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문예창작공모전 비평 당선작
2019 문예창작공모전 비평 당선작
인문학부 20191093 정원화
1. 서론
알프레드 히치콕은 영국, 미국의 영화 감독이다. 가장 위대한 영화 감독 중 한 명이자 영화 사에서 최고로 영향력 있는 영화 감독 중 한 명으로 알려진다. 그를 늘 따라다니는 말은 “서스펜스의 거장”이라는 키워드다. 물론 공포, 스릴러 이외의 다양한 장르에서 명작들을 만들어 냈지만 공포,스릴러 장르를 다룬 히치콕은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공포, 스릴러 장르에서 서스펜스 연출은 최고로 평가받으며, 현대 영화 감독들에게 일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히치콕이 쓴 다양한 편집과 촬영 기법은 아주 새로웠고 독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양한 촬영기법 및 히치콕이 만든 개념들은 후대에 재생산 되며 현재도 활발히 쓰이고 있다.
히치콕의 많은 영화들 중 <새>, <이창>,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사이코>를 통해 어떻게 히치콕이 서스펜스를 다루는지 알아보기 위해 비평문을 작성한다. 서스펜스란 영화, 드라마, 소설 따위에서, 줄거리의 전개가 관객이나 독자에게 주는 불안감과 긴박감을 말한다. 스릴러, 공포 같은 장르에서 자주 나오는 요소다. 히치콕은 서스펜스와 서프라이즈의 개념을 언급하며 탁자 밑의 폭탄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등장인물들이 탁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폭탄이 터진다면 관객도 등장인물들과 동일하게 놀랄 것이다. 반면에 폭탄이 탁자 밑에 설치되는 것을 등장인물들이 탁자에 앉기 전에 관객들이 미리 보게 된다면, 전자의 상황과는 다르게 관객들은 언제 폭탄이 터질지 몰라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앞의 상황은 공포영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서프라이즈’ 이고, 뒤의 상황은 ‘서스펜스’다. 즉, 서스펜스 영화의 묘미는 얼마나 관객들을 놀라게 하느냐가 아니라 상황을 지연시키며 얼마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는 것이다. 히치콕은 이 서스펜스를 적극 활용해 공포감을 조성한다.
2. 공포스럽지 않는 요소로 공포감을 조성한 <새>
알프레드 히치콕을 처음 알게된 영화, 바로 <새>이다. <새>는 공포적 요소 없이 새만을 가지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영화다. 현대의 영화 장르 중에는 재난영화와 공포 영화가 합쳐졌다고 볼 수 있다. 서스펜스의 거장으로 불리는 히치콕의 감각은 이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2019년에 <새>를 본다면 어색한 CG장면들이나 흑백 영상이 어색하고 일부 장면을 제외하고는 배경음악도 없어 불완전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반대로 1963년에 이러한 영화를 만들어낸걸 감안하면 히치콕의 기술은 놀랍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별다른 설명·설정 없이, 새들이 갑자기 인간을 공격한다는 내용이다.
좋은 가정에서 유복하게 자란 아름다운 여성 멜라니는 애완동물점에서 변호사 브레너를 만나게되고 호감을 느낀다. 브레너를 만나러 고향 마을로 찾아가게 되는데 향하던 도중 멜라니는 갑자기 갈매기의 공격으로 인해 이마에 상처를 입는다. 멜라니가 마을에 온 이후 마을에서는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새떼들은 인간들을 공격한다. 위협을 느낀 사람들은 도망가고, 새들의 공격을 피해 멜라니와 브레너의 가족들도 집에 갇혀있다 탈출하게 된다, 지금 영화에서 새를 가지고 공포스럽게 연출해보라고 말한다면 누구던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히치콕은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던 ‘새’를 소재로 하여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었고, 이는 대성공이었다. 영화가 흥행한 이후에 미국에서 새, 조류 공포증 발병이 증가했다는 연구보고까지 있었다.
공포영화 중 재난을 통해 공포를 주는 영화는 지금도 쉽게 흥행한다. 좀비라는 국가적 재난을 다룬 <부산행>, 악어와 허리케인으로 공포를 주는 <크롤>, 인간을 공격하는 상어의 출현을 다룬 <죠스> 등등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재난공포 장르는 유행해 왔다. 이 영화들을 보면 대체로 두려운 대상을 재난으로 다룬다. 좀비, 허리케인, 상어 모두 흔히 우리가 조심해야하고 공포의 대상으로 두는 객체들이다. 좀비에게 물리면 물린 사람도 좀비가 된다는 설정을 통해 영화 <부산행>에서는 기차를 타고 좀비를 피해 도망가는 모습이 보여진다. <크롤>에서는 허리케인이 닥쳐오고 악어까지 인간을 공격하며 이 둘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모습이 보여진다. <죠스>는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상어가 인간을 공격하며 이에 대피하는 영화다. 하지만 히치콕의 <새>는 분명 다르다. 영화 처음 주인공이 가게에서 새를 구매하는 모습을 보면 새는 애완동물로서 길러지기도 하고, 새들이 공격을 하는 모습에도 크게 개이치 않아 크게 화를 본다.
“당신들 얘기 때문에 아이들이 놀라잖아요.”
“젊은 아가씨가 학교에서 공격하는걸 봤다면...”
“왜 그걸 안믿으려고 해요?”
“무슨 공격?”
“누가 학교에서 공격했어요?”
“새들이요. 까마귀들이요!”
대사에서 볼 수 있듯이 새들이 공격을 했다는 것에 믿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객들은 새가 공격하는 것은 알지만 배우들은 알지 못해 서스펜스가 유지된다.
결론적으로 <새>가 다른 공포영화들과 달랐던 점은 공포가 점차 다가온다는 것이다. 멜라니는 새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던 모습에서 새의 공격이 거듭될수록 점차 불안을 느끼며, 특히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처참한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을 통해 새라는 존재가 멜라니로 대표되는 공포를 받는 대상을 변화시킴을 알 수 있다. 공포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존재가, 어느새 공포의 존재로 다가왔다. 영화 처음부터 공포의 존재를 설정하는 것과 영화를 전개해가며 나중에 공포의 존재를 설정한 것은 분명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이 점이 히치콕의 영화를 명작이라고 부른 이유라고 생각든다.
3. 정적인 공간과 유동적인 공간의 서스펜스 <이창>,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히치콕의 영화 <이창>,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큰 차이점은 공간의 이동이다. <이창>은 영화 내내 집이라는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영화를 전개해나간다. <북북서로진로를돌려라>의 경우 첩보스릴러 답게 계속해서 공간을 이동한다. 두 영화는 서로 다른 공간의 이동을 가지고 최고의 스릴을 선사한다.
히치콕의 서스펜스가 폭발한 영화라고 평가받는 <이창>이다. 주인공 <제프리>가 다리를 다치고 집 안에서만 지내게 된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생기는 일로 내용이 전개 된다. 제프리가 앞집 살인이 벌어졌다는 망상을 하면서부터 내용이 시작된다. 자신이 보는대로 내용을 추리하며 마지막에 가서는 자신의 추리를 확신하며 살인의 비확신을 확신으로 바꾼다. <이창>은 카메라의 시선, 즉 관객의 시선을 제프리의 시선에 동일시 시킨다. 제프리가 보는 정보는 곧 관객들이 보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관객에게만 노출되는 한 쇼트를 보여주며 제프리의 추측이 잘못된것임을 관객들이 알게 해준다.
카메라, 관객은 잠자고 있는 제프리를 바라본다. 그 이후 카메라를 돌려서 쏜월드의 집을 바라본다. 검은 복장의 아내와 밤에 외출한다. 제프리가 놓친 이 광경은 관객만이 유일하게 목격하게 된다. 이를 통해 관객이 제프리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해준다. 관객은 히치콕이 바라보는 시선에 한정된 채 바라보는 정보만을 습득하게 된다.
“블라인드가 올라가 있었고 그 남자가 복도니 거리니 뒤뜰을 걸어 다녀서 다 봤잖아요”
“뒤뜰에서 꽃을 가꾸는 걸 봤지만...”
“제프, 진짜 살인자라면 그런 걸 다 보도록 내버려뒀겠어요?”
“블라인드를 내리고 숨지 않았겠어요?”
“영리하게 태연한 척하는 거야”
“당신은 전혀 영리하지 않군요”
“살인자는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자신의 범죄를 자랑하지 않아요”
“왜?”
“제 생각에는 아마 저 창문들 뒤로 훨씬 불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거예요”
대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주인공은 관음을 통해 살인을 예측한다. 이와 함께 관객역시 관음을 주제로 서스펜스를 느끼게 한다. 주인공의 시선, 쌍안경, 망원렌즈를 통한 관찰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 피아노 치는 남자의 음악과 사람들의 떠드는 웅성거림, TV소리 등은,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활용해 다가올 위협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첩보물이기에 앞서 촘촘히 짜여진 스릴러이다다. 매우 긴밀하게연결된 장면들로 다수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두뇌 싸움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액션을 선보이며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를 엮어간다. 그렇기에 히치콕식 서스펜스의 바탕을 이루는 요소들을 전반적으로 결집시켜 히치콕 서스펜스의 결정판이라는 별칭을 얻은 영화이다. 의문의 사건이 발생하고 뒤이어 복선을 깔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동안 의문의 사건들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는건 히치콕 영화의 흔한 패턴 중 하나다. 배우들이 사건에 대해 조금씩 접근해 갈수록 위기가 찾아오고 그 위기들을 극복하는 치밀한 극적인 구성이나 사건의 진실에 접근 할수록 위험 역시 증가한다는 히치콕식 서스펜스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서 서스펜스가 주목을 받는 두 장면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손힐은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인물 케플란을 만나기 위해 밭에서 그를 기다린다. 그는 나타날 생각이 없고 심지어는 경비행기가 나타나 손힐을 위협한다. 주인공을 향해 비행을 하고 급기야 총까지 난사한다. 비행기의 습격을 받는 장면은 알 수 없는 인물로부터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의 서스펜스를 극대화 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명장면이다.
경비행기 추격전에 버금가는 서스펜스가 폭발하는 다른 장면은 러시모어 산에서의 추격전이다. 비밀의 인물인 켄달의 정체가 후에 밝혀지지만 손힐은 그녀를 포기하지 못한다. 손힐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악당들이 숨어있던 곳에 접근하여 비밀스러운 접근을 시도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영화 마지막 러시모어 산에서의 유명한 클라이막스 장면이 펼쳐진다. 악당들에게 쫓기는 와중에 손힐이 깊은 절벽 아래로 추락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켄달을 구해내는 장면은 이 영화 최고이자 최후의 명장면이자 두 남녀의 로맨스를 완성시키는 극적인 결말이다. 스릴러이지만 끝은 로맨스로 마무리하게 된다.
4. 공포요소를 통해 서스펜스를 전개하는 <싸이코>
<싸이코>는 알프레드 히치콕을 거장의 반열로 올려놓은 영화 중 하나이며, 히치콕의 모든 영화가 그러하지만, 서스펜스의 묘미를 가장 잘 보여준 영화다. 릴라 크레인과 샘이 싸구려 모텔에서 시작되는데 첫 장면은 둘의 관계와 이 둘이 경제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짧고 굵게 보여준다. 샘은 이 경제적 문제에 대해 다소 격양되어 보이고 불안해 보이지만 릴라는 보다 침착하고 차분해 보인다. 4만달러를 훔치는 일에 휘말리는 것은 일을 저지를 것만 같던 샘이 아닌 릴라다. <싸이코>의 서스펜스는 이 지점에서부터 출발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충동적으로 보이는 샘이 돈을 훔쳤겠지만 <싸이코>는 침착하던 릴라가 충동적으로 돈을 훔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사건의 진행과는 별개로 릴라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이 부가적으로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싸이코>는 주인공 마리온의 시점을 중심으로 시작한다. 샘과 결혼을 원했지만 빚 때문에 결혼을 고민하고 있던 때에 그녀가 다니는 회사에 현금 4만 달러가 들어오게 된다. 사장으로부터 그 돈을 맡은 그녀는 애인 샘에게로 도망가버린다. 이 때 마리온은 외곽지역 인적이 드문 한 모텔에 도착한다. 모텔의 주인인 노먼이 등장하고 모텔 뒤의 저택에서 노모와 산다고 말한다. 그날 밤 그녀는 샤워 도중 의문의 사람에게 살인 당한다. 한편, 사립탐정은 라일라, 샘과 마리온을 추적한다. 추적하던 중에 사립 탐정이 살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모텔 주인 노먼은 정신분열증 환자이고 10년 전에 죽은 어머니의 인격을 가진 싸이코 살인마 라는 것이 드러난다.
공간과 사운드에 의해 <싸이코> 속 긴장감은 완벽하게 지배된다. 마리온이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잠시 머물게 된 고속도로 옆 외딴 ‘베이츠’모텔은 영화의 핵심적인 배경이 된다. 그리고 모텔 뒤쪽에 보이는 집은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핵심 객체로 기능한다. 2층 창문 불빛의 실루엣을 통해 작지만 강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노먼의 노모의 미스테리한한 모습은 영화 전반적으로 음산하고도 낮은 첼로 선율이나 고음의 바이올린 선율은 음산한 연출을 한다. 더불어 흑백 화면과 어우러져 이러한 극적인 긴장은 화면 속으로 빠져들 것 같은 몰입을 준다. 잠시 논외로 <싸이코>속 등장하는 버나드 허먼의 날카로운 바이올린 소리로 유명한 노래는 최고의 영화 배경음악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 '싸이코'를 이야기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샤워장면이다. 서스펜스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림자의 음영으로 살인마를 등장시키는 이 장면은 관객을 놀라게 하기 위해 히치콕이 완벽하게 그려냈다. 자넷 리가 샤워를 할 때 카메라의 시선을 샤워를 하는 자넷 리가 아닌 오른쪽 측면에 자넷 리를 배치하고 정면에 샤워 커튼을 둔다. 그리곤 천천히 커튼 뒤로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며 완전히 관객만이 알 수 있는 장면 연출을 했다. 히치콕 감독이 서스펜스를 아주 잘 의도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단순히 살해장면을 그려낸 것이 아닌 모든 것이 계획된 장면임을 보여준다. 히치콕이 왜 위대했고 서스펜스의 대가인지 알 수 있다.
영화 속에서 2번째 등장하는 살해장면은 자넷 리의 실종을 추적하는 아보개스트가 계단 위에서 살해당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 역시 샤워 장면 만큼 서스펜스가 강하게 느껴진 명장면이다. 샤워 장면과 마찬가지로 아보개스트의 살해 장면은 한 인물의 살인이 벌어지기 직전까지 관객의 긴장을 증폭시킨다. 계단은 중요한 역할인데, 우연치않게 노먼 베이츠의 자택을 발견한 아보개스트는 실내로 들어가 계단 위를 차례 차례 걸어올라간다. 실제 계단 보다 아보개스트가 올라가는 계단의 수가 많은 것처럼 연출을 해 살해장면 벌어지기 까지 관객들의 서스펜스를 유지하며 긴장을 유지한다. 쉽게 말해 즉 관객의 긴장을 자극시키고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기존의 계단 수였다면 오르고도 남을 시간을 연장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스릴러 영화와는 차별화되는 히치콕만의 연출을 느낄 수 있다.
5. 다른 영화가 서스펜스를 다루는 방법
히치콕이 다룬 서스펜스를 크게 3가지로 분류하자면, 공포스럽지 않던 요소가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서스펜스, 공간의 이동 또는 정적에 따른 서스펜스, 공포적요소를 통한 서스펜스 로 나눈ㄹ 수 있다. 현대의 영화들에서는 이러한 히치콕식 서스펜스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자.
첫째 영화 <샤이닝>의 경우 <새>와 같이 공포스럽지 않던 요소가 공포스럽게 변하는 서스펜스를 차용한다. 주인공 잭은 소설가로 겨울 간 오버룩 호텔의 관리인으로 취직한다. 폭설로 인해 호텔은 고립되고, 샤이닝을 보는 특수한 능력이 있는 잭의 아들 대니는 아버지를 유령들이 미치게 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잭은 과거에 두 딸과 아내을 죽인 관리인 그래디의 유령을 만난다. 스티븐 킹의 공포를 영화 기법 중 하나인 스테디 캠의 이미지로 옮겨낸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영화다. 평범했던 가장 잭은 오버룩 호텔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미쳐가며 비공포의 대상에서 점차 공포의 대상으로 변한다. <새>역시 공포의 대상이 아닌것에서 새들이 이상행동을 보이며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오게 된다.
두 번째로 공간에 대한 서스펜스를 다루는 대표적 영화는 <베리드>가 있다. 주인공은 이라크에서 트럭 운전사로 일하는 미국인이다. 주인공은 갑작스럽게 습격을 받게되고 영문도 모른채 관 속에 갇힌다. 전화기에 의지해 깊은 땅 아래 관속에서 탈출하는 사투 과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살아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생존을 위한 고독한 싸움을 시작한다. 관 속이라는 고립적인 공간을 강조하여 등장인물의 심리를 다루고 사회와 완벽하게 고립시킨다. <베리드>는 마치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관속에 갇힌거 같은 효과를 주어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켜 서스펜스를 전달한다. 히치콕과 정적인 공간에서 서스펜스를 전달하는 것과는 차이는 있다. 히치콕의 <이창>은 집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구조다. <베리드>는 관 속에 갇혀있는 구조다. <베리드>는 주인공의 표정을 통해 그 마음이 관객에게 전달되며, 그를 고립시키는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서스펜스를 유지하며 과연 주인공이 관 속에서 탈출 할 수 있을지 과정에서 죽지는 않을지 하는 불안감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세 번째로 공포적요소를 이용한 서스펜스를 활용한 영화로 <조난자들>을 들 수 있다. 줄거리는 홀로 산속 주인 없는 펜션을 찾아온 여행자 ‘상진’은 우연히 동네 청년 ‘학수’를 만나 그에게 도움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학수’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친절하게 대하는 그를 부담스럽게 느낀다. 게다가 펜션 주변에 있는 공격적인 사냥꾼, 다짜고짜 숙박을 원하는 무례한 사람들과 마주치며 짜증과 위협을 느낀다. 그날 밤 폭설로 인해 ‘상진’은 낯선 사람들과 함께 펜션에 고립되고, 설상가상 손님 중 한 명이 피를 흘린 채 시체로 발견된다. 누가 살인자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진’과 수상한 사람들 간의 오해와 의심은 점점 쌓여만 가고, 뒤가 구린 듯한 경찰의 등장으로 의문의 살인 사건은 알 수 없는 결말을 향해 치닫게 된다. <싸이코>와 같이 살인자라는 공포적 요소가 작용하며 서스펜스를 유지한다. 이 영화는 한국의 독립영화임에도 서스펜스 부분이 뛰어나 많은 평론가에게 극찬을 받은 영화다.
6. 히치콕 영화의 다른 특징
지금까지는 히치콕의 영화들을 서스펜스 측면에서 비교하고 비평해보았다. 서스펜스 외의 히치콕 영화의 특징을 알아볼 것이다.
히치콕의 촬영기법은 당대에 새로웠고 지금까지도 연구된다. 히치콕의 촬영기법을 뜻하는 “히치코키언”이라는 용어까지 탄생할 정도이다. 〈현기증〉에서 쓰인 이른바 현기증 기법(Vertigo effect)은 히치콕이 만들어낸 새로운 촬영기법이다. 카메라를 뒤로 빼면서 렌즈를 줌하면 발생하는 영상효과로화면 가장자리는 그대로인데 화면 중앙은 멀어져보인다. 반대로 트랙인/줌아웃을 하면 화면 중앙이 가까워 보인다. 이 기법은 〈죠스〉, 〈폴터가이스트〉, 〈이벤트 호라이즌〉,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라이프 오브 파이〉, <공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등 후대 영화에서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거나 인물을 강조할 때 쓰인다. 또 히치콕의 영화 〈로프〉에서는 단 한 번의 커트 없이 촬영하는 기법인 롱테이크로 촬영된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흔히 쓰이는 기법이지만 시대를 생각한다면 굉장히 혁신적인 기법으로 평가 받는다.
맥거핀을 정의하고 활용하기도 했다. 맥거핀이란 이야기에 동기를 부여하고서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퇴장하는 장치를 일컫는다. 더 이상 역할이 없으면 작품이 끝날 때까지 재조명되지 않거나 다른 맥거핀에게 배턴을 넘기기도 한다. 히치콕의 영화 중에서는 <사이코>가 맥거핀 사용의 대표적인 예로 손꼽힌다. 사이코의 초반에는 마리온이 훔친 돈다발이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중요한 내용이 되지만, 도망친 마리온이 노먼 베이츠의 호텔에서 살해당한 이후부터 스토리에서 돈다발이 존재의의를 상실한다. 현대 창작물에서의 사례 중 맥거핀의 사례로 유명하게 손꼽히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 3의 토끼발이다. 주역과 악역은 궁극의 무기라고 알려진 토끼발을 손에 넣어야 한다는 동기를 부여받고 싸우게 되는데, 정작 관객에게 토끼발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영화 도중 더 이상 제공되지 않으며 화면에 잠시 스쳐지나가는 정도로 등장하지 않는 등, 관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도록 의도된다. 토끼발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다시 스토리에 중심에 서지 않는다. 영화 마지막까지 주인공과 국장의 입을 빌려서 맥거핀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7. 결론
알프레드 히치콕은 “서스펜스의 거장 ”이라는 키워드다. 물론 공포,스릴러 이외의 다양한 장르에서 명작들을 만들어 냈지만 공포,스릴러 장르를 다룬 히치콕은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서스펜스란 불안정한 심리 또한 그러한 심리 상태가 계속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을 말한다. 히치콕은 이 서스펜스를 적극 활용해 공포감을 조성한다. 서스펜스를 활용하는 양상에 따라 영화를 비평해보았다.
히치콕의 <새>는 공포스럽지 않는 요소로 공포감을 조성했다. 마을에서는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새떼들이 일제히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던 ‘새’를 소재로 하여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었고, 이는 대성공이었다. 영화 처음부터 공포의 존재를 설정하는 것과 영화를 전개해가며 나중에 공포의 존재를 설정한 것은 분명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두 번째는 공간의 이동 또는 정적을 통해 서스펜스를 이끌어낸 영화로 <이창>과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가 있다. 두 작품의 큰 차이점은 공간의 이동이다. <이창>은 영화 내내 집이라는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영화를 전개해나간다. <북북서로진로를돌려라>의 경우 첩보스릴러 답게 계속해서 공간을 이동한다. 두 영화는 서로다른 공간의 이동을 가지고 최고의 스릴을 선사한다. <이창>은 자신이 보는대로 내용을 추리하며 마지막에 가서는 자신의 추리를 확신하며 살인의 비확신을 확신으로 바꾼다. 카메라의 시선, 즉 관객의 시선을 제프리의 시선에 동일시 시킨다. 우리는 제프리가 놓친 이 광경을 유일하게 목격하게 된다. 이를 통해 관객이 제프리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해준다. 이렇게 서스펜스가 생겨나게 된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첩보물이기에 앞서 촘촘히 짜여진 스릴러이다다. 매우 긴밀하게연결된 장면들을 바탕으로 다수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때로는 두뇌 싸움을, 때로는 액션을 펼쳐보이며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를 엮어간다. 배우들이 사건에 대해 조금씩 접근해 갈수록 위기가 찾아오고 그 위기들을 극복하는 치밀한 극적인 구성이나 사건의 진실에 접근 할수록 위험 역시 증가한다는 히치콕식 서스펜스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세 번째는 <싸이코>이다. <싸이코>는 알프레드 히치콕을 거장의 반열로 올려놓은 영화 중 하나이며, 히치콕의 모든 영화가 그러하지만, 서스펜스의 묘미를 가장 잘 보여준 영화다. 침착하던 릴라가 충동적으로 돈을 훔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사건의 진행과는 별개로 릴라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이 부가적으로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싸이코 속 긴장감은 철저히 공간과 사운드에 의해 지배된다.
히치콕 감독의 연출이 단순한 스릴러 영화의 살해장면과는 차별화되는 그 만의 특성을 느끼실 수 있다. 히치콕의 영화들은 당대에 흉내낼 수 없는 히치콕만의 영화들을 만들어냈다. 서스펜스 적인 측면에서도 큰 족적을 남김은 틀림없다. 히치콕의 영화를 모두 본 것은 아니지만 히치콕의 영화를 볼때면 많은 생각을 들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