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문예창작공모전 시나리오 당선작
2019 문예창작공모전 시나리오 당선작
국어국문학과 20171024 나지수
국어국문학과 20171070 이예림
중국학과 20171537 조주연
시놉시스
비가 와서 짜장면이 먹고 싶었을 뿐이었던 세 명의 고3 학생들. 학교라는 현실이 그들을 옥죄고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선생님 몰래’ ‘야자시간에’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수 밖에 없었다. 짜장면의 행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 속 작은 일탈.
주요 등장인물
냠냠이 항상 맛있는 밥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맛있는 밥을 위해서라면 위험도 무 릅쓸 수 있다.
똑똑이 공부머리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잔머리 하나는 잘 굴러간다. 무인도에 혼자 떨궈 놓아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인물.
투덜이 겉으로는 투덜거리고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통통 튀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선생님 3학년 1반의 담임선생님. 권위적이고 무섭기보다는 친근하다.
1. 교실 / 오후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3학년 1반 교실 내부. 밖이 슬슬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다.
교실 내부는 학생들로 반쯤 들어차 있다.
공부하는 학생, 엎드려 잠을 자는 학생… 전부 정수리를 내보이고 있다.
감독 선생님, 교탁 옆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정신없이 업무를 보고 있다.
한 여학생이 수학 문제를 풀다 말고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스마트폰으로 손을 뻗는다.
냠냠이 (책상 아래에 스마트폰을 숨기고 카톡으로) “오늘 밥 뭐임”
스마트폰 분할 화면으로 영어 인강과 유튜브를 함께 보던 학생. 카카오톡 팝업창을 발견한다. 사전을 검색하는 것처럼 영어책을 향해 고개를 기웃거리며 자연스럽게 답장을 보낸다.
똑똑이 “고등어조림”
“근대된장국”
“콩자반”
“메뉴 ㄹㅇ별로”
냠냠이 “(좌절하며) ㅇㄴ왜!!!”
“(분노하는 귀여운 이모티콘)”
“오ㅗ늘 금요일이자나ㅠㅠㅠㅠㅠㅠㅠㅠ”
“원래 금요일은 맛난거자나ㅜㅜㅜㅜㅜㅜ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다른 학생.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스마트폰의 센서가 계속해서 반짝거린다. 신경이 거슬린 듯 인상을 찌푸린다.
투덜이 “(선생님의 동태를 곁눈질로 확인하며)야 야자시간이면 공부를 해.”
냠냠이 “!!!!!!넌 이 메뉴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고니”
투덜이 “안 될 건 또 뭐야.”
“그냥 먹어.”
냠냠이 “난 인정할 수 ㅇ벗어”
투덜이 “네가 안 하면 어쩔 건데.”
똑똑이 “ㅋㄱㄱㅋㅋㄱㅋ쟤 화났다ㅋㅋㅋㅋ 삐순이다 삐순이ㅋㅋㅋ”
냠냠이 “ㅠㅠㅠㅠ쟤가 나한테 뭐라고 햇서ㅜㅜㅜ”
똑똑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냠냠이 “솔직히”
“난 먹기 위해 학교다닌단마랴”
“이 메뉴 용납 못한다ㅂㄷㅂㄷ”
투덜이 “응, 공부해~”
입을 삐죽대며 다시 수학 문제집을 푸는 냠냠이. 표정이 좋지 않다. 창가를 바라본다.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냠냠이의 눈에 생기가 돈다.
냠냠이 “나 좋은 생각 났어”
똑똑이 “???”
투덜이 “아 왜.”
냠냠이 “궁금하면”
“3층 화장실로 따라오셈”
“(음흉하게 웃는 이모티콘)”
벌떡 일어나서 사물함으로 향하는 냠냠이.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자 사물함에서 꺼낸 두루마리 휴지를 흔들며 배시시 웃는다. 그러고는 발랄한 걸음걸이로 교실을 나간다.
시차를 둔 후 똑똑이, 교탁 앞으로 나아가다.
똑똑이 쌤.
야자 감독 왜?
똑똑이 저 보건실 좀.
야자 감독 어디 아프냐? 야자 끝나고 가.
똑똑이 (곤란한 듯 웃으며) 보건쌤 퇴근하시기 전에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선생님, 똑똑이를 실눈을 뜨고 본다.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한다.
당당한 발걸음으로 나서는 똑똑이.
투덜이, 잔뜩 불안한 얼굴로 주위를 살핀다. 다들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다. 살금살금 걸어 나가는 투덜이. 교실 뒷문을 닫는데 아주 작은 소리가 난다. 투덜이, 흠칫한다.
2. 3층 여자화장실 / 오후
투덜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그래서 뭔데.
똑똑이와 냠냠이, 서로 마주보고 씩 웃는다.
투덜이 뭐야… 왜 저래…
냠냠이 (투덜이의 팔을 잡고 매달리며) 비도 오고~ 날씨도 쌀쌀하고~
오늘 같은 날엔 짜장면 콜?
똑똑이, 숨죽여 웃는다. 투덜이, 기묘한 표정으로 냠냠이를 바라본다.
냠냠이 (시무룩하게 떨어지며) 아 뭐.
투덜이 (비웃으며) 그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
투덜이 그리고 짜장면은 무슨. 얼마 전에 교감 장난 아니었던 거 몰라? 3반에 희영이 배달음식 시켜 먹었다가 난리 난 거 아냐. 그걸 봐놓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똑똑이 야, 걔가 혼난 게 시켜 먹어서냐? 사고 쳐서지.
냠냠이 아 그거! 나 알아! 화장실에 남은 거 버렸다가 변기 막혔던 그거 말하는 거지? (깔깔 웃으며) 하필 그 화장실이 교감실 바로 앞에 있는 교사 화장실일 게 뭐람. 노린 거 아냐?
투덜이 어쨌든 그 사건 이후로 배달음식 절대 안 된다잖아. 전부터 환경미화네 뭐네 불만이 많더라니, 이때다 싶은 거지.
냠냠이 아니 근데 잘못은 걔가 했는데 짜장면은 왜 우리가 못 먹어?
똑똑이 괜찮아, 걔도 짜장면 못 먹어.
투덜이 (엉뚱한 소리에 속이 터지며) 너네 진짜!
냠냠이 근데 안 걸리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똑똑이 그치그치.
냠냠이 몰래 시켜 먹자, 몰래. 짜장면은 그릇 반납되잖아. 그리고 나 안 남길 자신 있어.
똑똑이 음식을 남기는 건 고3의 수치지!
서로 화기애애하게 배달 어플로 음식을 고르는 두 사람.
투덜이, 조금 소외된 기분을 느낀다.
냠냠이 (투덜이를 바라보며) 넌 뭐 먹을 거야?
투덜이 (새침하게) 난 먹는다고 한 적 없는데.
냠냠이 (다 안다는 듯 웃으며) 탕수육도 시킬까?
투덜이 (마지못하는 척)… 2번 세트로 시켜. 그게 더 싸.
3. 복도 / 오후
한창 자율학습을 하고 있을 시간이라 어둡고 조용한 복도.똑똑이가 앞장 서고 두 사람이 간격을 유지한 채 뒤따라간다. 최대한 발걸음 소리를 내지 않으려 살금살금 걸어간다.
냠냠이 (포즈를 잡으며) 오, 첩보물 찍는 것 같아.
투덜이 (불안한 목소리로) 지금 그렇게 한가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미리 가 있자. 누구 만나기라도 하면…
똑똑이 괜찮괜찮. 요즘 시험기간이잖아. 쌤들 교무실에 콕 박혀서 안 나오시지. 화장실이라도 가는 거 아니면.
복도 반대편에서 손전등 불빛이 보인다.
냠냠이 (속삭이며) 뭐야? 누구야?
똑똑이 조용히 해 봐.
벽에 붙어 슬금슬금 움직이는. 코너를 돌아 그 구역을 벗어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투덜이 (강한 어조로 속사이며) 너 이 자식, 그렇게 호언장담을 하더니. 교무실에 콕 박혀서 뭐? 저기 저기는 누군데!
똑똑이 (눈을 피하며) 화장실이라도 가시나…?
손전등 불빛이 세 사람을 비춘다. 정확히 학생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오는 불빛.
냠냠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얘들아 우리 망한 것 같지? 들킨 것 같지?
선생님 거기 누구야. (손전등을 비추며) 너네 지금 어디 가는 거니? 야자시간 아니야? (투덜이를 가리키며 장난스러운 어조로) 쟨 그렇다 치고 너네 야자 째는 거니?
선생님 몰래 냠냠이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꼬집는 투덜이. 냠냠이는 아픈 얼굴로 허리를 숙인다. 투덜이의 의도를 알아챈 똑똑이가 선생님 앞으로 나선다.
똑똑이 쌤, 얘가 아프대서요. 보건실 데려다주려고요.
냠냠이 (다급히 연기하며) 네! 네! 아, 쌤. 배가, 배가 너무 아파서요.
투덜이 (배신감이 역력한 얼굴로) 근데 선생님, 저는 왜 그렇다쳐요?
선생님 (툴툴이의 눈빛을 피하며) 어, 어 그치? 거, 불시에 들어가서 인원 체크 할 거 니까 도망가지들 말고.
냠냠이 (연기를 멈추고) 근데 웬 손전등이에요?
선생님 아 복도 등 센서가 고장 나서. 불 하나도 안 켜지잖아. 근데 너 하나도 안 아파 보인다?
냠냠이, 다시 아픈 연기를 시작한다. 선생님, 한 번만 봐주겠다는 듯 웃으며 화장실 방향으로 사라진다. 때마침 울리는 전화벨.
4. 학교 앞 철조망 /저녁
약속된 장소로 황급히 뛰어나온 세 사람. 철조망 너머 저편에 배달 가방을 든 배달원이 서성이고 있다. 배달 주문이 많은지 배달 가방을 두 개나 들고 있다.
냠냠이 배달 아저씨다!
냠냠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행복하게 뛰어가는데.
똑똑이 스탑. 멈춰 봐.
냠냠이를 제지하고 학교를 가리키는 똑똑이. 아까 만났던 담임 선생님이 학교에서 나오고 있다. 급정거한 채 굳어버린 냠냠이. 똑똑이를 돌아본다. 흔들리는 동공. 점점 철조망 쪽으로 다가오는 선생님.
투덜이 야, 튀어!
냠냠이 우리 음식은 어쩌고?
투덜이 아 일단 튀라고!
선생님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만한 곳으로 자리를 이동하는 세 사람. 풀숲 뒤에 나란히 쪼그려 앉는다.
냠냠이 (눈을 비비며) 헛것이 보이나. 헛것이라고 말해줄래.
투덜이 이제 어떡해? 쌤이 왜 저기 계시는데?
냠냠이 헐 혹시! 우리의 계획을 간파한 것인가!
투덜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일단 자리부터 옮기자. 다른 곳으로 가져다 달라 고 해.
냠냠이 (걱정스럽다는 듯) 배달 아저씨가 귀찮다고 화내시진 않겠지?
똑똑이 화를 내시기야 하겠냐마는… 죄송하다고 하지 뭐.
냠냠이를 끌고 자리에서 벗어나는 투덜이와 똑똑이. 냠냠이는 하염없이 뒤를 돌아본다.
5. 학교 뒤뜰의 한적한 정자 / 저녁
오른손에 배달 가방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오는 배달원. 짜증이 난 표정.
배달원 (신경질적인 어조) 배달시키신 분 맞으시죠?
돈을 받고 가방을 건네준다.
배달원 사람 오라고 해 놓고 기다리게 만든 것도 그렇지만, 아 왜 한 번에 좀 시 키면 안 돼요? 왜 따로따로 시켜, 사람 귀찮게 말이야.
똑똑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지만) 아, 네.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배달원 그릇은 거 가방에 담아서 교문 앞에다 내다 놓고.
투덜이 예,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냠냠이 (배달원이 가자) 난 우리 투덜이보다 투덜대는 사람 처음 봐.
투덜이 내가 왜 투덜이인데!
두 사람 아웅다웅 다툰다. 가방에서 짬뽕과 볶음밥을 꺼내는 똑똑이. 음식을 보고 표정이 굳는다. 스마트폰를 꺼내 전화를 건다.
똑똑이 거기 중국반점이죠? 아까 학교로 주문한 사람인데요, 음식이 다르게 와서요.
사장 잠깐만요 확인해 볼게. 아닌데, 맞게 갔는데. 2번 세트 하나랑 짬뽕, 볶음밥.
똑똑이 저희는 2번 세트 하나 시켰는데 짬뽕이랑 볶음밥이 왔거든요.
사장 응? 같이 시킨 거 아니었어? 아유 난 또 같은 데서 같은 시간에 같은 주문이 왔길래 같이 시켰는 줄 알았지.
똑똑이 마음대로 짐작하시고 그렇게 보내시면 어떡해요.
사장 아니 내가 알고 그랬어? 모르고 그랬잖아! 학생들, 우리도 바빠. 같은 학교인 것 같은데 우리가 다시 가기도 그렇고, 그냥 서로 연락해서 바꿔 먹고 좋게 좋게 끝냅시다, 응?
똑똑이 아니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아저씨가 실수하신 거잖아요.
스마트폰을 붙잡고 언성을 높여가며 싸우는 똑똑이와 중국반점 사장. 가만히 통화 내용을 듣고 있는 냠냠이와 투덜이. 문득 아까의 장면을 떠올리는 냠냠이. 배달 아저씨의 손에는 가방이 두 개 들려 있었고, 때마침 철조망이 있는 후문으로 향하던 선생님… 냠냠이의 눈이 커진다.
냠냠이 (떨리는 목소리)선생님이었어.
투덜이 뭐?
냠냠이 (투덜이를 돌아보며)우리 음식 가져간 사람이 바로 쌤이었다고.
투덜이, 입을 틀어막는다. 얼굴 과장되게 클로즈업.
6. 학교 복도 / 저녁
아이들과 마주친 후 교사화장실 옆에 위치한 계단으로 내려가는 선생님.
학교 밖으로 향한다.
7. 학교 앞 철조망 / 저녁
배달원을 향해 걸어가는 선생님.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린다. 고개를 돌리지만 아무것도 없다. 고개를 갸웃 하고 배달원에게서 배달가방을 받아드는 선생님.
8. 학교 뒤뜰의 한적한 정자 / 저녁
투덜이 어, 어떡해?
냠냠이 불쌍한 내 짜장면…
투덜이 포기해야 하는 거 아냐?
냠냠이 (연극조로) 넌 짜장면이, 탕수육이 구해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니? 어쩜 그리 쉽게 포기할 수 있어?
똑똑이 (전화를 끊으며) 그래, 억울해서라도 난 먹어야겠어 짜장면.
불타오르는 두 사람을 보고 고개를 내젓는 투덜이.
투덜이 어떻게 바꿔치기 할 건데?
냠냠이 잘!
똑똑이 분명 쌤도 아직 안 먹고 있을 거야. 누구랑 바뀌었는지 모를 테니까. 게다가 쌤 전에 자기 짜장면 못 먹는다고 한 적 있어. 어렸을 때 먹고 체했었다나.
투덜이 (작은 목소리로) 얜 이걸 어떻게 아는거야?
똑똑이 일단은 학교 안에 들어가서 찾아보자.
9. 학교 / 저녁
음식을 찾아 학교를 구석구석 뒤지는 세 사람. 급식소, 강당, 탈의실, 실험실, 음악실…
10. 상담실 / 저녁
음식을 찾아 학교를 구석구석 뒤지는 세 사람. 학교 급식소, 강당, 탈의실, 실험실, 음악실… 상담실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 본다. 책상 위에 떡하니 올려져 있는 짜장면 세 그릇과 탕수육.
냠냠이 (손으로 입을 막으며) 헉...!
똑똑이, 냠냠이, 투덜이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동시에 문을 열어 젖히고 책상 앞으로 달려간다. 언제 투덜거렸는지 모를 정도로 표정이 밝아진 투덜이와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는 냠냠이.
투덜이 이거 우리꺼 맞지, 그치?
냠냠이 우리꺼 아니면 누구꺼야 이게, 야야, 일단 빨리 가자. 쌤 오기 전에 바꿔야지!
똑똑이 (같이 들떠있다가 잠깐 생각에 잠기는 듯) 아 잠깐만. 이게 왜 여기있지? 분명 아무도 없는데... 이 상황 되게 이상하지 않아?
똑똑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사람 뒤로 천천히 등장하는 선생님.
선생님 이게 누구야?
똑같은 표정으로 얼어붙는 세 사람.
선생님 (비아냥거리며) 어이구, 되게 오랜만이다? 여기가 보건실인가? 보건실에서 짜장면도 먹고?
투덜이 (중얼) …요.
선생님 뭐라고?
투덜이 (다급하게) 안녕히 계세요!
11. 복도 / 저녁
선생님을 밀치고 나가 복도를 따라 빠르게 뛰는 세 명. 선두에서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는 똑똑이. 이 때 냠냠이가 넘어진다.
냠냠이 (발을 헛디뎌 넘어지며) 아아!
똑똑이와 투덜이가 냠냠이를 양 쪽에서 팔을 잡고 일으켜서 다시 뛴다. 뒤에서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는 선생님.
선생님 (여유로운 목소리) 거기 안 서나~?
똑똑이 (간신히 뛰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빨리 빨리!
냠냠이 야... 나 너무 힘들어...
투덜이 (체념한 듯) 얘들아, 우리 쌤… 체육이야…
똑똑이 (낮게 탄식) 아…
12. 상담실 / 저녁
상담실 한 가운데 책상 앞에 앉은 똑똑, 냠냠, 투덜. 냠냠이는 방금 넘어져서 아팠던 다리를 주무르고 있고, 투덜이는 눈치만 살피고 있다. 뭔가 생각하고 있는 듯한 표정의 똑똑이.
선생님은 팔짱을 끼고 세 명의 앞을 왔다 갔다 하다가 이윽고 건너편 의자에 앉는다.
선생님 니들 죄를 니들이 알렷다, 엉?
투덜이 (눈치 보며, 볼멘소리로) 아, 쌤...
선생님 (투덜이의 말을 가로막으며) 됐고. 학교에서 배달음식 시켜먹지 말라고 아침 조회 때 말 했어, 안 했어?
투덜이 ...
선생님 이것들이 담임 말을 개 똥으로 들어! 주동자가 누구야!
세명 모두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똑똑이가 먼저 할 말이 있는 듯 쏘아붙인다.
똑똑이 쌤도 배달음식 시키셨잖아요!
선생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놀라며) 무, 뭐?
똑똑이 (당당하게) 선생님도 배달 시키셨으면서, 왜 저희한테만 그러세요? 쌤은 되고 저희는 안 돼요?
눈이 휘둥그레진 냠냠이와 투덜이. 똑똑이가 친구들 쪽으로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치자, 너 미쳤냐 하는 표정으로 눈빛을 쏘는 투덜이. 똑똑이는 아랑곳 않는다.
선생님 (눈을 부릅뜨고) 어쭈, 간이 배 밖으로 나오셨구만. 그래서 지금 니들이 잘했다는 거야?
똑똑이 물론 잘한 건 아니지만, 저희가 잘못했다면 선생님도 똑같이 잘못하신거다… 그 말이에요.
선생님 야, 이 녀석 이거 안되겠네?
똑똑이 (뭔가 아는 표정으로, 은근히 눈짓하며) 근데 쌤, 두 그릇 시키셨더라고요?
잠깐 정적. 사뭇 달라진 표정의 선생님. 승기를 잡은 기분으로 씨익 웃는 똑똑이. 뭔 소리야? 몰라. 조그맣게 오가는 투덜이와 냠냠이의 대화.
선생님 (지금까지 팔짱을 끼고 앉아있다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흠, 흠. 무슨 말 이지? 운동하고 와서 배고프면 두 그릇 먹을 때도 있어 나는.
똑똑이 (강한 어조로) 아~ 상담실에서요? 두 그릇을? 혼자? 애들도 있는데... 그냥 말 할까요?
똑똑이는 말을 끝내고 배시시 웃는다. 반면 선생님은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애써 참는 표정.
선생님 난, 난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은 아무튼간에 잘못은 잘못이야 너희 들. 이번 일 그냥 넘어갈 생각하지 말아라.
똑똑이 상담쌤~! 안에 계신 거 다 알아요! 나오세요!
똑똑이가 갑작스레 큰 소리를 내는 바람에 흠칫 놀라는 선생님과 투덜, 냠냠. 그러나 똑똑이의 외침이 무색하게 상담실 내부의 방 문은 굳게 닫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 30초쯤 지났을까, 안쪽에서 달칵 문고리 여는 소리가 들리고 상담 선생님이 천천히 나온다. 담임 선생님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고, 아직도 영문을 모르는 듯한 투덜이와 냠냠이.
상담쌤 (멋쩍어하며) 우리... 들켰나요, 박 쌤?
선생님 (눈에 띄게 당황해하며) 어어? 아니야 아니야, 은영쌤, 계속 들어가 있으면 되는데, 왜에.
상담쌤 에고, 그럴 걸 그랬다... 실수했어요.
선생님 아니 아니 아니, 은영쌤은 잘못한 거 없어요!
답지 않게 허둥지둥하는 선생님을 보다가 이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서로 마주보는 투덜과 냠냠. 똑똑이는 웃음을 참기에 바쁘다. 두 선생님의 얼굴 클로즈업. 잘 살펴보면 귀에 똑같은 귀걸이를 걸고 있다.
똑똑이 (음흉한 표정으로)두 분... 언제부터 사귀셨어요?
선생님 어허, 괜히 오해하고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푸하하, 하고 아예 웃음이 터져버린 똑똑이. 냠냠이와 투덜이도 가세해서 대놓고 뚜루뚜 하며 사랑 노래를 불러준다. 귀가 빨개진 채 이마를 짚는 담임 선생님과 조금 부끄러운 표정의 상담쌤.
똑똑이 (웃음을 추스르고) 쌔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로 해 드릴게요, 진짜로요! 저희 셋만 알고 있을게요.
선생님 뭐... 니들이 그래도 의리는 있다 이거냐?
똑똑이 의리라뇨~ 다 조건이 있죠. 저희 셋은 쌤이랑 상담쌤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거 모른 척 해 드리고, 쌤은 저희가 배달 시켜먹은 거 모른 척 해 주시고… 콜?
투덜이 오오, 딱이네 딱이야.
냠냠이 그러게요, 괜찮네. 그쵸 쌤?
서로 큭큭대며 웃는 똑똑, 냠냠, 투덜. 상담 선생님은 그저 그런 아이들이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바라본다. 허휴, 한숨을 내쉬다가 웃는 담임 선생님.
상담쌤 내가 보기에도 괜찮은 조건 같은데, 그렇게 해요.
선생님 알았다... 알았어. 내가 살다살다 요놈들이랑 거래를 하게 될 줄이야.
투덜이와 냠냠이, 똑똑이와 서로 마주보며 웃는다.
똑똑이 약속 지켜주셔야 돼요?
선생님 너희들이야말로.
투덜이 걱정마세요, 쌤들 결혼하실 때까지 입 꾹 닫고 있을거니깐.
선생님 뭐?!
선생님과 상담 선생님의 얼굴이 동시에 빨개진다. 또다시 웃음이 터진 똑똑이와 같이 웃는 냠냠, 투덜.
똑똑이 (태연한 척 하며) 아 짜장면 다 불었겠다, 저희 여기서 같이 먹어도 되죠? 평화와 신뢰의 의미로다가?
냠냠이 (똑똑이와 투덜이의 손을 잡아끌며) 저희는 젓가락 가져올게요! 먼저 드시지 마세요!
선생님이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빠르게 상담실을 빠져나오는 세 사람. 서로 까르르 웃으며 복도를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