는 덴마크의 물리학자로 1913년 원자모형(Bohr model)을 제안하였다. 고전역학에 따르면 원자핵 주위를 회전하는 전자는 전자기파를 방출하면서 에너지를 잃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원자는 안정적으로 존재한다. 보어는 전자가 특정한 에너지 상태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상태 사이의 전이에서 빛을 방출하거나 흡수한다는 가정을 도입하였다.
보어의 이론은 수소 원자의 스펙트럼을 성공적으로 설명했지만, 여러 전자를 가진 복잡한 원자를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 그는 상보성 원리(complementarity principle)를 제시하며 양자역학의 해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보어의 원자모형은 오늘날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현대 양자역학이 완성되기 이전의 구양자론(old quantum theory)에 해당한다.)
에르빈 슈뢰딩거는 오스트리아의 이론물리학자로 1926년 파동역학(wave mechanics)을 정립하였다. 그의 이름이 붙은 슈뢰딩거 방정식(Schrödinger equation)은 양자역학에서 가장 중요한 방정식 중 하나이다. 특히 정상상태 문제는 해밀턴 연산자(Hamiltonian operator)의 고유치 문제로 표현되며, 원자의 에너지 준위는 이 문제의 고유값으로 결정된다.
흥미롭게도 슈뢰딩거는 1926년에 발표한 Quantisierung als Eigenwertproblem(양자화를 고유치 문제로 다루기)이라는 연속 논문에서 변분 원리와 섭동이론을 함께 다루었다. 특히 세 번째 논문의 주제는 섭동이론(Störungstheorie)이었으며, 외부 전기장에 의해 원자의 에너지 준위가 변화하는 슈타르크 효과(Stark effect)에 적용하였다. 오늘날 레일리–슈뢰딩거 섭동이론(Rayleigh–Schrödinger perturbation theory)으로 알려진 방법과 직접 연결되는 연구이다.
섭동법에서는 먼저 해를 알고 있는 문제를 설정하고, 여기에 작은 변화가 생겼을 때 고유값과 고유함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순차적으로 계산한다. 이러한 생각은 진동학에서 강성이 조금 변했을 때 고유진동수와 모드 형상의 변화를 계산하는 것과 수학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양자역학과 구조진동학이 전혀 다른 학문처럼 보이지만, 두 분야 모두 고유치 문제와 변분법이라는 공통된 언어를 사용한다.)
루이 드브로이는 프랑스의 물리학자로 1924년 박사학위 논문에서 물질파(matter wave)의 개념을 제안하였다. 빛이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나타낸다면, 전자와 같은 물질 입자도 파동의 성질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가 제안한 물질의 파장은 λ = h/p로 표현된다.
처음에는 다소 기묘한 생각이었지만, 이후 전자 회절 실험을 통해 물질의 파동성이 확인되었다. 드브로이의 생각은 슈뢰딩거가 파동역학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공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원자의 에너지 준위를 일종의 파동 고유치 문제로 다룰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볼프강 파울리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이론물리학자로 1925년 배타 원리(exclusion principle)를 제안하였다. 간단히 말하면 하나의 원자 안에서 두 전자가 완전히 동일한 양자상태를 차지할 수 없다는 원리이다. 이러한 성질은 원자의 전자배치와 주기율표의 구조를 설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양자역학의 발전에 깊이 관여했으며, 오늘날 전자의 스핀을 다룰 때 등장하는 파울리 행렬(Pauli matrices)에도 이름이 남아 있다. (파울리는 동료 과학자들의 연구를 매우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독일의 이론물리학자로 1925년 현대 양자역학의 첫 번째 체계적인 수학적 형식인 행렬역학(matrix mechanics)을 발전시키는 출발점을 마련하였다. 이후 막스 보른(Max Born), 파스쿠알 요르단(Pascual Jordan)과 함께 이를 체계화하였다. 고전역학과 달리 양자역학에서는 위치와 운동량을 나타내는 연산자의 곱셈 순서가 중요하다. 즉, 일반적으로 두 연산자는 교환법칙을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1927년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를 발표하였다.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임의의 정확도로 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는 단순히 측정기술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양자상태 자체가 갖는 수학적 구조와 관련된다. (앞서 소개한 라플라스의 결정론적인 세계관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변화인지 알 수 있다.)
폴 디랙은 영국의 이론물리학자로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을 통일적인 수학적 언어로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양자역학에서 사용하는 브라–켓 표기법(bra–ket notation) 역시 그의 이름과 연결된다.
그는 1927년 전이와 복사 현상을 다루는 이론을 발전시켰으며, 시간의존 섭동이론(time-dependent perturbation theory)과 양자장론의 초기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928년에는 특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한 디랙 방정식(Dirac equation)을 제시하여 반물질의 존재를 예견하는 길을 열었다. (양자역학을 공부하면 그의 책 The Principles of Quantum Mechanics(1930)를 빼놓기 어렵다.)
보른과 오펜하이머는 1927년 Zur Quantentheorie der Molekeln(분자의 양자이론에 관하여)이라는 논문에서 오늘날 보른–오펜하이머 근사(Born–Oppenheimer approximation)로 알려진 방법을 발전시켰다. 오펜하이머는 훗날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끈 인물로 더 유명하지만, 젊은 시절에는 양자역학에서도 중요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분자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전자와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원자핵으로 구성된다. 보른과 오펜하이머는 이들의 질량 차이에 주목하여 전자 운동과 원자핵 운동을 체계적으로 구분하였다. 특히 질량비의 네제곱근을 작은 매개변수로 도입하여 분자의 전자에너지, 진동에너지, 회전에너지가 서로 다른 섭동 차수에 나타나는 것을 설명하였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작은 항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운동 척도를 구분하여 에너지의 크기 순서를 체계적으로 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의 다중척도 해석(multiscale analysis), 단열 근사(adiabatic approximation), 유효이론(effective theory) 등과 연결된다. 필자가 연구하는 VPM에서도 어떤 물리량을 작은 것으로 간주하고, 어떤 에너지 기여를 어느 차수에서 다룰 것인지는 핵심적인 문제이다. (물론 VPM은 선택한 운동학적 다양체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보른–오펜하이머 근사와 다르다.)
리처드 파인만은 미국의 이론물리학자로 경로적분(path integral)이라는 새로운 양자역학의 표현을 발전시켰다. 입자의 양자역학적 거동을 가능한 여러 경로의 기여로 구성한다는 생각으로, 고전역학의 작용 원리(action principle)와 흥미로운 관계를 갖는다.
그는 또한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 QED)의 계산을 직관적인 그림으로 표현하는 파인만 다이어그램(Feynman diagram)을 발전시켰다. 복잡한 입자 상호작용을 섭동 전개의 각 항과 대응시켜 계산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후 다이슨(Freeman Dyson)은 이러한 접근을 체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파인만 다이어그램은 물리학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이지만, 그 본질은 정교한 수학적 섭동 계산이다.)
섭동법은 양자역학에서 처음 만들어진 방법은 아니다. 천체역학, 진동학 등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었으며, 레일리의 고유진동 문제를 거쳐 슈뢰딩거의 양자역학에서도 중요한 계산 도구가 되었다. 전통적인 섭동법에서는 일반적으로 작은 매개변수를 도입하고 해를 그 매개변수의 거듭제곱으로 전개한다. 그러나 모든 복잡한 물리 현상을 하나의 작은 매개변수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와 판의 해석에서는 전체 구조물의 운동과 단면 내부의 국소적인 변형을 구분해야 한다. 이때 국소적인 변형의 크기가 반드시 작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형이 전체 구조물의 운동 및 에너지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일관되게 계산하는 것이다.
필자가 연구하는 변분 섭동법(Variational Perturbation Method, VPM)은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한다. 먼저 물리적으로 의미 있는 거시적인 운동학적 다양체(manifold)를 선택하고, 그 다양체로 표현되지 않는 미시 변형을 변분적으로 결정한다. 또한 필요한 미시 진동 모드는 독립적인 자유도로 승격(promotion)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섭동 전개의 핵심은 미시 변형의 진폭이 반드시 작다는 가정이 아니라, 미시 변형의 느린 공간적·시간적 변화와 그에 따른 에너지 기여의 차수에 있다.
따라서 VPM은 양자역학의 섭동이론을 그대로 적용한 방법은 아니지만, 복잡한 물리계를 적절한 상태공간으로 표현하고, 에너지의 기여를 체계적으로 구분하며, 중요한 자유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이 발전시켜 온 변분 및 섭동의 수학적 전통과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