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문예창작공모전 비평 당선작
2019 문예창작공모전 비평 당선작
국어국문학과 20181115 한지인
1. ‘기생충’의 화제성 및 주목해야 할 점
우리는 기생충을 “다른 동물체에 붙어서 양분을 빨아 먹고 사는 벌레”라고 정의한다. 어쩌면 이 단어는 벌레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올해 5월에 개봉한 영화 ‘기생충’은 이러한 단어에 빗댈 수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개봉하기도 전에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라는 것으로 먼저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황금종려상이기 때문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화제만큼 비평문이 많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최근에 제작된 영화이기에 더욱 이 영화를 비평하거나 연구한 사례가 드물다.
이 영화는 무슨 내용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어서 영화관에 앉을 때까지 무슨 영화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데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향이 컸다. 그가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그는 자신의 영화가 무슨 느낌인지까지도 많이 알려주지 않았을까? 이에 대한 답은 영화의 연출 면에서 추측해볼 수 있다. ‘기생충’은 영화를 보고 나서 이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는 관객이 없을 정도로 확실하고 정확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주제를 미리 알고 영화를 본다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것이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영화의 주제는 ‘바뀌지 않는 숨겨진 계급 사회’라고 볼 수 있다. '기생충'의 등장인물들을 크게 기택네 가족, 박사장네 가족 그리고 문광네 가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족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이들 가족 간의 숨겨져 있는 계급을 통해 감독은 이와 같은 사회와 차별 등을 비판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 주제를 돋보이게 한 것은 ‘연출’이다. 영화 속에는 같은 사물이나 소품을 사용하는 가족들을 데칼코마니처럼 보여주면서 계급은 있어도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수미상관과 같은 기법으로 영화의 처음과 끝을 같은 장면으로 끝내는 등 다양한 연출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여주었다.
특히 영화 연출 부분에서 주목해야할 요소는 ‘모스부호’이다. 모스부호는 영화 속에서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전개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모스부호에 주목하였고 관련 장면을 찾아 분석하고자 한다. 또한 모스부호와 더불어 여러 상징물이 쓰인 이 영화의 의의를 찾아보고자 한다.
2-1. 전체적인 영화 줄거리
‘기생충’은 기우네 가족의 이야기부터 전개된다. 이들 가족은 일자리는 없지만 노동할 인력만 있다. 즉 백수 가족이다. 이들은 반지하에 살고 있다. 어느 날 기우가 친구가 하던 영어 과외를 대신하게 되어 학력을 속이고 박사장네 가족에게 접근하게 된다. 그는 박사장네 첫째인 다혜에게 영어 과외를 해주게 된다.
기우는 박사장의 부인인 연교가 둘째 다송의 미술 선생님을 구하려 했지만 실패했었다는 것을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다. 그는 연교와 얘기하던 도중 미술을 했던 자신의 동생인 기정이 생각난다. 그래서 기정이도 학력을 속이고 미술 전공 학생으로 사모님에게 소개한다. 결국 기정이는 둘째인 다송이에게 미술 치료와 같은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그 집에서 일하던 도우미와 운전기사를 각각 결핵 환자, 변태 마약범으로 몰아 연교가 자르게 만든 후 도우미로 기우의 엄마 춘숙이, 운전기사로 기우의 아빠 기택이 취업하게 된다. 온 가족이 박사장 집에 취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우네 가족은 이 집에 자신의 가족뿐 아니라 다른 가족도 기생하여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바로 전에 일하던 도우미 문광의 가족이 박사장 가족들이 살기 전부터 그 집 도우미로 지내면서 알고 있던 지하 벙커에서 ‘기생충’같이 지내왔던 것이다. 이를 알게 된 기택네 가족, 기택네 가족이 서로 가족인 것을 속이고 취직한 것을 알게 된 문광네 가족이 충돌하면서 이 영화는 극에 달한다.
그 싸움으로 인해 문광이 죽게 되었고 그로 인해 화가 난 문광의 남편이 지하 벙커에서 올라왔다. 부잣집 막내 생일날, 그는 파티를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문광의 남편은 기정을 죽이고 춘숙은 그러한 문광의 남편으로부터 기정을 보호하려하다 그를 죽인다.
많은 충돌 속에서 박사장은 자기 아들이 놀라서 쓰러진 것만 보고 차키를 찾는데 그 차키는 문광의 남편 밑에 깔려있었다. 그것을 가져오면서 박사장은 그의 지하 냄새로 역겨워한다. 이를 본 기택은 박 사장을 죽이고 도망쳤지만 결국 기택은 도망칠 곳이 없다고 느끼고 박사장네 지하 벙커로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다시 이어지는 기택의 기생 생활, 그리고 이러한 엄청난 일이 있어도 바뀌지 않는 사회 속 계급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2-2. 영화감독 ‘봉준호’가 가지는 특징과 세계관에 대하여
봉준호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영화감독 중 하나이다. 그는 제작하는 영화마다 작품성, 대중성이라는 두 가지의 측면을 모두 놓치지 않았고 수많은 사람에게 인정을 받았다. 특히 ‘기생충’으로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의 영화가 사랑받고 있음을 대중에게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봉준호의 개성으로 연출된 영화들은 모두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굉장히 섬세한 구조로 되어있다. 그는 그 구조를 활용하여 초반부의 복선이 후반부로 갈수록 도드라지게 보이게 하였고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초반부를 다시 한 번 곱씹게 한다. 또한 후반부로 가면 그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게 하였다.
봉준호는 영화를 연출할 때 구체적인 외부 세계를 텍스트 안으로 끌어들여 서사를 구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와 같은 예를 기생충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생충에서의 구체적인 외부 세계는 숨겨진 현대의 계급 사회일 것이고 이러한 세계를 영화 속으로 가져와 영화를 전개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봉준호의 영화가 작품과 현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는 특징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도 이와 같은 특징을 보인다. 이 작품은 80년대 한국 사회라는 현실과 영화가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기생충’은 이보다 더 나아가 한국 사회 뿐 아니라 다른 곳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차별과 생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눈여겨볼 만한 가치가 있다. 또한 우리는 이를 통해 봉준호 감독이 가진 세계관의 스펙트럼이 ‘살인의 추억’을 제작할 때에 비해 넓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3. 작품 속 등장인물 분석
우선 기택네 가족의 구성원으로는 기택, 기우, 기정, 춘숙이 있다. 이들에게 기우의 친구가 찾아오는데 그는 여기서 두 가지의 역할을 한다. 첫 번째로 기우에게 박사장네 집에서 과외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두 번째로 영화에서 중요한 상징물 중 하나인 ‘수석’을 기우 가족에게 선물한다. ‘수석’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이 가족 중에 기정과 기우는 기택과 춘숙에 비해 초반에 피자집에서 알바를 하기 위해 애쓰는 등 자신의 계급에서 최대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 이 가족들 중 의지가 있는 이 둘에 대해서 더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기우에 대해 분석해보면 그가 친구인 민혁처럼 되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 민혁이 기우에게 다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서 하는 말이 있다. “나 진지해. 내후년에 대학 입학하면 정식으로 사귀자고 하려고.” 영화의 대사를 자세히 본 사람이라면 기우가 이 대사와 비슷한 대사를 했다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대학교 들어가면 정식으로 사귀자고 하려고요. 진지하게.” 이 대사는 박사장네 집에서 기택네 가족이 술을 먹으면서 한 것이다. 이는 민혁처럼 되고 싶은 기우의 마음이 가장 돋보이는 대사이다. 또한 기우는 문광의 남편과 문광을 지하 벙커에 감금하고 집으로 도망쳐오면서 “민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말한다.
이러한 여러 대사를 통해 민혁이 되고 싶은 기우의 마음을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빈곤층이 중산층을 동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정이는 기택네 가족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인물이며 가족 중 유일하게 죽는 인물이다.
“너 아까 욕조에서 목욕할 때” - 기우
“목욕 뭐?” - 기정
“뭐랄까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이 부잣집 분위기랑 잘맞어. 우리랑은 달러. 얘가 아까 욕조에 앉아서 텔레비전 딱 보는데 이 집에서 오래 산 느낌?” - 기우
- 영화 기생충 中
앞 대사는 기우가 박사장네 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기정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과 관련지어 기정이 죽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기정이 박사장네 집과 잘 어울린다는 것은 반대로 기정이 하류층에 가장 안 어울리는 사람인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문광의 남편이 다송의 생일파티에서 하류층 사람을 죽이려 할 때, 하류층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기정을 먼저 죽일 수 있다고 기정이 죽는 이유를 설명한다.
하지만 이 의견은 타당하지 않다. 다송의 생일 파티에는 상류층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렇다면 기정은 그 사람들에 섞여 하류층 사람들 중에 가장 찾기 힘든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 의견대로라면 기정이 죽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기정의 죽음과 박사장의 죽음이 굉장히 비슷하다고 느꼈고 기정의 죽음을 이야기하려면 그 둘의 연관성을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정의 죽음은 기택네 집에서 가장 재능이 있는, 도움이 되는 인물이 죽은 것을 의미하고, 박사장의 죽음은 박사장네 집에서 상류층을 유지시켜 주는 데에 크게 이바지 하는 인물이 죽은 것을 의미한다. 각 가족의 중요한 역할이 죽으면서 이 영화의 부제인 데칼코마니가 생각나는 부분이었다.
앞처럼 생각해보면 기우를 만난 이후가 박사장네 가족들에게는 지옥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박사장네 가족은 박사장, 연교, 다혜, 다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높은 언덕을 올라가야 있는 전원주택에 살고 있다. 집의 위치부터 기택네 가족과 대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두 가족의 집은 수직적인 계급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가족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박사장에 대해 더 분석해보고자 한다. 박사장은 항상 ‘선’을 중요시한다. 차안에서 기정의 속옷이 발견됐을 때 운전기사를 의심한 그는 관계를 맺더라도 앞에서 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자리인 뒷자리를 침범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관계를 맺었다는 불쾌함이 아닌 자신이 정한 선을 넘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것이다. 또한 그 사건으로 운전기사로 기택이 들어갔을 때, 그는 기택이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지만 결국 안 넘어서 좋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박사장은 자신과 다른 계층에게 선을 긋지만 연교와 잠자리를 가지면서 그는 상류층들도 다른 계층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 다음 문광네 가족은 문광의 남편과 문광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기택네 집보다 더 아래에 있는 지하벙커에 살고 있기 때문에 수직적 계급에서 가장 아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이러한 계급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기택네 가족과도 대비가 된다. 적어도 그들은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애썼지만 문광네 가족은 지하벙커만으로 행복해하며 살기 때문이다. 특히 문광의 남편은 자신을 지하벙커에 살 수 있게 해준 것이 박사장이라며 굉장히 존경하는 태도를 보인다.
또한 문광의 남편과 문광은 현대사회의 피해자로 볼 수 있다. 장사를 하다가 빚을 져서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다 지하벙커에 들어오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통해 감독이 현대 사회의 폐해를 보여주려 함이 아닐까 짐작해볼 수 있다.
2-4. 상징물 분석, 산수경석과 인디언을 중심으로
‘기생충’ 속에는 굉장히 많은 상징물이 있다. 그 중에서 영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는 산수경석과 인디언, 그리고 모스부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중에서 모스부호는 이야기 나눌 장면이 많기 때문에 뒤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산수경석은 영화 포스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상징물을 포스터에 등장시킨 점을 통해 영화에서 산수경석이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산수경석은 20대, 30대에게는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물건이다. 일상에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에게 친근하지 않다.
이러한 상징물을 봉준호 감독이 영화로 끌어들인 이유는 그의 어린 시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아버지가 산수경석을 수집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어린 시절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영화에 드러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한 영화 속에서 산수경석과 연관되는 인물을 찾아보면, 그 인물에는 기우가 해당할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산수경석에 대해 그것은 이미 죽어있는 돌인데 그것을 자연에서 가져와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진열장에 넣은 것뿐이라고 언급하였다. 이것이 기우와 유사한 부분이 될 수 있다. 기우가 박사장네 집에 과외를 하러갈 때 그는 자신의 학력을 속였다. 물론 돌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닌 수동적으로 사람에게 지어짐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기우도 자신의 의지로 학력을 속인 것이 아니라 기우의 친구가 제안하면서 속이게 된 것이기 때문에 수동적이다. 영화 후반부에서 기우는 산경수석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기우도 다시 반지하로 돌아가면서 그 둘이 굉장히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점 이외에도 기우의 행동과 대사로 둘의 관계가 끈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우는 집이 물에 잠긴 상황에서도 돌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한다. 이에 대해 기택이 돌과 관련된 질문을 하자 아래와 같이 대답한다.
“돌은 왜 그렇게 껴안고 있냐?” - 기택
“이거요? 얘가 자꾸 나한테 들러붙는 거에요.” - 기우
“너 좀 자야겠다.” - 기택
“진짜로요. 얘가 자꾸 날 따라와요.” - 기우
-영화 기생충 中
이 대사를 통해서도 산경수석이 기우와 뗄 수 없는 물건이며 그와 연결되어 있는 물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듯이 기우가 곧 산경수석이라고 생각해본다면, 기우가 ‘Y 대학교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진열된 진열장은 박사장네 집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주목할 상징물은 ‘인디언’이다. 일단 인디언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로 잘못 생각한 데서 유래되었다. 영화 속에 인디언을 굉장히 좋아하는 인물이 있는데 그는 바로 다송이다.
“아니 이게 인디언 화살이에요. 심지어 미국 사이트에서 직구한 거야. 쟤가 작년부터 완전히 인디언 오타쿠가 되가지고 아휴.”
- 영화 기생충 中
영화에서 다송이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도 다송은 인디언 화살을 날리고 인디언 모자를 쓰는 등 인디언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준다. 또한 그 장면에서 연교가 위에 언급한 대사를 하기 때문에 다송이가 인디언을 좋아한다는 것을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다송이 인디언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송이 인디언을 좋아하는 것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다.
인디언은 외부 침략자로 인해 자신들의 땅을 한순간에 잃는다. 이 역사를 활용해서 영화 속 인물에 비유해본다면, 인디언이 박사장네 집 사람들이고 외부 침략자가 기택네 가족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박사장네 가족네 집에 하나씩 침범하는 것은 기택네 가족이니 말이다.
다송의 가족에게 기택네 가족이 기생충처럼 스며들어 결국은 박사장이 희생 당하고 박사장네 가족은 자신들의 땅, 그리고 가족을 잃게 된다. 이러한 것을 근거로 다송이 인디언을 좋아하는 것은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부분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이보다 더 나아가서 외부 침략자가 결국 인디언들의 땅을 빼앗는 것처럼 박사장네 집의 모든 것을 기택네 가족이 빼앗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처럼 기택네 가족은 ‘기생충’일 뿐이다. 기생충은 숙주 그 자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한 결말이 나오지 못한 것이다.
2-5. 하류층의 언어 모스부호와 모스부호 편지의 의도에 대해서
모스부호는 영화 속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모스부호는 점과 선을 배합하여 문자ㆍ기호를 나타내는 전신 부호를 의미한다. 하지만 본래 의미와 달리 영화 속에서 모스부호는 빛의 점멸만을 모스부호로 사용하고 있다. 모스부호는 영화 속에서 하류층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뭘 그렇게 봐. 민망하게. 박사장님 오늘도 저를 맥여주시고 재워주시고.. Respect! - 문광의 남편
너 맨날 이러고 있는 거야? - 기택
그치. 감사 인사를 아예 단어 째 올려 보낼 때도 있고,, 아저씨 나이면 알잖아 모스부호. 다송이는 알 텐데. 컵스카우트니까. -문광의 남편
- 영화 기생충 中
위 대사는 문광의 남편이 지하벙커에서 버튼을 눌러 지상에 있는 복도의 불을 키는데, 가끔 모스부호를 활용하여 불을 키며 박사장에게 감사함을 전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박사장이 이 고맙다는 메시지를 이해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한다. 박사장은 이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즉 모스부호는 상류층 사람들과 소통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언어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대사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상류층 중에 유일하게 그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인물은 대사에서 볼 수 있듯이 바로 ‘다송’이다. 영화 후반부에 문광이 죽기 직전, 문광의 남편은 울면서 도와달라는 모스부호를 불빛으로 보낸다. 다송은 혼자 텐트에서 해독해보고자 하지만 결국 해독에 성공하지 못한다. 유일하게 대화, 소통을 할 수 있는 상류층의 인물인 다송도 하류층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계층은 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계층은 물리적 거리만 먼 것이 아니라 언어적으로도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정이 더 확실하게 두 계층을 나누고자 한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을까하고 추측해볼 수 있다.
문광의 남편뿐 아니라 기우와 기택도 모스부호를 사용한다. 기우는 후반부에 산에 올라가서 박사장네 집을 지켜보다가 기택이 자신에게 보내는 모스부호를 우연히 보게 된다. 여기서 기택이 모스부호를 사용하는 목적은 ‘생존’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우가 해석하는 것도 아버지가 잘 있는지에 관련된 것이므로 결국 ‘생존’과 연관성이 있다. 이처럼 하위 계층에게 모스부호란 ‘생존’과 연결되는 중요한 것 중 하나이다. 이와 달리 다송이 모스부호를 사용하는 것은 오직 ‘취미’이다. 모스부호를 자신의 놀이 중 하나로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류층인 다송이 모스부호를 아는 것은 하류층이 모스부호를 아는 것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기택이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는 모스부호를 기우에게 보낸 이후, 기우는 아버지에게 전할 말을 모스부호로 적는다. 기우가 적은 모스부호로 된 메시지는 기택에게 전해질 확률이 굉장히 낮아 보인다. 그런데 왜 모스부호로 편지를 적은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필자는 두 가지의 이유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같은 하류층 간에는 모스부호라는 언어를 사용하여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감독의 의도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기택의 모스부호를 기우가 이해하는 장면으로도 소통간의 소통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이유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둘째, 기우의 입장에서, 아버지에게 보낼 수 있을 만큼의 확실한 다짐을 하고 싶어서 적은 것이다.
아버지, 저는 오늘 계획을 세웠습니다. 근본적인 계획입니다. 돈을 벌겠습니다. 아주 많이요. 대학, 취직, 결혼 다 좋지만 일단 돈부터 벌겠습니다. 돈을 벌면 이 집부터 사겠습니다. 이사 들어가는 날 저는 엄마와 정원에 있을게요. 햇살이 좋으니까요. 아버지는 그냥 계단 위를 올라오시면 됩니다.
- 영화 기생충 中
위의 대사는 기우의 모스부호 편지를 기우가 읽은 것이다. 이처럼 기우의 모스부호 편지에는 기우의 돈을 벌겠다는 다짐과 박사장네 집을 살 것이라는 포부가 담겨있다. 이 포부를 쓸 때 기우의 상황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는 자신이 그 집을 사지 않는 이상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였을 것이고 자신으로 인해 이러한 비참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을 수도 있다. 즉 기우가 이러한 포부와 다짐으로 아버지에게 약속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가 못 읽더라도 자신의 상황이 안 좋으니 마음을 다잡기 위해 편지를 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기택이 모스부호로 자신에게 편지를 전했으니 기우 자신도 따라서 모스부호를 사용하면 기택에게 정말 편지의 내용이 전해질 것 같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2-6. 상류층의 언어인 영어에 대하여
하류층의 언어가 모스부호로 존재한다면, 상류층에게는 따로 언어가 존재할까? 우리는 “Is it okay with you?”, “I’m deadly serious”와 같은 대사를 영화 속에서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문장을 연교는 과장된 발음으로 사용하며 웃음을 주기 때문에 연교 역을 맡은 조여정이 한 애드리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조여정은 이것을 시나리오에도 나와 있는 대사였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필자는 영어가 상류층의 언어로 영화 속에서 등장했다고 생각한다. 일단 단순히 생각해보면 영어는 연교가 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스부호와 달리 더 보편적인 언어인 영어는 기우와 기정이 알아듣기도 한다. 이것을 통해 상류층에 세계에 발을 딛고 싶은 자들이 있고 그런 자들은 상류층이 되기 위해 상류층들과 소통하고자 한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누구든 하류층의 언어보다는 상류층의 언어를 배우고 싶어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스기호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언어가 되고, 영어가 보편적인 언어가 된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기우는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통해 박사장네 집에서 가장 높은 층인 2층에 올라갈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그에게 영어가 상류층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는 수단이 된 것이다.
영어는 문광네 가족과 기택네 가족의 육체적 갈등 장면에서 또 등장한다. 문광은 기택네 가족의 약점을 알게 된 후 계속 영어 단어를 사용한다. "talking about", "fresh"와 같은 영어를 쓰지만 안 어울리는 상황에 영어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모습은 그녀가 건축가, 사업가 등의 상류층 사람들과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한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녀가 상류층과 어울리면서 그녀에게 상류층의 언어가 어설프게 남은 것으로 볼 수 있다.
3. 앞에서 다룬 내용 요약 및 영화의 의의를 중심으로
영화 기생충은 우리나라의 사회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에서는 세 가족이 나오고 이 세 가족은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수직적인 계급을 보여준다. 박사장네 가족이 상류층을 상징하고, 기택네 가족과 문광네 가족은 하류층을 상징한다.
기택네 가족과 박사장네 가족에서 이 영화의 부제인 데칼코마니를 찾을 수 있는데 데칼코마니 단어는 ‘죽음’이다. 기택과 박사장의 가족 모두 각각의 가족 내에서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인 기정과 박사장이 죽는다. 이것을 통해 데칼코마니를 찾을 수 있었다.
또한 영화 속에는 굉장히 데칼코마니와 상징물 등이 있었는데 그 많은 상징물 중에서 산경수석, 인디언, 모스부호에 대해 알아보았다. 산경수석은 일단 감독의 어린 시절과 관계가 있다. 봉준호의 아버지가 산경수석을 모으셨는데 그 때 느낀 감정이 영화를 통해 실현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속에서 산경수석은 기우를 뜻한다. 기우와 산경수석이 많은 공통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모두 수동적으로 이름이 붙여지고 진열장 안에 진열되어 있다가 마지막엔 결국 산경수석은 다시 자연으로, 기우는 반지하로 돌아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번째로 인디언에 대해 분석해보았다. 인디언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디언은 외부 세력자에 의해 자신들의 땅을 침범당하고 빼앗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인디언은 박사장네가 될 것이고 박사장네 집으로 한명씩 취직하는 기택네가 외부 세력자에 해당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결국 인디언은 박사장네가 기택네에 의해 부정적인 결말을 맞게 될 것이라는 걸 암시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모스부호에 대해 필자는 이 영화 속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상징물로 보았다. 모스부호는 하류층이 소통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상류층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상류층 중에서 유일하게 다송이가 모스부호를 알지만 모스부호로 구조요청을 하는 문광 남편의 메시지를 결국 해독하지 못한다. 다송이에게 모스부호는 취미이자 놀이일 뿐이다. 하지만 기택이나 기우, 그리고 문광의 남편에게는 생존의 수단이 된다. 모스부호는 상류층에게는 놀이에 불과하지만 하류층에게는 생존의 수단이자 소통의 수단이기 때문에 의미가 다르다고 보았다.
모스부호가 하류층의 언어라면 상류층의 언어는 영어일 것이다. 상류층의 언어는 하류층의 언어와 달리 기우, 기정과 같은 하위층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을 통해 그들과 같은 하류층이 상류층으로 가기 위해 상류층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하류층의 언어는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고 상류층의 언어는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보편적인 언어가 된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기생충에 숨겨진 많은 상징물과 감독의 의도를 찾아보고자 하였다. 물론 감독의 의도가 아닌데 관객들 혹은 필자가 의미를 부여해서 상징물이 된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 뿐 아니라 관객도 영화의 의미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무엇이 나쁘다 할 수 없다. 또한 이처럼 영화에 나온 모든 것이 상징이 되는 영화는 관객들이 해석을 하고 그 의견을 관객들끼리 나누면서 더 재밌어진다.
처음 이 영화로 비평문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모스부호’의 효과를 찾고자 하였다. 하지만 모스부호만의 효과는 영화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모스부호를 포함한 여러 상징물과 감독의 의도, 영화의 주제 그리고 필자의 의견과 같은 이 모든 것이 합쳐지면서 효과를 내 영화가 더욱 재밌어지고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분석하고 또 분석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이다. 그의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영화가 감독의 의도만을 찾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영화 안에는 많은 상징들이 있기 때문에 그 상징물들을 활용하여 우리가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할 수 있는, 그래서 더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