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기념 공동예배

숲에 남은 나무


이사야 10장 12-21절

로마서 8장 1-11절

요한복음 7장 25-36절


- 어린이 예배를 위한 설교문 -


영문

대한민국 제주도에 가면 곶자왈 국립공원이라는 곳이 있어요. 제주도 방언으로 ‘곶’은 숲이라는 뜻이고, ‘자왈’은 가시덤불이라는 뜻인데, 곶자왈은 말 그대로 가시덤불숲이라는 뜻이에요. 화산으로 만들어진 섬 제주도는 땅을 이루고 있는 많은 돌들이 현무암이라는 구멍이 숭숭 뚫린 암석으로 되어 있는데, 곶자왈 지역은 그 중에서도 가장 척박하기로 유명한 곳이에요. 왜냐하면 용암이 흘러내렸다가 그대로 굳어버린 용암석들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흙은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죠. 곶자왈은 예전에는 가시덤불들이 뒤덮여 있어서 사람들이 들어갈 수도 없는 곳이었지만, 땔감이 필요한 사람들이 곶자왈까지 들어와 나무들을 베어갔어요.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숲에 나무가 잘려나간 자리에 햇빛이 아래까지 비추면서 가시덤불이 무성해졌고, 가시덤불 때문에 다시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밑동이 잘린 나무들이 쑥쑥 자라게 되었어요. 자, 그러면 이번에는 누가 이겼을까요? 네, 이번에는 나무 승! 이렇게 나무와 가시덤불이 반복적으로 주인을 했던 땅이 바로 곶자왈이에요. 역사에는 영원한 승자가 없다는 것을 바로 곶자왈이 보여주고 있어요.

오늘 우리가 함께 읽었던 본문에도 곶자왈처럼 뺏고 빼앗기는 숨 막히는 역사의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어요. 세계 역사상 가장 잔인하게 식민지 백성들을 괴롭혔던 앗수르 제국, 그리고 예수님 당시에 전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제국.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정글의 법칙이 우글거리는 세계의 역사는 계속 반복되고 있어요. 하지만 세계의 역사뿐만 아니라 믿음의 역사도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는 사실을 하나님은 말씀해 주고 계세요. 그렇다면 과연 그 믿음의 역사는 어떻게 이어져올 수 있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3월 1일. 가시덤불 같은 일본의 지배 아래 많은 사람들이 숨죽이고 있을 때,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면서 대한독립만세를 불렀던 ‘남은 나무’처럼 심지가 곧은 믿음의 사람들이 있었어요. 독립선언문에 서명했던 민족대표 33명 중에는 우리 친구들처럼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들이 16명이나 있었답니다. 3.1운동이 시작되고 나서 기독교인들에게는 ‘독립단 통고문’이라는 문서가 돌았는데, 그 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우리 존경하고 고귀한 독립단 여러분이여, 어떤 일이든지 일본인을 모욕하지 말고, 돌을 던지지 말며, 주먹으로 때리지 말라.” 이 뿐만이 아니라, 하루에 세 번씩 기도하고 주일은 금식하며 매일 다른 본문으로 성경을 읽었어요.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 말씀도 바로 100년 전 신앙인들이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서 읽었던 말씀 중의 하나에요. 앗수르에 관한 말씀이 들어있는 이사야는 매주 월요일마다 읽었다고 해요. 월요일마다 이 말씀을 읽으며 일본제국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의 말씀이라고 생각했어요. 잔인한 폭력과 억압으로 우리를 다루었던 일본제국이 반드시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을 믿고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어요.

3.1운동 백주년을 기억하면서, 우리도 믿음의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오직 힘의 근원이시고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혹시 친구들 중에서 약하고 힘이 없는 친구가 있나요? 우리의 도움은 오직 하나님이에요. 친구들 중에서 힘이 세고 강한 친구가 있나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에 그 힘과 능력을 사용해야 해요. 하나님만이 역사의 주인이시기 때문이에요.

<독립단 통고문>의 마지막 날 성경본문 로마서 8장을 읽으며, 우리 믿음의 선인들은 성령 안에서 더욱 단합했어요. 서로 다른 많은 교회들이 한마음으로 연합해서 전국적으로 만세운동을 펼쳤지요. 만세운동 이후 임시정부 수립과 독립군 지원에도 함께 힘을 합쳤어요. 아마도 로마서 8장의 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서로를 격려하였을 거예요.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38-39).

오늘 말씀을 나누면서 곶자왈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곶자왈에는 바위에 붙어사는 아주 낮은 이끼에서부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 뻗은 소나무까지 다양한 나무들이 살고 있어요. 서로 다른 모양과 모습이지만, 한 가지 공통되는 게 있어요. 빛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거예요. 더 높이 올라가려고, 더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려고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나무들이지만 빛이 없으면 그 어떤 성장도 불가능해요. 3.1운동 100주년 기념예배를 드리며 어린이 친구들이 믿음의 그루터기였던 기독교인들처럼 빛이신 하나님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잠시 가시덤불로 덮이는 순간에도, 남은 나무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 가는 신실한 약속을 잘 붙잡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믿음의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2019년을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은 하나님이 숲에 남겨두신 나무들이에요. 3.1운동을 통해서 독립은 이루었지만, 아직 우리가 이루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네, 바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이에요.

숲의 남은 나무들처럼 심겨진 우리 어린이 친구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선하게 우리 민족과 역사를 사용하셔서 하나님의 평화를 이 땅에 이루어가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