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d Headings and they will appear in your table of contents.
방학 동안 히가시노 게이고를 섭렵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의 마녀는 저자 자신이 그 이전에 썼던 자신의 소설을 죄다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썼다고 하지만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어차피 초능력자를 동원했다 하지만, 그래도 지구과학자인 주인공이 위대한 수학자 라플라스를 모른다거나, 난류 방정식인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 조차도 처음 들어본다는 장면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조사가 부족한 상태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 소설가인 장용민의 궁극의 아이가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아니면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라고 할까.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히가시노 게이고다. 그의 전작보다 못한 후작이지만, 독자는 lock-in 되어서 계속 그의 책을 사본다.
이것도 Matthew effect라고 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과 딥러닝에 관해 읽은 책
유신, 인공지능은 뇌를 닮아 가는가? 2014.
제리 카플란 (신동숙 옮김), 인간은 필요없다. 2015.
마쓰오 유타카 (박기원 옮김), 인공지능과 딥러닝, 2015.
최근 머신러닝과 빅데이터를 공부하면서 궁금해하던 차에 접한 책.
19세기 산업화 시대 때의 사람들은 ‘진 열풍’, 오늘날 사람들은 드라마나 시트콤에 도취하여 잉여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부터 저자는 출발한다.
“독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양이다 The dose makes the poison”라는 말에서처럼, 잉여시간을 어떻게 사회적 자본으로 끌어올리느냐가가 이 책의 주제다.
저자는 인지잉여(cognitive surplus)의 활용에 대해 이렇게 주장한다 (p. 45)
“... 우리가 집단 능력을 일에 투입하는 방법은 단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공유 여가 시간과 능력을 활용해 뭔가를 만들려면 서로 통합 조정하는게 필요하기 때문에, 인지잉여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단지 개인들이 선호하는 것을 모아 쌓아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로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과 서로 함께 일하는 방법에는 다양한 사용자 집단의 문화가 아주 중요한 역하을 한다. 그리고 문화는 인지 잉여에서 창출한 가치 중 공동체적 가치나 시민적 가치가 각각 얼마나 되는지 결정한다”
PickupPal.com의 사례는 흥미롭다: “통근문제를 순전히 혼자 힘만으로 해결하고 한다면, 각자 자동차를 구입해 운전해야 하고 결국 이 ‘해결책’은 문제를 악화시킨다… 집단적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교육 문제를 이 관점으로 바라보면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인지잉여의 생산적 자원화를 위한 과정에서 주목해야 하는 키워드는 결국 “수단” “동기” “기회”인 것 같다.
한편 저자인 클레이 셔키는 잉여시간을 사회자본 형성에 투입하는 소비자를 일종의 이타적 동기에서 찾는데, 일부는 맞겠지만 항상 그런 호소가 성립할 것 같지는 않다. 효용의 측정을 금전 뿐만 아니라, 기타 무형적 정신적 즐거움에까지 확대 해석하면 충분히 신고전파 경제학 안에서도 나름대로의 설명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오늘날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프로슈머가 지닌 동기가 아닐까 싶다.
‘통섭과 지적 사기’ . 통섭이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이 지대한 것 만큼이나 이 책의 제목 자체도 도발적이다. 자연과학, 인문과학, 사회과학 할 것 없이 통섭, 융합, 통합 등 지금의 과학계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를 다루고 있다. 통섭은 미국의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 교수가 제시한 개념이자 용어이다. 이화여대의 최재천 교수가 consilience를 ‘통섭’이라고 번역하는 과정에서 이를 원효의 사상과 연관시키면서, 김지하 선생이 반론을 제기함으로써 우리 지식사회에 통섭을 둘러 싼 논란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통섭의 개념이 어떤 식으로 정밀하게 정의되든지 간에, 궁극의 목표는 과학통합, 또는 과학의 통일성에 있다. 윌슨에 의하면, “객관적인 실재에는 궁극적으로 모든 지식과 환상이 그곳에서 나오는 단 하나의 기본적인 진리만이 존재”하며, 따라서 그 모든 지식은 하나의 지식체계로 통일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통섭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환원주의(reductionism)’이며, 이 환원주의의 핵심으로는 유전자가 있다. ‘통섭과 지적 사기’의 책에서는 여러 명의 저자들이 통섭의 환원주의, 개념적 모호함, 개념적 과장의 오류를 지적한다 (이 책에서는 환원주의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지만, 그래도 20세기 과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으며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심리학과 뇌과학의 환원주의는 인간 본연의 이해 차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통섭을 둘러싼 여러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현실적인 의미에서 이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책의 리뷰라기 보다는 그동안 생각했던 통섭에 관한 나의 견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경제학자로서 지극히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첫째, 통섭이 지향하는 과학의 통일은 개별 과학 자체의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단시일 내에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윌슨 본인이 말한 바와 같이, 과학이 ‘무한히’ 진보한 상태에서나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통섭의 주장을 듣다 보면, 마치 궁극의 무한에너지를 주장하던 19세기 말의 공상과학자들이 연상된다. 통섭이라 번역하든 consilience라고 그냥 표현하든지 간에 과연 이들이 말하는 궁극의 통일과학이 가능할까? 통일과학의 원조라 불리는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의미하였던 것처럼 다분히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가지고 현실적 의미에 적용하려는, 그것도 현 단계로는 불완전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실현 자체가 힘든 통섭을 적용하고자 하는 것은 과장된 요구같다 ( 통섭이 주장하는 궁극의 통일과학이란 그 실체가 과연 무엇일까? 과학의 발전과 이를 통해 우주와 사물을 바라보는 이해의 사고는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변혁처럼 언제나 상대적이었다).
둘째, 통섭이라는 화두로 우리 교육사회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 자체가 현재의 젊은 세대에게 무책임한 행위로 여겨진다. 만일 무한한 과학의 진보가 있은 후에야 이룰 수 있는 상태가 통섭이라면 이를 위해 현재의 젊은 세대들에게 까마득하게 먼 미래의 통일과학을 위해 통섭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닌가? 게다가 무책임할 수도 있는 주장이라고 본다. 현재 융합이나, 또는 소위 이보다 더 궁극의 개념이라는 통섭을 지향하는 교육기관에서 나온 이들이 커리큘럼상 진정한 통일된 과학을 연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늘날 고도로 전문화된 과학계에서는, 진정한 융합은 고도의 전문가적 지식을 통해서야 달성가능하다. 하물며 융합이 그럴진대, 통섭이 과연 가능할까? 통섭이라는, 아직은 지극히 피상적인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주장하면서 (심지어 통섭을 말하는 이들 조차도 일의적으로 통섭을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보다 좁고 전문화된 길을 걷도록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심각한 기회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셋째, 만일 100% 통섭이 주장하는 바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진화적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할지라도, 통섭을 현재 우리가 ‘인위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과학이 무한히 진보하면서 어차피 달성가능한 상태가 통섭이라면 이는 과학의 발전 자체에 의해 내재적으로 형성될 결과이기 때문이다. 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를 지금 화두로 내세울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젊은 세대가 더욱 더 자신의 길에서 최고의 전문화된 길을 걷도록 배려하는 연구환경을 만들어주는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책이 나온 지는 20009년으로서 제법 되었지만, 외국 소설로서는 드물게 첫 시작 장면이 한국의 인천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우연찮게 집은 소설. 뉴욕타임즈 기자이기도 한 Alex Berenson이 쓴 소설의 주인공은 John Wells라고 하는 정보요원인데, 그는 다른 John Wells 시리즈에서 계속 등장하면서 테러와 맞서 싸운다. 상당히 마쵸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상적인 Wells는 기존 미국 소설의 영웅주의와는 성격상 조금 거리가 있다.
장르는 스릴러라고 하지만, 매우 예측가능한 수준이라서 반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중국의 상무위원회 중의 1인이 미국과의 정치적, 군사적 게임을 통해 자신의 패권을 잡으려고 한다는 플롯에 기초하고 있다. 상당히 지루해하면서 읽은 책이지만, 톰 클랜시 스타일의 작전 스케일의 디테일한 묘사로 밀리터리 소설에 관심있는 독자는 읽을만 할 것이다.
This book is superbly leading you into the world of complexity theory, without complex jargon. So, in fact, this book deserves its title: simply complexity. Since the book is written by a renowned researcher for this field of issue, you can go to deeper understanding on what complexity means, particularly if you have a prior experience in working on complexity theory. Even if you don't, the book will help you comprehend from the scratch the notion and applicability of complexity theory.
An example of an organized secretary who keeps sorting out many files in orderly way is quite convincing to illustrate the notion of complexity: seemingly systemic and deterministic rule may generate chaotic states. We all have such experience, by starting with an organized clean desk but, after some days or hours, being caught with a quite messy desk.
The theory that would not die.... 샤론 맥그레인Sharone McGrayne의 작품이다. 작품 초반부터 Bayes의 히스토리부터 시작해서 흥미진진하게 써내려갔다. Bayesian analysis의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써내려가는데, 그 디테일한 과정이 예사롭지 않다. 샤론 멕그레인이 도대체 누구인가 싶어 이력사항을 보니, 연세가 좀 있는 여성분인데, Nobel Prize Women in Science, Blue Genes and Polyeser Plants라든지 여타 과학분야의 저술가로도 이미 명성이 나 있었다. 과거의 저서가 생물과학이었다면, 이번엔 난데없이 베이지안으로 들어갔다. 통계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 가지기 힘든 고민도 곳곳에 있어, 도대체 한 페이지 쓰려면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궁금할 정도다 (서문에는 10년 전부터 집필작업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목사인 Thomas Bayes가 David Hume의 무신론적 철학논쟁을 반박하기 위해 베이지언 기법을 처음 생각해낸 사례 (하지만 발표하지 않고 자신의 책상에서 사장시킨다), 그리고 잊혀진 이 기록을 발굴하여 세상에 알린 Richard Price의 노력, 영불해협 건너 프랑스에서 Laplace가 태어나서 어떻게 그 나름대로 독창적으로 베이지언 기법을 수리통계학적으로 확립하였는지에 대한 이야기 등....무궁무진한 흥미로운 사례가 많다. 읽다보면, Bayesian 이라고 쓰기보다는 Laplacian이라고 써야 하는 것이 맞다고 싶을 정도로 Laplace의 기여가 많았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리고 베이지언이 subjective한 초기의 사전적 확률값에 의존하다보니, Age of Reason의 영향력이 있던 19세기, 20세기 초에 어떻게 배척당했는지도 이해될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이론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베이지언 기법이 어떻게 실무적으로 응용되었는지에 대한 사례소개가 더 많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프랑스 정치계를 들끓게 했던 Dreyfus 간첩재판사건에 위대한 수학자 Poincare가 베이지언을 어떻게 적용하여 그의 무죄를 증명하였는지, 그리고 Alan Turing의 애니그마 해독까지 매우 풍부한 사례가 소개된다. 그 과정에서 007의 모델인 이언 플레밍도 잠시 나온다.
Alan Turing에 관한 일화는 Bayes Goes to War의 한 chapter에서 다루고 있는데, 연구자로서 불운한 그의 삶을 읽는 동안 어두운 그림자가 느껴지는 듯 하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과학자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은 것 같다. 이것이 전후 미국과 영국의 운명을 가르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지 않을까? Britain had no elite engineering schools like MIT or the Ecole Polytechnique... (McGrayne, p.63). 수학자는 군사첩보부 내부에서도 고대 그리스 언어학자, 크로스워드 퍼즐 챔피언, 체스 챔피언보다 하찮게 취급되는 등.... 2차세계대전 당시, radar를 발명한 과학자 그룹에 관한 영화, Castles in the Sky를 봐도 과학자에 대한 홀대(옥스퍼드와 캠브리지를 특히 나오지 못한 과학자들)가 나온다. 종전 후, Turing과 그의 연구팀이 이룩한 모든 연구결과는 거의 분서갱유 수준으로 사라진다.
2차세계대전 후에는 베이지언의 활약상은 구대륙에서 신대륙으로 넘어간다. 실종된 잠수함을 찾는 경험담, RAND 연구소에서 응용한 사례 등이 주를 이룬다. 실종 잠수함과 핵무기를 찾는 과정에서 개발된 optimal search theory가 어떻게 발전하였는지도 재밌게 소개된다. 책의 후반부는 MCMC(Markov Chain Monte Carlo) 기법이 frequentist와의 전쟁에서 어떻게 베이지언 기법을 구원하는지를 극적으로 잘 묘사해주고 있다.
책에서 또 다른 볼거리는 베이지언과 frequentist간의 200년이 넘는 동안의 갈등과 전쟁(비유하자면)이다. frequentist의 진영에는 20세기 초반의 위대한 통계학자 Ronald Fisher와 Karl Pearson가 있다 (계량분석에서 사용하는 Neyman -Pearson 테스트에서의 Pearson은 Karl Pearson의 아들인 Egon Pearson을 말한다).
Sharon은 베이지언이 그 탄생부터 200년에 걸쳐서 외면당한 것을 간결하게 요약한다 (p.213): Bayes had shelved it; Price published it but was ignored; Laplace discovered his own version but later favored his frequency theory; frequentists virtually banned it; and the military kept it secret.
아래 링크가 이 책을 전반적으로 잘 요약해 주는 것 같다. http://lesswrong.com/lw/774/a_history_of_bayes_theorem/
보니까, Sharone의 강연도 링크되어 있다.
(2015년 2월)
부제에는 "Tale of Risk and Calculus ..." 했지만, 시장에 대한 리스크 분석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아마존닷컴에서 별 다섯개이긴 한데, 5명의 리뷰일뿐이다.
탄소시장이나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매우 부정적 시각이 책 전편에 흐르는데, 수긍이 가거나 동의하는 내용도 많다. 저자인 Mark Schapiro가 직접 발로 뛰면서 취재하였기 때문에, 현장감 넘치는 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하여 지금의 탄소시장에 대해서 부정적인 것 만큼 이를 넘을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은 소개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탄소사기, 그린와싱 등 여러 부작용을 소개하긴 하는데, 국가에서의 강제적 시장과 자발적 시장에서의 문제점을 구분하지 않고 지적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탄소시장은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금융시장이나 다른 상품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문제점을 시정해나가는 가운데, 계속 진화할 것이다.
(2015년 1월)
아마존닷컴에서 별 5개를 받은 책은 거의 없는데, 이 책이 주인공. 얇은 귀에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서 사서 읽었지만, 나만 그럴까. 그냥 시간낭비했다는 생각 (아마 형사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명 극찬할 것 같지만, 나한테는 별로 ~...).
생각나는 것은 책 앞의 명구 말고는 없다.
"After the game, the king and the pawn go into the same box" Italian proverb.
그런데 이 저자, Steven James의 또 다른 책인 Singularity가 내용은 몰라도 책 제목이 마음에 든다. 아마존에서 주문해서 읽었다.
라스베가스의 illusionist인 Jevin Banks가 필리핀에서 마술쇼를 벌이다가 동료를 잃은 후, 그 원인을 추적해나가는 내용인데,.... 소재거리는 산만하다. 원래 singularity라는 것은, 특이점이라고 우리나라에서 번역되는데, 미래의 신기술에 의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문명이 탄생하게 되는 시기를 말한다. 이 소설에서는 나노기술, 바이오공학, 드론 등 최근의 여러 신기술이 잠간잠간 소개되고, 또한 그 유명한 Area 51도 나오는데, 영화를 염두에 두었는지 지극히 피상적이고 가볍게 그냥 흐른다. .... 책을 한 번 잡은 이상, 중간에 포기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읽어 나간 소설... 우리나라에도 이 정도 이상의 필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은 많을 것 같다.
(2015년 1월)
HFT(High Frequency Trading), 초단타매매의 폐해를 고발하고, 이를 시정하려는 로빈후드같은 월스트리트 퀀트들을 소개하는 글이다 (퀀트에 대항하는 퀀트라고 할까). 이미 Money Ball을 통해서 마이클 루이스의 뛰어난 나레이션 기법의 글을 알고 있지만, 이 책은 금융세계의 깊은 속살까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적인 흥미가 더 있었다. 반년 전에 사 놓고서도 집중해서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미루고 있던 책, 그리고 첫 페이지를 펼친 후, 영화보다 재밌게 읽어나간 책이었다 (머니볼을 찍은 Sony사에서 플래쉬 보이스를 영화화한다는 소식도 들리긴 한다. 마이클 루이스의 이번 플래쉬 보이스는 이미 집필단계에서 영화를 염두에 두고 쓴 것 같은 느낌이다. 마지막 chapter에서 microwave에 대한 긴박한 장면의 전환이나 소개가 영화의 하이라이트처럼 고조된다).
읽은 소감의 결론부터 말하면... 기술은 계속 진보한다. 그것이 greed로 인한 것인지, justice를 위한 것이든지간에 기술은 진보한다. 이를 막을 길은 없는 것 같다. 그동안 유전자조작과 같은 생명공학, 뇌과학, 인공지능, 심지어 인터넷이나 사이버 기술 등 많은 과학이 비판을 받으면서도 발전을 거듭한 것도 그렇다. HFT도 그럴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정보를 남보다 빨리 가져서 이익을 거둔다는 발상은 오래 전 이야기다 (로스차일드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HFT도 똑같은 배경이다.
플래쉬 보이스의 거의 전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Brad Katsuyama라는 일본계 캐나다인의 스토리다. 그는 캐나다의 Royal Bank of Canada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RBC의 보스가 그를 뉴욕으로 파견보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RBC가 electronic stock trading 회사인 Carlin Financial을 인수하면서 Brad는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트레이딩 스크린에서 그가 주문을 하려고 하면 순식간에 그의 주문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싱가폴의 Flextronics가 경쟁회사인 Solectron의 주식을 주당 4달러 미만에 살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표하였다. 그러자 한 대형투자고객이 Brad에게 연락을 해서, 가지고 있는 Solectron의 5백만 주를 팔기를 주문했다. NYSE와 Nasdaq에서는 당시 3.70-3.75의 가격에 백만주가 거래물량으로 나와 있었다. 따라서, Brad는 고객의 5백만주 전체를 3.65에 사는 대신, 전체 물량을 해소할 책임을 지게 되었다. 우선 백만주를 시장가격에서 팔고, 나머지 주식을 시장에서 팔기 위해 조금씩 물량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누군가 Brad의 생각을 이미 읽고 있는지 시장가격은 예상보다 훨씬 더 추락하였다.
처음에 Brad는 자신의 키보드나 RBC의 트레이딩 컴퓨터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테크니션을 불러 조사했지만, 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여러 개의 거래시장에서 공개되는 주식가격이 천분의 1초 (밀리세컨드) 단위에서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HFT 거래가 그 허점을 이용하여 차익을 노린 결과였다. 즉, 남들보다 빨리 낮은 가격에 사서, 남들보다 빨리 높은 가격에 파는 식이었다. 과거, 예를 들어, 2002년에만 하더라도 85%의 stock market trading은 NYSE에서 처리되었고, 매 주문은 인간들이 처리하였다. NYSE에서 거래하지 않은 주식은 Nasdaq에서 처리하였고, 두 시장에서 동시에 거래되는 주식은 없었다.
그러나,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이제는 거의 모든 거래소에서 같은 주식이 거래된다. NYSE, BATS, Direct Edge, Nasdaq,... 등. 그리고 이 시장에서 정말 수천분의 1초 사이에서 가격이 조금씩 다른 것을 이용하는 방식이 HFT다.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 서버, signal amplifier, 그리고 switch를 갖추면 되고, 또한 기본적으로 가장 간단한 방식인 optic fiber의 길이를 직선화하는 것도 있다 (플래쉬 보이스에서는 훨씬 더 복잡한 여러 이슈가 나와 있다. 예를 들면, NYSE 바로 옆에 위치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트레이더가 보낸 주문이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가는 속도보다 느린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 회사의 거래알고리즘이 회선망을 비효율적으로 배치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월스트리트는 프로그래머, 수학자, 케이블 기술자 등의 세상으로 변모하였다.
눈 한번 깜빡거리는데 0.3초가 걸리는 우리 인간이 밀리세컨드 내에서 거래를 할 수 있는 방도는 없다. 기계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트레이딩 수익이 달라진다.
(마이클 루이스 이상으로 전문적이면서도 매우 흥미롭게 금융시장을 소개하는 Peter Bernstein의 Capital Ideas를 보면, 포트폴리오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Markowitz 조차 자신의 포트폴리오 이론보다는 금융계의 퀀트들과 프로젝트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그들이 만드는 알고리즘 거래에서 정의한 사이버 거래자들은 포트폴리오 선택이론을 하나의 결정기준으로 삼기도 하지만).
이전에 발전기 기동정지계획을 agent based model로 프로그래밍 할 때, 모형 상의 가상 주체가 전력수요를 예측하는 방법을 선정하도록 만들어본 적이 있다. 그는 Kalman filtering으로 예측할 수도 있고, 간단하게는 ARIMA, 또는 ARCH로도 예측할 수 있는데, agent model에서는 이 모든 게 가능하다.
주식에서의 알고리즘도 유사하다. 프로그래머의 권한과 역할은 절대적이다. 이들이 밀리세컨드 단위로 어떤 trigger point에서 주식을 자동으로 사고 팔게끔 만드느냐에 따라 거래성과가 수백만 달러 규모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Flash Boys의 41페이지에 보면 Rob Park이라는 프로그래머의 역할이 나오는데, 그 설명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Rob Park... 한국계 같다).
Brad는 월가의 HFT를 무력화하기 위해 별도의 거래소를 만든다. 이릉은 IEX다.
http://www.iextrading.com/ (여기에 가보면 거의 대부분 staff이 아시아계다. 프로그램, 수학 등에서 확실히 부지런하다).
좀 더 생각해 볼 이슈들
: 모두가 HFT를 하면 HFT가 의미가 없지 않을까? 2000년대 초중반에는 소수가 HFT를 하였지만, 이젠 거의 모두가 HFT를 한다.
: HFT를 막으려고 하면 또 다른 기술이 나온다. 마지막 장의 microwave도 그렇고, 심지어 드론도 요즘 이야기한다. 과연 IEX 같은 플랫폼이 해결책일까?
: 어쨌든, 마이클 루이스의 글을 읽고 나서 느낌.... 프로그래머들의 세상이 멋지다.
그런데, 결코 rocket science는 아니다. 예를 들어, Rob Park이 만든 것은 머신러닝 알고리즘인데, 주식 데이터를 가지고, 시뮬레이션하고, 예측을 하고 back-testing하는 식이다. 머신러닝 관련 전문서적을 보면, 사실 머신러닝에 고유한 통계나 계량기법이 아니고, 이미 통계학, 공학, 경제학 등에서 개발된 방법론을 머신러닝에 갖다 붙인 것이다. 있는 방법론 (심지어 대부분의 코드는 이미 open source로 있다)을 잘 엮어내면 되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더욱 많이 주어지면 좋겠다.
(2015년 1월)
기내에 막 탑승하기 전에 나의 10시간을 달래줄 책으로 샀다. 9달러의 페이퍼 북이니, 스타벅스의 효용가치보다 높겠다. 게다가 이야기의 소재가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화제인 컴퓨터에 의한 원격진료이니, 사 볼만 했다.
로빈 쿡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학 미스테리가 주 전공인 그의 소설은 왠지 공포스러울 것 같아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주제가 IT에 가깝다고나 할까. 제목의 Cell은 Cellular phone의 cell을 의미한다.
캘리포니아 LA의 radiology 레지던트 마지막 차를 보내고 있는 주인공 George. 콜럼비아 의대를 졸업하고 LA에서 수련의부터 시작하고 있는 그는 어느 날 아침에 자신의 애인이 취침 중 사망하게 되는 불운을 겪는다.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type 1 당뇨병이라는 만성질환을 갖고 있었으며, 인슐린 공급이 절대절명으로 중요한 환자였지만, 취침 중에 급사하게 된 것이었다. 이 일 후, 수개월 째 실의에 빠진 채 George는 레지던트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데, 어느 날 그의 삶이 iDoc이라고 하는 신기술에 의해 급작스레 바뀐다. Amalgamated Healthcare라고 이름도 요란하게 긴 회사가 스마트폰으로 원격진료를 할 수 있는 사업을 시행하게 되었는데,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전에 베타 테스트로 수천명의 LA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거치게 된다.
iDoc은 단순한 원격진료가 아니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시스템이 접속환자의 상태를 스스로 학습하여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일종의 진화하는 머신러닝 기능을 갖추고 있다. 알고보니, George의 애인 역시 임상실험에 자원한 것이었고, George는 Amalgamted Healthcare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서게 되면서 위협과 회유를 받는다는 그런 식의 내용...
소설을 읽는 내내 답답하였다. 콜럼비아 의대 출신의 수재인 George가 iDoc을 둘러 싼 의료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가운데서도 이들의 연관성을 발견해내는 과정이 너무나 느리다는 점, 약육강식의 현실사회를 어느 정도 다 경험한 나이에 주위 사람들을 너무나 쉽게 믿는다는 점 (특히나 계속 사망과 음모가 난무한 가운데서) 등 소설의 전개는 느리다.
게다가 악당들은 두뇌가 모자란 쪽이다. 인공지능까지 개발한 두뇌의 소유자들인 이들이 레지던트 한 명을 처리하지 못해서 살인청부업자까지 동원하는 과정이 그냥 영화를 만들기 위해 plot을 억지로 맞춰 놓은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물론 LA가 배경인 이 소설을 나중에 영화로 만들면 제법 성공할 것 같다). 내가 만일 그들 입장이라면 iDoc이 런칭하기 전에 George를 어디 다른 지역의 병원에 장기 출장 보낼 것이다 (악당 중의 한 명은 George가 근무하는 병원의 상급 관리자다).
이런 부분이 옥에 티겠지만, 원격진료, 머신러닝 등 최신 이론을 망라하여 나의 10시간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은 나름 추천작.
*** 경제학에서 비용최소화 알고리즘을 안다면 이 소설의 2/5 읽고 있을 즈음에 이미 미스테리는 충분히 풀린다.
(경제학이 그래서 아직 유용하다)
(2014년 12월 작성)
Gone Girl~~~.
Costco에서 페이퍼북으로 8.99달러에 팔기에, 게다가 얼마 전 뉴욕타임즈의 베스트 스릴러에 감히 홈즈물과 나란히 올라갔길래 호기심에 사서 읽었다. Gillian Flynn 여성작가의 작품이라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 묘사를 탁월하게 느낄 수 있는, 특히나 20대나 30대 커플들한테 인기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벌써 이런 소설을 읽기에는 감정이 둔한 것 같거나, 아니면 그동안 탐정물을 너무 많이 읽은가 보다.
거의 소설 초반부터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인 에이미가 작성했다는 일기를 보면 감정의 up down이 너무 심하게 읽힌다. 게다가 그렇게 hilarious할 것 같지도 않은 상황에서도 들뜨거나, 자신의 처지에 스스로 자책하는 것도 어색하고... 무언가 fabricated되었다는...
그래도 소설이 영화보다는 감칠난다. 솔직히 소설은 끝까지 읽을 수 있을 만큼 문장들이 재밌었다.
소설을 읽은 후에 영화를 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Flynn이 묘사한 두 주인공의 복잡하게 얽힌 심리를 영상으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반전부에서 로자문드의 연기는 소름과 허탈한 희극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탁월한 것이었다. 여주인공인 로자문드 파이크는 내가 좋아하는 여우이긴 하지만 (007의 어나더데이에 나온 것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차가운 북극형 미인인데, 소설에서 표현한 Amazing Amy와는 조금 거리가 있게 보인다.
(2014년 12월)
이 세상을, 또는 세상에서의 움직임이나 현상을 formula로 환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알고리즘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또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에 관한 사이언스 에세이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알고리즘 기반의 여러 종류의 서비스 동향에 대해서 포괄적인, 그러나 너무 깊지는 않게 편한 마음으로 정보를 취하는데 적합한 책이다. 예를 들어,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Quantified Self 운동: 숫자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자발적 시민운동 중의 하나로서, 자신의 생체 정보나 쇼핑정보 등을 꼼꼼히 기록하는데서부터 출발한다.
QuantCast: 샌프란시코에 기반을 둔 회사로서, 특정 소비자를 가장 잘 설명하는 formula를 찾아내고 이를 이용하여 기업들에케 컨설팅을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함
Garth Sundem의 영화배우같은 유명인사의 이혼예측 모형
Richard Berk의 범죄예측 프로그램 (마이너리티 레포트 같은 범죄예측 프로그램인데, 내용을 보면 오싹해진다. 이렇게 엉성한 프로그램으로 죄없는 사람을 순식간에 죄인으로 둔갑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리고 증권시장에서의 알고리즘 거래 등
하지만, 인간의 노력을 최소화한다는 이런 알고리즘 서비스가 초래하는 폐해도 소개한다. 예를 들면,
Google의 Flu Trend의 실패사례:구글에 사람들이 “medicine for flu” 이런 식의 검색어를 입력하는 것이 많아지면, 구글에서 유행성 감기의 예측을 하는 방식. 그런데, 사람들이 구글의 이 알고리즘 자체가 궁금해서 검색을 하다 보니까, 구글은 잘못된 예측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하여 구글도 인지하고 있으며,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머신러닝의 또 다른 부작용 사례로서, 미국 메사츄세츠 주에 사는 John Gass가 부당하게 운전면허증이 취소된 경우를 들 수 있다. 얼굴 자동인식 프로그램에 의해 범죄에 연루될 것으로 판단되는 얼굴로 인지되어 운전면허증이 부당하게 취소된 것이다. 교통행정 당국은 'RMV unsympathetic, claiming that it was the accused individual’s “burden” to clear his or her name in the event of any mistake'이라고 한다. 그외에도 저자인 L. Dormehl은 캘리포니아의 건강보험 취소사례 등 다양한 부작용을 소개한다.
하지만, 저자는 알고리즘 기반 사회에 대해 부정보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spoon instead of shovels'의 타이틀이 있는 절에서, 그는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만의 일화를 소개한다. 그 일화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는 확인한 바 없지만...
기술진보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편익도 제공한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이 편익을 거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고, 이에 대한 단순한 대답은 없다는 것을 저자는 솔직히 인정한다.
그러나, 저자는 어느 정도 자신만의 답은 갖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자신이 글을 쓰는 많은 소재를 어디에서 얻었을까 질문을 던지면서, 바로 구글이라고 답한 대목에서는 유머가 곁들인 그의 해답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Nine Algorithms That Changed the Future: The Ingenious Ideas That Drive Today's Computers라는 책을 곳곳에서 인용하고 찬사를 보내는데, 사 봐야 겠다.
(2014년 11월 작성)
Automation, 즉 인공지능, 머신러닝, 드론 등 자동화된 정보처리 기능을 갖춘 사회에 대한 비판서적이다.
저자인 N. Carr은 빅데이터의 효용에 너무 집작하는 data fundamentalism에 의존할 경우, 기계가 흉내낼 수 없는 인간의 중요한 측면을 놓치게 된다는 점을 계속 강조한다(p.120): "... But, the replication of the outputs of thinking is not thinking. As Turing himself stressed, algorithms will never replace intuition entirely.... What really makes us smart is not our ability to pull facts from documents or decipher statistical patterns in array of data. Its our ability to make sense of things, to weave the knowledge we draw from observation and experience..."
Carr은 우리 인간의 지식은 tacit knowledge와 explicit knowledge로 구분하는 심리학적 방식에 의존하여,컴퓨터 오토메이션이 인간을 대체하기 힘든 이유를 설명한다.
"Much of our ability to size up situations and make quick judgments about them stems from the fuzzy realm of tacit knowledge. ...Explicit knowledge, which is also known as declarative knowledge, is the stuff you can actually write down" 위에서 tacit knowledge는 예를 들면 자전거를 타는 노하우에 대한 지식인데, 학습과정를 탈 수 있지만,이를 매뉴얼에 잘 담아내기란 어렵다. 반면, 길을 찾는 지식은 explicit knowledge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Carr 는 머신러닝이나 인공지능 기능을 갖춘 '화이트 칼라 컴퓨터'가 직업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오토메이션(automation) 자체에 대해 그 전부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 영향을 가늠하지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The point is not that automation is bad" (p.17). 그는 오늘날의 머신러닝, 인공지능과 비슷한 문제가 20세기 초중반에도 있었던 점을 잘 끄집어내고 있다. (Robert Hugh MacMillan, Automation: Friend or Foe, 1950년대의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문제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MacMillan은 기계가 적절히 활용되면 오히려 기계가 인간의 slave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존 메이나드 케인즈도 "We are being afflicted with a new disease... technological unemployment"라고 경고하지만, 기계화로 인한 실업은 temporary phase of maladjustment라고 인정한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또는 두뇌과학이 명심해야 하는 한 가지 교훈은 우리 지식은 온전하지 않으며, 계속 evolve하고 있다는 것이다. 1950~60년대에 디지털 컴퓨터가 여전히 생소할 때, 컴퓨터의 사고 방식과 인간의 논리적 사고방식이 비슷하다는 생각에 영감을 얻어, 이를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로 끝났다 (p.119 ). 요즘 유행하는 neural network라는 용어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 하에서 나왔지만, 실제 우리 두뇌의 뉴런이 작동하는 방식을 제대로 표현하기 때문에 '신경망 모형'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일종의 비유적 표현 (figure of speech) 이라는 게 Carr의 설명이다. 사실 아직 우리는 두뇌와 뉴련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
N. Carr의 우려하는 것처럼, 머신러닝,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고도의 컴퓨터화 기능이 실업을 야기하는 문제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인간의 두뇌를 이들 기술이 완전히 대체할 수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우리는 이들 기술에 의존하여 우리의 시간을 보다 더 창조적인 활동에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이러한 기술이 야기할 수 있는 첫번째 문제점으로는 복잡계(complexity), 넘치는 정보의 엔트로피화가 우리 사회에 예기치 못한 또 다른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자체를 맹신하는 기계화된 알고리즘이 아니라, 중간중간에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이의 개입과 모니터링을 의무적으로 삽입하는 단계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unsupervised learning에서도 전문가가 피드백을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아닐까 생각된다.
둘째로, 빅데이터 비즈니스가 미치는 불필요한 정보의 홍수도 문제다. 이를 '정보의 엔트로피'라고 할 수 있겠다. "The trouble with automation is that it often gives us what we don't need at the cost of what we do" (p.14)라고 Carr 가 말했듯이, 어떠 경우에는 우리 생활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정보가 그리 필요하지 않다.
내가 책을 사고, 영화를 고르고, 데이트 장소를 물색할 때에 네티즌의 추천이나 감상평이 참고가 되겠지만, 결국에는 나 자신의 취향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그 취향의 상당 부분은 빅데이터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아래 서평란에 소개한 Assholes란 책의 아마존닷컴에서의 별점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책 제목에 끌려서 사게 되었다. 또 아래 존 그리샴의 새 책, Gray Mountains도 마찬가지로, 네티즌의 평가나 나의 드러난 취향과는 무관하게 구매하였다. 아마존에서 별점은 적정 수준대이긴 하지만, 별 한 점을 준 reviewer의 서평을 읽어보면 매우 지루하다는 평이 많아서 오히려 구매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였다. 그래도 이 책을 샀다. 내가 그동안 존 그리샴의 팬이라서 산 것도 아니었다. 배경이 석탄 광산이 있는 마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개인 의식 한 가운데 깊게 자리잡은 취향을 빅데이터로 잡아내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빅데이터(big data)가 아니라, 온전한 데이터(complete date)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기타:
p.122: Social Scientist Donald Campbell, "The more any quantitative social indicators is used for social decision making, the more subject it will be to corruption pressures and the more apt it will be to distort and corrupt social processes it is intended to monitor" (Donald T. Campbell, Assessing the Impact of Planned Social Change, 1976).
또 다른 추천 서적으로는 Nick Bostrom의 Superintelligence: Paths, Dangers, Strategies인데, 옥스퍼드대의 철학과 교수가 썼기 때문에, 다소 내용이 Glass Cage 보다는 깊고, 전달하는 지식의 양도 방대하다.
James Barrat의 "Our Final Invention" 관련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Gt0Jf-79uOE)
머신트레이딩과 월스트리트
http://www.ftm.nl/wp-content/uploads/content/files/Onderzoek%20Flash%20Crash.pdf
H. Varian, Big data: New Tricks for Econometrics, J. of Economic Perspectives, Spring, 2014.
(2014년 11월 작성)
10월 21일 존 그리샴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최근 그의 작품에 계속 실망을 하고 있던 터라, 살까말까 망설였지만, 배경이 되는 곳이 석탄 광산이 있는 조용한 동네라는 점에 끌려서 일단 샀다. 시간 날때 읽어보기로 하고 산 지 2주 정도 지나서 읽었는데, 평가는 유보적이다.
소설의 전반부는 흡입력이 좋다. 뉴욕 대형로펌에서 associate로 있던 Samantha가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던 금융위기 때에 자신의 로펌도 구조조정되면서, 일시적으로 해고된다. 해고 조건은 약 1년 정도 무급으로 법률자원봉사를 하는 것이고, 그 사이 회사 상황이 좋아지면 재고용한다는 것이다. 미국 여러 곳의 무료법률센터를 알아보던 Samantha는 버지니아 산골의 법률센터로 가게 되고, 그곳은 strip mining으로 환경이 극심하게 파괴되어 가는 동네였다. 이곳에서 새로운 사람들 - 좋은 사람들, 나쁜 사람들, 괴짜들 - 을 알아나가면서, strip mining하는 회사의 음모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Donovan이라는 소송전문 변호사(trial lawyer)를 만나게 되면서 그녀를 둘러 싼 일들도 점차 복잡해진다.
이런 과정이 흥미롭게, 그리고 섬세한 디테일까지 신경 쓰면서 독자들의 기대를 하늘까지 올려 놓았다가 중반부에 정말 말 그대로 jaw dropping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롤러코스터같은 속도로 추락한 느낌으로 독자는 다시 소설에 흡입하게 되는데, 이 중반부 이후는 산문 스타일로 바뀐다.
아마존닷컴에서는 Gray Mountain을 스릴러로 장르 분류를 하고 있지만, 이 소설은 그리샴의 전작 중 최고봉에 해당하는 The Firm, The Pelican Brief, The Runaway Jury, The Street Lawyer과 같은 스릴과 반전은 없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없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시티걸이자, 대도시의 변호사 속물 중의 하나였던 Samantha가 자신과 공동체를 알아나가는 짧은 여정을 그린 드라마 소설로 보는 게 맞겠다.
아마존닷컴에서는 별5개 만점에 3.5가 나왔는데, 한국 독자에게는 2정도 추천해 줄 수 있겠다. 그냥 영어공부에 좋은 책~
(2014년 10월 작성)
얼마 전, 뉴저지의 프린스턴대를 들렀다가, 근처 북스토어에서 이 책을 샀다. 인문학 경시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곳 책가게는 상당 부분이 철학, 역사 서적이었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 근처에서도 여러 개의 철학서점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대부분 점잖은 제목의 책이 진열된 가운데, assholes이라는 책 제목은 단연 눈에 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 내용은 책 제목만큼 그리 강렬하지는 않았다.
책의 서두는 매우 exciting하다. asshole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여러 종류의 asshole을 소개하는데, 이 대목에서는 독자들 대부분이 감정적으로 흡입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주위에 asshole이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asshole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아니면 이들에게 반격을 가할 것인가라는 action을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이 책의 결론은 대단히 허무하다. 저자인 Aaron James는 철학자 헤겔과 장 자크 루소에 의존한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asshole을 대하는 원칙은, 우선 헤겔이 말한 바와 같이, reconcile해야 한다는 것이다. asshole의 존재를 우리가 부정해서는 안되며, 이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어떻게 하든 함께 reconcile하게 지낼 수 있는 방책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장 자크 루소에서 찾는다. asshole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산물이고, 그 사회는 우리가 만들었다는 것인데, 이는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말하는 것이다.
서론부터 스릴넘치게 읽다가 중반부 접어들면서부터 맥이 빠지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있어, 철학과 교수인 저자의 약력을 보니 첫번째 베스트셀러가 Fairness in Practice: A Social Contract for a Global Economy란다. 결국 두번째 저서인 Assholes 역시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 밖에 내릴 수 없다.
asshole에 대한 대반격을 기대할 것 같은 공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했다가, asshole과의 화해적 전략을 추구하자는 그의 주장을 보면, 마치 롤러코스터 같은 액션으로 시작했다가 우리에게 성인( saint)이 되어서 화해와 용서로 마무리하자는 영화같은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그만큼 asshole management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asshole에 대해 Aaron James가 내린 정의로 마무리 짓자. "A person counts as an asshole when, and only when, he systematically allows himself to enjoy special advantages in interpersonal relations out of an entrenched sense of entitlement that immunizes him against the complaints of other people."
주위의 a*hole로 인해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Aaron James의 위 책보다는 아래 워싱턴포스트 기사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2014년 10월 작성)
아주 오래 전 사놓고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주인공 에린 닐은 미생물로 석유기름을 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한 공학자이다.
그의 애인인 지나 칼린은 tree hugger같은 열성 환경주의자이자, 미생물학자인데, 어느 날 바다에서 사망한 것으로 거짓 꾸미고, 석유시설에 대한 테러를 감행한다. 에린 닐이 만들었던 물질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기름을 먹는 괴물 박테리아로 둔갑하여 알라스카의 석유 유정에 투입한 것이다. 그러나 극단적인 환경주의자 그룹에 의해 사우디아라비아(그 유명한 가와르 유정이 나와서, 더 흥미로움)와 캐나다 지역의 유정에까지 이 미생물이 침투하게 되고, 미국 정보기관은 에린 닐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에린 닐은 죽을 줄 알았던 애인 지나 칼린을 극적으로 다시 만나게 되고, 이 둘은 극단적인 환경주의자 그룹의 테러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으로 소설의 나머지가 가득 채워진다.
설정은 재밌다. 기름먹는 미생물 같은 최신 소재거리도 재밌고, 그리고 관료적인 정보기관 내에서 능력은 가장 뛰어 나지만, 반항아 maverick으로 나오는 마크 비먼이라는 요원도 너무나 진지해서 지루해지는 에린 닐과 지나 칼린의 대화를 윤활유처럼 매끄럽게 이끌어준다.
소설의 대화체는 상당수준 slang과 같은 구어체가 많이 들어가 영어회화 공부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이런 영어를 쓰면 품격이 떨어지니 별로 대접은 받지 못할 것이다.
그나저나, 왜 많은 소설에서 환경주의자나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은 테러리스트 같은 무시무시한, single-minded person으로 묘사될까? 불공평한 대접인 것 같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The State of Fear가 그렇고, 아래 소개한 Sixth Extinction, 그리고 댄 브라운의 Inferno도 그렇다. 아마 사회를 개조하려고 하는 사회공학적인 발상의 위험을 경고하려는 뜻이었겠지만, 어쨌든 공정하지 않은 묘사다.
지나 칼린의 말 중...
"How can I convince billions of people to give up things they think are essential for some vague benefit ten or twenty years down the road?" 미래의 환경피해가 할인된 현재가치와 이를 피하기 위해 지금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의 관계를 묘사한다. 기후변화의 경제학의 핵심적인 논쟁 중의 하나.
(2014년 10월 작성)
6th Extinction by James Rollins: 흡사 21세기판 쥬라기 공원 류의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군사-과학-첩보가 중첩이 되는 영역에서의 임무를 담당하는 기관인 Six Sigma 요원의 무용담이긴 한데, 상당히 과학적인 배경의 수준이 높다. James Rollins가 줄기세포, 극한환경 미생물, 동식물 등에 대해 나름대로 깊이 있게 조사한 것 같다. 그의 참고문헌에는 심지어 Craig Venter까지 나온다. 최첨단 분야 연구동향까지도 살펴본 후, 과학-스릴러-액션을 양념하여 멋드러지게 작품을 만들어 냈다. 합성생물학, 나노테크놀로지, gene delivery 개념에 기반하여, 안정화된 바이러스 껍질을 만들고 그 안에 타깃인 원하는 유전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인류사회를 공격하려고 하는 무리들... 그리고 이들을 막기 위한 Six Sigma의 활약 상이다.
영화로 만들 경우에는 예산이 1,000억은 거뜬히 넘어갈 것이다. 배경이 되는 대륙만 하더라도, 미국의 동부, 서부, 그리고 남미의 깊은 밀림지대, 남극과 남극의 지하, 그리고 시대를 훌쩍 거슬러 올라가 찰스 다윈의 시대까지도 나오니, 규모가 너무 크다고 하겠다.
다만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여기 나온 남자 인물들 대부분이 근육질과 회백질의 두뇌를 모두 다 갖춘 영화속의 주인공 같다고 할까. 그리고 분량이 400페이지가 훌쩍 넘는데, 아마 한글로 옮기게 되면 약 600페이지 정도는 될게다. 300페이지 정도로 줄였으면 더 속도감 있게 읽었을 것 같다.
어쨌든 Must Read 중의 하나로 추천~
(2014년 9월 작성)
사회과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경제학이라면 반드시 읽었으면 하는 근래의 수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저자인 Mark는 사실 물리학자이다. 그리고 유명한 과학저널 Nature의 에디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은 지난 번 해외출장 때 우연히 접하고 호텔과 기내에서 손 놓지 못하고 읽었던 책이다.
물리학자가 경제학을 비평하기 때문에, 때로는 본질을 벗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된다. 그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오늘날 경제학은 너무나 수학적으로 변질했지만, 그렇다고 그 정교한 모형만큼 경제행위를 설명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합리적 중독(rational addiction)을 대표적으로 소개하자면,
"The addict sits down at period, survey future income, production technologies, investment/addiction functions and consumption preferences over his lifetime to period T, maximizes the discounted value of his expected utility and decides to be an alcoholic. That's the way he will get the greatest satisfaction out of life."
그러니까 어느 잠재적 중독자는 자신의 효용함수, 생애소득, 알콜중독과 생산가능활동에서의 차별되는 소득 등을 계산기로 잘 두드려본 후에 자신이 알콜 중독자가 될지 안될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중독행위를 설명하는 모형의 구조이다.
으음... 과연 중독이라는 행위에 젖은 사람 중 어느 누가 그럴까? Leaving Las Vegas를 함 보면 알겠지~
일전에 options 관련 해외학회에 참가했을 때, 50대 학자들은 경제학이 너무 수학모형으로 치닫고 있어서 연구자와 실무자 사이에 괴리가 크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30대 젊은 연구자는 연구성과도 인정받고 테뉴어도 받기 위해서는 어렵고 멋지게 보이는 모형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경제학은 갈수록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고 있다.
그 외 이 책은 경제학의 균형개념, 금융시장의 복잡계도 재밌게 소개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읽어 보시길.
우리나라에 이런 책을 누가 자기 시간을 희생해서 번역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 나는 rational하게 생각해 볼 때 그런 시간 내기가 힘들 것 같고~
존 그리샴의 소설은 거의 빠짐없이 읽었다고 자부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존 그리샴은 추리소설보다는 드라마 소설로 전향한 듯 하여 팬으로서 실망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최근 출간된 '속죄나무 (원제: Sycamore Row)'는 베스트셀러 전작에 못지 않는 단단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을 듣고 연휴를 끼고 읽어 보았다.
소설에 대한 평은 호화스럽다. "그리샴이 숨겨놓은 마지막 일격은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다' (뉴욕타임스), '스토리, 등장인물, 구성, 어느 것 하나 흠잡을데가 없다' (시애틀타임스)....
으음... 그런데 난 그리샴의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는가 보다. 중반부 접어들면서 이미 결말을 어느 정도 예상했으니...
소설의 내용은 스포일러만 빼고 전하면... 폐암으로 투병한 미시시피의 부유한 목재업자 세스 후버드가 사망하면서 그의 유산을 둘러 싼 법정 공방을 그리고 있다. 세스 후버드의 유산규모는 1980년대 중반 당시 화폐기준으로 2400억 달러... 세스 후버드가 사망하기 전 남긴 자필 유언장에는 그의 흑인 가정부인 레티 랭에게 90퍼센트의 유산을 남긴다고 했다. 그러나 이보다 수년 전 법률회사를 통해서 작성한 유언장에는 그의 망나니 자녀들에게 유산을 배분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의 주인공 변호사 제이크 브리건스는 세스 후버드가 죽기 전에 지명한 유언의 집행변호사로서, 아버지의 유산을 차지하려는 자녀들과 그들이 선임한 변호사와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는데....
소설의 디테일은 훌륭하다. 여러 등장인물들... 증인들, 하이에나처럼 몰리는 변호사들 그리고 개성강한 변호사들의 상황설정도 실감난다. 너무 실감나서 마치 영화를 찍기로 사전에 염두에 듯 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디테일은 소설에서 거의 중요하지 않다.문제는 왜 세스 후버드가 가정부에게 어마어마한 유산의 거의 전부를 다 남겼느냐인데....
뉴욕타임스가 찬사를 늘어 놓았던 것처럼 그렇게 예상을 뛰어 넘는 반전은 아니었다.
장소가 인종차별이 이슈가 될 수 있는 1980년대의 미국 deep south이고, 여러 정황을 보면 소설 끝 부분에서 어떤 반전이 나올 지 미리 알 수 있는 정도...
번역한 책이 800페이지에 해당하는 두 권의 막대한 분량인데, 이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양으로 쓰여졌으면 훨씬 더 다이내믹하고 읽는 사람도 부담없었을 것 같은 플롯~
그래도 중간중간에 존 그리샴의 매력적인 문장이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대형법률회사들은 비효율을 신처럼 추앙한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뜯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의 시간끌기 작전에 대해 그리샴이 비꼬는 내용은 그의 다른 소설 곳곳에서도 나타난다. The Firm에서는 변호사들이 시간당 수임료를 더 받기 위해서 수백 수천 페이지의 증거물 자료를 지루하게 읽어대기도 한다.
이번의 속죄나무는 법정 드라마에 익숙한 미국 사람들이라면 좋아할만한 하겠지만, 우리 정서 상에는 법률과 관련한 디테일한 내용이 너무 많다는 단점이 있겠다.
잘 읽었다 싶은 책이다. 강력 추천~타인의 심리를 조작하기 위한 상담을 포장한 세뇌기술, 최면술, 심리조작의 단계별 기법 등이 소개되어 있는데, 사실 이 책은 이러한 기술의 소개라기 보다는 고발 서적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개개인은 수많은 정보를 분석할 여유 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는 입장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의식을 세뇌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서운 현실을 고발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으로 만족 안 되는 분들은 Moreno의 Mind Wars: Brain Research and National Defense를 추천~
Moreno는 과학윤리 교수인데, 심리학을 이용하여 유니버셜 솔져를 만드는 식의 BCI (Brain-Computer Interface) 접근방식에는 중립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오카다 다카시의 몇 가지 지적을 보자.
- 정보의 내용과 양을 제어함으로써 상대방이 시야협착 증상에 빠지도록 한다: 외부로부터 차단된 작은 세계를 마련하고, 하나의 목적만 눈에 들어오는 시야협착 증세를 갖게 됨
- 집단의 목적만이 지나치게 우선시되어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고 소홀해진다.
- 순수한 이상주의자는 결벽이 심해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갖기 쉽고, 완전히 선 아니면 완전한 악이라는 양극단의 사고를 갖기 쉽다
저자인 오카다 다카시는 위의 사고를 갖는 사람들이 종교적으로는 컬트교 등에도 쉽게 빠져들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책 중간에 있는 '신도'와 '회사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대목에서도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요소가 사회조직 곳곳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 주위에 사회적 지능이라고 하는 '마키아벨리의 지능'을 가진 자들이, 교묘하게 자신의 이익을 합리화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대의명분을 요구하는 것도 지적하고 있다. 알지 못하면 당한다.
신간코너에서 서평을 읽자마자 서점에 가서 읽었다. 책욕심이 많아 왠만한 책은 다 사긴 하는데, 이번의 책은 분량이 168쪽, 8,800원... 정말 pricing으로 보면 애매모호하다. 저렴하기 때문에 살 만한데, 분량이나 안에 들어간 정보로 보면 그 자리에 서서 읽어볼 만 하다.
하지만, 미래의 방향을 알고 싶다면, 특히나 미래에 교육의 향방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은 조건불문하고 구매하고, 두고두고 읽어봐야 할 깊이를 담고 있다.
프랑스의 거장 철학자 미셀 세르가 팔순을 넘긴 나이에 쓴 이 책은 정보화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 모바일 서비스 등으로 무장된 엄지세대를 비판하는 서적이 아닌, 이들의 관점을 수용하고 이들이 주도하게 될 앞으로의 미래 사회를 바라보는 서적이다.
고대 로마시대에 파리의 지명인 루테티아(Lutetia)에 기적이 발생한다. 파리의 초대주교 드니가 로마군대에 의해 참수형을 당하는데, 드니는 잘린 자기 머리를 들고 지금의 생드니라고 불리는 곳까지 걸어갔다. 그래서 드니 주교는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미셀 세르는 오늘날 엄지세대를 두 손안에 자기 머리(컴퓨터, 인터넷 등)를 들고 다니는 성인과 같은 파워를 가진 세대로 비유하고 있다.
과거 인쇄술이 발달하기 이전에 구텐베르크 시대 이전에 인류는 자신이 접하는 지식은 머리속에 빼곡히 쌓아놓아야 했다.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장서를 잘 보관하고, 해당 주제가 어떤 책에 있는지 알면 그게 정보였다.
오늘날은? 오늘날은 인터넷 검색술이라 할까.
미셀 세르는 앞으로 대학교 등의 교실에서 일어날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도 간략히, 매우 간략히 조망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교직에 있다면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한편, 미셀 세르의 주장에 다 동의하기는 힘들기도 하다. 우리 손에 머리가 들려 있긴 한데, 그게 우리 머리인가? 구글의 두뇌 아닌가? 인터넷에 넘쳐나는 지식으로 무장된 아마추어 과학이 인류사회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은 또 무엇일까?
움베르토 에코는 종이로 인쇄된 책의 가치는 영구히 존중되어야 한다고 한다. 종이책의 운명은? 우리의 교육방식은? 내가 구글한 지식이 지식일까, 아니면 정보일까? 지식은 지혜로 어떻게 발전될까?
이런 의문을 계속 안고 살아 봐야 겠다.
William Easterly, The White Man's Burden: Why the West's Efforts to Aid the Rest Have Done So Much Ill and So Little Good, Penguin Books, 2006
나온지 약간 오래되었지만, 국내 서점에서 우연히 눈에 띄워서 구입.
뉴욕대학 경제학과 교수이자, World Bank에서 16년 넘게 개발경제학을 연구한 Easterly 교수의 작품인데, chapter 1은 매우 웅변적으로 시작한다. 약간 요약하자면...
2005년 1월 영국의 당시 재무장관인 고든 브라운은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연설을 한다.
말라리아 사망의 절반을 줄이기 위한 약품은 한 dose에 12센트 밖에 하지 않는다.
아동들이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도록 막아주는 침실 모기망(bed net)은 하나에 4달러면 된다.
향후 10년에 걸쳐 5백만의 아동사망을 막기 위해서는 아이의 어머니에게 3달러 지원이면 된다.
지난 50년 동안 서방세계는 2.3조 달러의 지원금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이 2.3조 달러의 지원금으로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을 줄이기 위한 12센트 의약품은 전달되지 않았으며, 가난한 가정에 4달러의 모기망은 전달되지 않았으며, 3달러의 산모 지원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즉, 돈은 집행되었는데,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로 하는 지원품이 가지 않은 것이다.
반면, 해리 포터의 9백만부 책들은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제 시간에 배달이 되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스털리 교수는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그의 오랜 경험을 담은 해법을 제시한다. 기본적인 메시지는, 그동안 서방세계에서 주력해 온, Big Planner로서의 방법보다는, 개도국 현실을 직접 부딪히며 현실적인 해법을 세울 수 있는 Searcher로서의 개발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전적으로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암만해도 World Bank에서 근무했던 그의 경험이 담겨 있어서 그런지 IMF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
일본 작가들의 추리소설은 거의 실망을 끼치는 법이 없다. 추리에 있어서 디테일함이 사실 왠만한 미국작가 (예를 들면 David Baldacci)를 능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읽은 책은 요시다 슈이치의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에너지 문제와도 관련있다 해서 재밌겠다 싶어 들었는데, 나름 몰입도가 높은 편이라 평가할 수 있다.
주인공 다카노 가즈히코는 통신사 직원이지만, 사실 이 통신사 자체가 왠만한 정보기관 이상의 정보망을 가지고 있으며, 기업 관련 고급정보를 경쟁기업 등에게 팔아 넘기는 수입원을 갖고 있다.
다카노의 경쟁자로, 일본인 에이전트 Ayako, 한국계 경쟁자인 데이비드 김 등이 나온다.
배경은 베트남, 일본, 미국, 중국을 포함하는 광활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소설이라서 좋은 마음껏 상상을 한 최첨단 기술을 둘러 싼 음모도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요시다 슈이치의 전작과는 달리, 인물의 섬세한 감정 묘사보다는 스토리 위주의 소설로서, 007영화를 보는 듯한 속도로 전개하고 있다.
글을 쓸 때 스토리 위주인지, 섬세한 감정 묘사인지 요시다 슈이치는 심사숙고한 후에 전자를 택했다고 들었다.
추천 (5점: 강추, 1점 비추 기준): 4점
* 감점요인: 통신사 직원의 가슴에 폭탄을 심어둔다는 설정은 과거 KGB도 상상못하는 비현실적인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