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문예창작공모전 시나리오 당선작
2019 문예창작공모전 시나리오 당선작
국어국문학과 20171029 문지원
사회학과 20182206 김선빈
사회학과 20182226 이아로
시놉시스: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세 친구가 같은 대학 같은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에서 만난다. 각자 의외의 학과, 학교에 있는 걸 의아해하며 선주와 유리, 지혜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다.
등장인물
문선주: 전 연극영화과 입시생. 현재 사회학과 재학중. 자신감이 부족하고 소심하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연출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김유리: 불같은 성격으로 나이팅게일이라는 별명의 소유자. 그러나 인정도, 사과도 빠르며 정도 많다. 사회복지학과 재학 중.
이지혜: 현재 국어국문학과 재학생. 글 쓰는걸 좋아하는 낙천적인 성격. 시인인 학원 선생님의 권유로 문예창작과 입시에 도전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허공을 보며 자주 멍 때린다.
1. 현재. 술집. 실내. 늦은 저녁
동아리 개강총회가 열려 시끄러운 어느 술집.
저 마다 모여서 웃고 떠들고 있느라 바쁘다.
지혜는 선주에게 술을 따라주고 있다.
그걸 바라보다 입을 여는 유리
유리 고등학교 졸업하고 다들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서 다 만나네.
선주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그러게. 웃기다.
지혜는 유리의 잔이 미리 차있는 걸 보고는 자기 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한다.
지혜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가 아니라 고등학교 동창회 같다.
선주 (맞장구치며) 그러게. 고등학교 동창회도 아닌데 여기서 너흴 다 만나네.
유리는 지혜를 빤히 바라보다 입을 연다.
유리 근데 선주 너 연극영화과 희망하는 거 아니었어? 아까 자기소개 할 때 보니 까 연영과랑 아주 딴판인 학과던데?
선주 (머뭇거리며) 그게, 이야기가 좀 길어. 근데 그렇게 따지면 지혜도 똑같지 뭐.. 원래 문예창작과 지망하지 않았었나?
선주가 지혜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지혜는 마시던 술을 내려놓는다.
지혜 (어색하게 웃으며) 음, 뭐 인생사 아무도 모르는 거지. 안 그래?
유리는 팔짱을 끼며 한숨을 쉰다.
유리 우리가 좀 데면데면한 사이였던 건 맞는데, 이정도면 무심함이 너무할 지경 인데?
지혜 (호쾌하게 웃으며)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유리 야, 웃지만 말고 지금 학과 어쩌다 가게된 건지 얘기나 해주라. 궁금해.
선주 (눈을 반짝이며) 그러게. 문창과는 어쩌고 여기 온 거야? 나도 궁금하네.
지혜 (손을 턱에 얹으며) 음, 그게 그러니까…
2. 과거. 학원. 실내. 오후
지혜의 학원 선생님이 지혜가 쓴 글을 꼼꼼히 읽고 있다.
종이를 넘기는 소리.
조금 긴장된 얼굴의 지혜.
선생님 (지혜가 쓴 글을 내려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잘 쓰네.
지혜 (굳은 표정이 살짝 풀린다.) 후,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칭찬에도 지혜의 얼굴은 완전히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혜의 모습에 선생님은 걱정스럽게 묻는다.
선생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혜를 살핀다.) 지혜야, 어디 아프니?
지혜 (고개를 젓는다.) 예? 아니요! 저 완전 멀쩡해요!
선생님 그럼 표정이 왜 그래?
지혜 (머뭇거리며) 제가 지원한 학교는 경쟁률도 센데, 저는 준비한 기간도 짧` 고….
선생님 아, 그렇구나.
지혜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네. 근데 뭐 어떻게든 되겠죠?
지혜에게 원고지 뭉치를 내미는 선생님. 눈을 크게 뜨는 지혜.
지혜 (어리둥절해하며) 엥? 이게 다 뭐예요?
선생님 (밝게 웃으며) 걱정되면 더 열심히 하면 되잖아.
지혜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저 방금 하나 쓰고 왔는데요…?
선생님 글쓰기 싫으면 문제 풀래?
지혜는 책상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원고지에 글을 쓴다. 글씨를 예쁘게 쓰는 걸 좋아하는 지혜는 깔끔하게 쓰기 위해 빈 종이에 글을 먼저 쓴 뒤, 원고지에 썼던 글들을 전부 옮겨쓴다.
선생님 (글을 옮기는 지혜의 뒷모습을 보며) 시간 내에 써야하니까, 글씨 예쁘게 쓸 필요 없어. 깔끔하게 안 써도 돼.
3. 과거. 입시장. 실내. 오전.
원지 대학교의 전경이 전체 화면으로 담긴다.
급하게 글을 옮겨 쓰는 지혜. 이미 반 이상의 사람들이 글을 제출했다.
앞자리의 사람이 일어난다. 당황한 지혜는 고개를 살짝 들어 주위를 살핀다.
이제야 겨우 원고지에 절반 정도 옮겨 쓴 상태.
어떻게든 글을 써보려 한 유리. 그러나 시간이 되어 감독관이 원고지를 가져가 버리고 만다. 지혜는 들고 있던 볼펜을 내려놓고 짐을 싸서 입시장을 나선다.
지혜 (울먹이며) 엄마…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를 보는 순간, 꾹꾹 참아왔던 눈물이 터지는 지혜.
어머니 (놀란 목소리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지혜 (울면서) 다 못쓰고 나왔어요….
어머니에게 안기는 지혜.
지혜 (눈물을 닦으며) 화장실 갔을 때 휴지 없어라. 킁.
어머니 (지혜에게 휴지를 건네주면서) 엄마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고기 먹을까?
지혜 (코를 풀면서) 네.
4. 과거. 음식점. 실내. 오후
지혜에게 고기를 구워주는 어머니. 지혜는 코를 훌쩍이며 고기를 먹는다.
점심 시간대라 손님은 많지 않다.
어머니 (앞 접시에 고기를 덜어주며) 맛있냐.
지혜 (코를 훌쩍이며 고기를 입에 쑤셔 넣는다.) 네.
목이 막히는지 가슴을 두드리는 지혜. 어머니가 콜라를 급히 따라준다.
어머니 (콜라를 따라주며) 체하겠다.
테이블에 떨어지는 눈물.
지혜 (눈물을 흘리면서) 흐엉…
지혜의 어머니는 지혜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는다. 지혜를 다독이는 어머니.
어머니 (눈물을 닦아주면서) 울지 마. 못생겼는데 더 못생겨 보이잖아.
지혜 (입안에 들어있는 음식을 전부 삼킨다.) 아 엄마~.
슬퍼하는 지혜를 위해 어머니는 장난을 치며 지혜를 달랜다. 자신을 타박하지 않는 어머니께 감사해 슬퍼도 애써 웃는 지혜.
5. 현재. 술집. 실내. 저녁
유리 야 그래도 비슷한 과 왔으니까 된 거지.
선주 맞아. 국문과에서도 글 실컷 쓸 수 있어. 걱정하지 마.
지혜 (술잔으로 선주를 가리키며) 어차피 나 문학 좋아했었어. 국문과도 재밌더 라. 그러면 선주 너는 왜 사회학과 온 거야?
선주 (멋쩍게 웃으며)나는…
6. 과거. 학교. 실내. 낮
적막이 흐르는 복도에 나란히 서 있는 선주와 담임 선생님.
담임 선생님 (한숨을 쉬며) 수지대, 원상대, 세빈대. 전부 연극영화과. 너 정말 여기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선주 (고개를 푹 숙인다) 네….
담임 선생님 네가 그렇게 잘해? 사람들이 네가 쓴 글 다 좋대? 전국에서 글 좀 쓴다고 날고뛰는 애들, 연극영화과 가겠다고 몇 년 동안 준비한 애들보다 네가 더 잘할 수 있냐고.
선주 열심히 해볼게요….
담임 선생님 말만 열심히 열심히. 너 이러다 재수하면 어쩌려고 그래? 너 이 학교들 원 서 넣고 싶으면 넣어. 대신 떨어져도 네 책임이야.
선주 네….
7.과거. 학원. 실내. 낮.
힘없이 학원 앞에 선 선주. 한숨을 푹 쉬더니 교실로 들어가 앉는다.
잠시 후 들어오는 학원 선생님. 아이들에게 시험지를 한 장씩 나눠주신다.
학원 선생님 오늘은 글쓰기 연습하는 날이야. 시간은 1시간. 제시어는 나눠준 시험지에 쓰여 있어. 그럼 시작.
시험지가 비춰진다. 제시어는 악어, 사다리, 원피스, 꽃.
표정이 어두운 선주. 시계 소리와 글을 써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끝을 알리는 알림소리가 들리고 학원 선생님은 아이들의 시험지를 하나씩 걷어 간다.
학원 선생님 수고했다. 실기도 얼마 안 남았고 다들 힘들어 보이는데 오늘은 일 찍 보내줄 테니까 푹 쉬어. 선주는 잠깐 선생님 좀 보고.
빈 교실에 마주보고 앉은 선주와 학원 선생님.
학원 선생님이 선주의 시험지를 꺼내 보여준다.
백지인 선주의 시험지.
학원 선생님 (목소리를 높이며) 너 어떡하려고 이래? 내일 모래 시험이야 너. 도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힘들어? 글 쓰는 게 벅차니?
선주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네… 조금….
학원 선생님 이건 힘든 것도 아니야. 대학 가면 글 잘 쓰는 애들 천지고 매일 밤새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 성격으로 선배들 군기는 어떻게 버틸 건데?
다그치는 선생님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계속 시선을 바닥에 두는 선주.
학원 선생님 나는 연출이 너무 하고 싶어서 삼수를 했고, 나보다 어린 애들한테 군기 잡히면서도 참았어. 근데도 힘들더라. 힘든 거 아는데도 힘들 었어. 근데 너는 그런 거 버틸 수 있어? 참을 수 있냐고.
선주 그게..
학원 선생님은 소심한 선주가 답답한지 한숨을 내쉰다.
학원 선생님 재능이 없으면 노력이라도 해야지. 그런데 너한테는 노력하는 모습 이 안 보여. 선주야 너 연출을 하고 싶은 게 맞아? 왜 연출이 하고 싶어? 선생님은 잘 모르겠어. 네가 뭘 하고 싶은지 너 스스로 알긴 아는 거야?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선주.
학원 선생님 (머리를 짚으며) 가뜩이나 준비도 늦게 시작한 애가 태도가 이게 뭐 야? 다른 애들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해야지. 너 이러면 진짜 대 학 못가. 다음 시간까지 네가 왜 연극영화과가 가고 싶은지, 왜 연 출이 하고 싶은지 그 이유 찾아와.
선주 (입술을 깨물며) 네….
8. 과거. 집. 실내. 저녁
집으로 돌아온 선주.
저녁을 먹는 선주와 마주앉은 어머니. 선주는 고개를 숙인 채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어머니 (걱정스럽게) 우리 딸,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잘 하고 있는 거지?
젓가락을 내려놓고 갑자기 흐느끼는 선주. 어머니가 무어라 말하지만 선주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어머니 (다급하게)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울지 말고 말해봐.
선주 몰라!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 왜!
자리에서 일어나 울면서 방으로 들어가는 선주.
책상 앞에 앉은 선주는 그동안 공부한 자료를 모두 찢는다.
9. 과거. 시험장. 실내. 낮
세빈 대학교 앞. 홀로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선주.
시험장에서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아 앉은 선주. 곧 감독관이 들어온다.
감독관 세빈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시험 시간은 총 2시간으로 시험을 끝나신 분들은 먼저 나가도 좋습 니다. 모두 합격을 기원하며 시험 시작합니다.
시험을 알리는 감독관의 설명과 함께 분주히 글을 써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손에 볼펜을 들고 있는 선주. 그러나 아무 글도 쓰지 않는다.
작은 한숨을 내뱉는다. 백지 시험지를 제출하고 제일 먼저 시험장을 나서는 선주.
10. 현재. 술집. 실내. 저녁
선주 이렇게 된 거야. 사회학과도 원래 가고 싶은 과였기도 했고….
유리 (감탄하며) 대단하다 대단해.
선주 치… 뭐가 잘났다고. 그러는 너야말로 왜 이 학교 온 거야? 너 원래 아리 대 학 붙은 거 아니었어?
유리 (고개를 끄덕이며) 하긴 다들 나 거기 간 줄 알긴 하더라. 난….
11. 과거. 교무실. 실내. 낮
유리 그렇게 대답 못한다니까요!
담임 선생님 그럼 뭐, 대학 그냥 떨어지게? 꼭 가고 싶은 학교라며?
유리 다른 학교 갈게요. 그럼!
담임 선생님 너 지금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유리는 교무실을 박차고 나온다.
친구들이 놀란 표정으로 다가온다.
유리는 프린트한 면접 질문지를 꾸긴다.
꾸겨진 질문지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적혀있다.
‘동성애를 찬반해보시오.’
12. 과거. 학교 운동장 벤치. 실외. 저녁시간
유리는 화가 나는 듯 숨을 고른다.
담임의 말이 떠오른다.
담임 선생님 (단호하게) 거기 기독교 학교야. 무조건 반대해.
유리 누가 누군갈 좋아하는 걸 왜 찬성하고 반대해요? 찬반 문제가 아니에요 이 건 질문 자체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라고요!
담임 선생님 야, 네가 대학교수야? 네가 그렇게 다 알아?
유리는 낮의 일이 떠올라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헤집는다.
유리 (벤치에서 일어나며) 떨어지고 말지. 난 절대 굴복 안 해.
교실로 돌아온 유리는 면접 예상 답안을 준비한다.
종이에는 다음과 같은 글들이 적혀져간다.
‘동성애는 찬반할 문제가 아닙니다. 성적지향의 다름일 뿐이며… 우리가 가치 판단할 사항이 아닙니다.’
13. 과거. 대학 면접장. 실내. 낮
다른 학생 두 명과 함께 면접장에 입실하는 유리. 긴장한 표정.
교수1 만나서 반가워요. 면접 질문은 미리 제시해준 질문에서 나올 거예요.
교수2 김유리 학생?
유리 네!
교수2 동성애 문제에 대해 한번 찬반해보세요.
교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하는 유리. 손이 조금 떨린다.
유리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성애는 찬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좋고 나쁘고를 따질 수 없습니다.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몰이해적인 질문입니다.
정적이 뜨는 면접실 안.
다른 면접자들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그 때 정적을 깨고 교수1이 호쾌하게 웃는다.
교수1 (크게 박수치며) 학생 정말 당돌하구만! 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교수2 (고개를 끄덕인다.)
예상외의 반응에 벙찐 유리.
뒤에 이어진 질문을 무사히 끝마친 후 면접장을 나선다.
14. 과거. 학교 컴퓨터실. 실내. 오전
딸깍거리는 마우스 소리가 울려 퍼진다.
긴장한 표정의 유리. 덩달아 긴장한 친구들.
한 번의 클릭 소리 이 후 컴퓨터 화면에 창이 하나 뜬다.
‘면접번호 000000 김유리. 합격.’
유리 (믿을 수 없다는 듯) 야, 나 붙었어….
친구와 유리 사이에 잠시간 정적이 흐른다. 이내 커지는 친구의 눈.
친구 (눈이 점점 커지며) 헐, 김유리! 축하해!
유리와 친구는 합격 사실을 알고 기뻐하며 얼싸안는다.
15 현재, 술집, 실내, 늦은 저녁
유리의 이야기에 놀라는 선주, 지혜
지혜 (손으로 작게 박수를 치면서) 대박.... 유리야 너 진짜 멋지다. 나 반할 뻔했 잖아.
선주 근데 너 되게 웃기다. 가고 싶었던 학교 아니었어? 왜 여기로 온 거야?
지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런 문제를 낸 학교에 실망해서...?
유리 (소주 한 잔을 홀짝이면서) 그게 제일 크긴 한데,(싱긋 웃으며) 뭐, 장학금제 도나 유학지원 같은 것도 있었지.
선주 (유리를 툭 치며) 하여튼 특이해.
지혜 야, 너도 만만치 않잖아.
유리 (지혜의 말에 동조하며) 자료 전부 찢어버리고, 시험장에 백지 내고 나오는 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아니지.
지혜 (조심스럽게) 후회하지는 않아?
선주 (단호하게) 전혀. 굳이 꼽자면 후회보다는 내 돈과 시간이 아까운 정도?
유리 그럼 사회학과로 올 생각은 어쩌다 하게 된 거야?
선주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입시할 때 내 유일한 목표가 ‘선한 영향력 을 끼치는 연출가가 되자’ 였거든. 그래서 은연중에 사회학과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
유리 (소주 한잔 들이키며) 크, 상여자네.
선주와 유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주를 먹고 있던 지혜. 쓴 웃음을 짓는다.
지혜 나는 문창과 떨어지고 국문과 왔다! 혹시 몰라 준비했던 학생부 교과전형도 떨어지고. 국어 위주로 공부했는데, (킬킬 웃으며) 국어 5등급 나왔다?
유리 국어 1등급인데 글 못 쓰는 애들 많아. 수능 잘 본다고 글 잘 쓰냐.
선주 국문과 출신 작가들도 많아~
술 한 잔 마신 지혜. 선주와 유리를 향해 몸을 붙인다.
지혜 우리 나중에 취업 못하면 다 같이 치킨 집이나 차릴래?
선주 가게 이름은 지어놓긴 했고?
지혜 (씩 웃으며) 전공 살려서 ‘나랏말싸미’ 치킨!
유리 (어이없다는 듯 픽 웃으며) 너 취했냐? 그만 마셔 임마.
취한 듯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지혜는 안취했다며 손사래를 친다.
선주도 기분이 좋은지 웃는다. 유리는 둘의 모습을 보며 술 한 잔 마신다.
술자리가 무르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