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부문]
비평은 학술 논문과는 다른 글쓰기를 요구한다. 좋은 비평은 그 작품의 핵심을 정확히 포착하는데서 출발하고, 그것이 어떻게 작품의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 될 수 있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글이다. 그러므로 좋은 비평가란 핵심을 보여주는 단 하나의 구절, 단 하나의 장면, 단 하나의 키워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투고된 비평문들이 대체로 작품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보여주었지만 이런저런 군더더기를 덜어내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 작품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비평은 결코 있을 수 없으니 모든 것을 말하고 싶은 욕망은 내려놓는 것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최우수작으로 꼽은 「동심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우리’를 깨닫다, <우리들>」은 아이들의 관계와 성장통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연출기법과 영화 속 소재들로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다. 말하고 싶은 바가 명확하고, 그것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깔끔한 문장이 돋보인다. 우수작으로 선정한 「영화 <기생충>과 모스 부호」는 모스 부호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돋보였다. 모스 부호와 영어라는 두 개의 언어 장치를 계급적 상징으로 포착해 낸 시선은 매우 좋으나, 이 지점에 조금 더 천착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너무 많은 정보는 글에 방해가 될 뿐이다. 장려로 선정한 「히치콕의 서스펜스가 담긴 4편의 영화」는 서스펜스 개념을 중심으로 히치콕의 영화를 살피는 글이다. 다소 일반적인 논의로 일관되어 있는 점은 아쉽지만, 각 영화의 핵심을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포착하고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비평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여 선정했다.
심사위원 박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