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으로서의 건축
지강일(한예종 건축학과 교수)
환경으로서의 건축
지강일(한예종 건축학과 교수)
강연일 : 2023.5.17.(수) 오후 2시~4시
강연장소 :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조관 104호 | 온라인 유튜브 생방송
강연자 : 지강일 (한예종 건축학과 교수)
강연 내용 : 환경으로서의 건축을 여러 규모의 관점으로 읽어내기
<강연 요약 영상으로 다시보기>
현대의 전 세계는 도시이고, 모든 환경은 인간이 조종하고 만들어낸 건축 환경이다. 이번 강연에서는 건축이 환경으로서 개인과 사회, 생태계 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큰 규모(scale)부터 작은 규모까지를 여러 관점으로 살펴보았다. 또한 그러한 관점에 기반해 생기고 있는 새로운 건축의 변화와 시도들에 대해서도 설명하였다. 다와다 요코의 개념으로 돌아가면 사물과 물질을 어떻게 배치하는지, 즉 건물을 어떻게 짓는지에 따라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해 보았다.
1. 다와다 요코의 얼굴 개념과 환경으로서의 건축
다와다 요코 얼굴 개념에 맞추어 건축을 어떻게 하나의 환경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 또 인식해야 하는지를 중점으로 건축을 살펴본다. 『다와다 요코: 몸과 사잇공간의 시학』을 보면 “텍스트로서의 얼굴을 읽을 때에는 흔적뿐만 아니라 사물의 배치에도 주목해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사물의 배치'라는 표현은 건축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배치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건축과도 밀접하다. 건축의 얼굴, 표면으로 보여지는 형태가 완성되려면 그 전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많이 고려가 되어야 한다.
공사기간이 긴 것으로 유명한 건물인 시드니하우스와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공사 과정의 이미지를 보면 골격만 있는 상태가 보인다. 뉴욕 맨해튼의 숲으로 뒤덮여 있던 과거와 도시화 된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400년 동안 엄청나게 많은 물자와 노동력이 이곳으로 이동하였고, 사용이 되었고, 어디론가 버려졌을 거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현재 모습의 도시만 보면 도시가 어떠한 보이지 않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평상시에는 잘 생각해 볼 수 없으므로 이번 강연에선 보이지 않는 배치 과정에 대해서도 살펴보기로 했다.
Jørn Utzon(1918-2008), Sydney Opera House, Sydney, Australia (1959-1973)
Antoni Gaudí (1852-1926), Sagrada Familia, Barcelona, Spain (1882-)
2. 방법론 : 규모(Scale)의 가시화
건축에서 무엇이 어떻게 배치되었고, 그것이 개인과 환경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는 방법으로 “규모의 가시화"가 있다. 규모를 가시화하는 방법을 사용한 예시로 Charles and Ray Eames 건축 그룹의 <Powers of Ten(1977)>이라는 비디오 작품이 있다. 이 작품에서처럼 다양한 규모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큰 규모와 작은 규모의 것이 상호작용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도시와 건축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도시를 여러 규모로 가시화하여 알아볼 것이다.
Charles and Ray Eames, <Powers of Ten: A Film Dealing with the Relative Size of Things in the Universe and the Effect of Adding Another Zero> (1977)
3. 세계 규모 : 모든 곳이 도시인 현대 세계
영토권 규모 Territorial scale와 지역 규모 Regional scale
2000년 이전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 도시와 시골을 별개의 관련이 없는 요소로 보았다. 그러나 작가 렘 콜하스(Rem Koolhaas)는 2000년 1월 1일에 출간된 책 『Mutations』 에서 세계는 하나의 도시로 볼 수 있다고까지 주장하였고, 이 책이 출간 된 후 도시와 시골은 분리된 것이 아닌 상호작용하는 요소로 보기 시작했다. 도시와 가장 관련이 없다고 상상하는 북극도 살펴보면 세계에 송유관을 통해 석유를 보내기 위해 석유 추출 구조물들이 설치되어 있고, 대기도 빈 공간 같지만 도시들을 잇는 수많은 비행기가 오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극과 대기 또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사용할 자원이나 물자를 실어나르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도시인 것이다.
이어 렘 콜하스는 2020년에 우리가 생각하는 시골이 가상의 공간이 아닐까 할 정도로 시골이 오히려 도시보다 더 첨단화되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추출하기 위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책 『Countryside, A report』과 전시를 통해 드러냈다. 텍사스의 농장에선 농작물 생산을 위해 16km제곱의 도시만한 규모가 규격화 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페인에선 거대한 하얀 비닐하우스들이 농장지대를 뒤덮고 있기도 하고, 네덜란드 로테르담 인근의 농업지대에선 첨단 led 센서 조명을 통해 인공적으로 식물을 재배한다. 지역적 규모의 관점으로 이러한 예시들을 비교하여 보면 시골도 곧 도시임을 알 수 있다.
Rem Koolhaas, 『Mutations』 (January 1, 2000), Front Cover & Back Cover
Bovanenkovo gas field on the Yamal peninsula in the Arctic Circle on May 21, 2019
Randall County Feedyard, Amarillo, Texas, vs. Wall Street District, NYC, New York
4. 건축 규모 : 환경 위기와 건축의 변화
약 100년 전인 1930년에 지어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전 지구적인 물자의 이동을 통해 뉴욕에 지어진 초고층 건물이다. 물자가 어디에서부터 출발해 뉴욕에 도착했는지 그 경로를 표시한 지도는 광범위한 영토에서 자원을 채취하고 하나의 땅으로 이동을 시켜 하나의 건물로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과거 전지구적으로 자원을 끌어다가 건축하는 방식은 그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였고, 이러한 건물이 수명을 다하면 철거하고 쓰레기로 매립하는 방식은 환경에 큰 악영향을 끼쳐왔다. 전 세계 탄소배출양의 약 40%가 건축물을 만들고 유지하는데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환경 위기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고, 앞으로 인류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건축물의 수 또한 늘어날 전망이므로, 건축과 도시를 만드는데 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Empire State Building(1930)
Kiel Moe. 『Empire, State & Building』 (2017)
Edward Mazira, “It's Time to Quit”, Architect Magazine, January 2020
이에 따라 현대에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환경 오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롭게 쓰이고 있는 주된 두가지 건축 방식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건축 자재를 만드는데 드는 에너지 양과 탄소배출량을 확인해 개편하고, 탄소배출량이 적은 목재와 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건축 자재의 종류에 따라 지구에 끼치는 영향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의 경우 탄소배출량이 가장 높은 소재인 반면 목재는 자라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잘라낸 자리에 새로운 나무가 자라기 때문에 탄소배출량이 음수인 자재이다. 목재가 풍부한 캐나다에선 20층이 되는 기숙사 건물을 거의 목재만을 사용해 만들기도 했다.
두 번째 방법은 건축 자재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2020년 지은 스위스 취리히의 미술관 건물은 기존의 콘크리트 건물을 해체하며 나온 콘크리트를 가루화하고 약간의 재료를 추가해 재활용하여 사용함으로써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였다. 이러한 노력이 프리츠커 상을 받는 데에도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건축계 내부에서도 건축 작품을 평가할 때 건축 과정에서 얼마나 환경에 영향을 끼쳤는지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CINARK – Centre for Industrialised Architecture, The Royal Danish Academy – Architecture, Design, Conservation Construction Material Pyramid (https://www.materialepyramiden.dk)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Kunsthaus Zürich, Zürich, Swiss (2020)
Lendager Group, Resource Rows Project, Copenhagen, Denmark (2019)
5. 건물과 신체 규모 : 신체건강을 고려하는 건축디자인
19세기에 병원은 건물 구조상 공기 순환이 안된다는 문제가 있었고 이로 인해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도 그곳의 전염병으로 인해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이팅게일은 노폐물이 있는 곳은 외기에 가깝게 두고, 방에 환기가 잘 되는 창을 여러개 두는 등 건물 형태를 새롭게 디자인해 파빌리온이라 불리는 병동 프로타입을 제안했는데, 전염병 환자의 수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는 건물의 형태가 사람을 살리는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역사적 사례였다. 이후 뉴욕에서는 전염병 발병률을 줄이기 위해 정책적으로 건물의 형태에 환기 공간과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고 법제화하였고, 이렇게 공공 건강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건축법이 강화되면서 건축물의 형태도 변화했다.
위와 같은 노력을 통해 뉴욕의 전염병의 발병률은 줄어들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만성질환의 발병률은 높아졌다. 전세계적으로 만성질환은 사망과 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인은 하루의 약 90%를 건물의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건물의 요소들이 만성 질환의 발병이나 신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해야 한다.
사람의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건물의 요소로는 먼저 건축 재료가 있다. 실내 공간을 구성하는 많은 제품들은 대부분이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온 화학 부산물들이지만, 현대 건축물의 재료 중 어떤 것이 인체에 유해한지 검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 유해물질로 검증된 것은 미국에서 약 8만개 중 5개에 불과하다. 현재는 화학 물질을 줄이는 방식과 유해성이 덜하다고 입증이 된 재료를 위주로 건축을 하고 실내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건축재료 외에도 실내 공기질과 건축 모양, 그리고 조명도 신체와 신체 리듬에 영향을 미친다. 하루종일 같은 색의 조명을 사용하는 대신 신체리듬에 맞게 시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조명만 사용해도 신체에 큰 이로움이 있다고 하여 그러한 제품을 활용하여 실내를 조성하기도 한다. 또한 실내에 자연광을 많이 들이기 위해 자연광이 드는 정도를 컴퓨터를 통해 시뮬레이션하고 분석하여 창의 크기와 밀도를 조절해 건물을 디자인하기도 한다.
Tunable led lighting, ACC Care Center, U.S.A Light spectrum from different sources
강연. 지강일(한예종 건축학과 교수)
요약. 진영민(아트콜라이더랩 외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