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와다 요코의 '얼굴', '가시화되는 것
최윤영(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다와다 요코의 '얼굴', '가시화되는 것
최윤영(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강연일 : 2023.4.19.(수) 오후 2시~4시
강연장소 : 온라인 줌(Zoom)
강연자 : 최윤영(서울대 독어독문과 교수, 기초교육원장)
강연 내용 : 다와다 요코의 얼굴, 도시, 정체성 개념은 흐르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 어느 것도 확실하거나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경계 너머의 세계를 보여준다.
<강연 진행 모습>
1. 얼굴에 대한 관찰들 : 얼굴의 어원과 의미, 관련 개념, 역할, 관련 작품 소개
얼굴의 어원과 의미, 관련 개념(가면: Persona)
얼굴은 영어로 Face, 독일어로 Gesicht 라 불리며, 독일어의 어원은 ‘보다’와 관련이 있다. 과거 얼굴은 정신이 깃든 신체 전체를 지칭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면 부분만 가리키는 의미로 변화했다. 얼굴과 관련된 개념을 생각해보면 ‘가면’이 있는데, 이는 최초의 가면이 사람 두개골의 뼈였다는 점과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가면은 문화에 따라 제례의식을 치루거나 연극에 활용되는 등 용도가 다양하였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책 『말테의 수기』의 '사람들이 얼굴을 여러개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꿔쓰기도 한다.'는 내용을 담은 구절에서 얼굴을 페르소나적 얼굴인 가면의 개념과도 연관지어 볼 수 있다.
얼굴의 역할(개성, 개별자의 존재, 타인의 존재, 표현, 소통)
얼굴은 고유한 형태를 통해 개인을 식별하는 기능을 하기에, 아이덴티티(identity), 즉 자기 동일성의 역할이나 개성표현의 역할을 하며 형태가 개인마다 고유하고 다양하다. 얼굴의 역할을 기술이나 학문과 연관지어 볼 수 있는데, 다양한 얼굴 안에서 특징에 따라 얼굴의 형태가 가지는 보편적인 공통점을 찾아내 분류하는 관상학이나 골상학이 있다. 현대에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얼굴로 개인을 식별해내는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얼굴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인류가 가지는 보편성이 있어 타인과 소통하는 역할도 한다. 책 『언마스크, 얼굴 표정 읽는 기술』의 저자 폴 에크만은 보편적인 감정 표현 신호가 얼굴의 근육으로 드러남을 연구한 결과를 밝혔다. 이에 얼굴 표정은 타인의 거짓말 여부를 식별하거나, AI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 때에 활용되기도 한다.
관련 작품(인종, 환경 속의 얼굴들)
얼굴의 개념을 일상생활, 환경, 사회 등과 연관하여 다양하게 확장한 문학 작품과 영화 작품을 소개하였다. 유대인으로서 나치의 수용소에 있었던 작가 레비나스는 책 『타인의 얼굴』을 통해 ‘타인의 얼굴에는 비참, 가난, 연약함 등의 고통이 드러나기에 타자의 얼굴은 타자를 향한 무한 책임의 의미를 제시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개인의 경험이 얼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작가 안나 김의 책 『어느 아이 이야기』는 얼굴이 주로 거리를 필요로 하는 ‘시각’에 의해 감각된다는 점에서 차가운 감각인 시각으로 인식되는 얼굴과 그것으로 인종이 구별되는 경험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여지를 주었다.
영화로는 얼굴이 예술이 되고, 도시는 갤러리가 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은 프랑스 작품인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 있다. 아네스 바르다와 JR, 두 감독이 포트 트럭을 타고 여러 동네를 방문하여 마을과 건물을 관찰하고, 건물에 사는 사람과 인터뷰를 하며 이야기와 사연을 듣고, 그 사람을 촬영한 후 얼굴을 건물이나 공간의 표면에 전시하는 과정을 담았다.
2. 요코 다와다라는 작가와, 작가가 말하는 얼굴의 개념 소개
작가 소개
요코 다와다는 1960년 생으로, 1979년에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독일에 와 1982년 함부르크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고, 2000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문학박사를 마쳤다. 그녀는 발터 벤야민과 카프카를 좋아하며 그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의 특징은 이중 언어 글쓰기, 즉 모국어인 일본어와 독일어 두 가지를 활용하여 글을 쓰는 작가라는 점이다. 그녀는 낯설음이 주는 경험을 소중하게 인식하며, 그녀에게 새로운 언어는 그러한 낯설음을 주고 모국어에서의 해방와 용기를 준다고 한다.
그녀는 독일에서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 중 하나인데,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만이 관찰할 수 있는 관점을 담은 여러 책을 독일어로 집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집필한 책들을 통해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그녀는 꾸준히 책을 쓰며 대학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작가가 말하는 얼굴의 개념
작가는 얼굴과 자아 정체성을 고정된 것이 아닌 변화하고 흐르는 개념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목욕탕』, 『오비드를 위한 마약』, 『경계에서 춤추다』, 『빈병』, ‘용의자의 야간열차』 등의 다수의 작품에 담긴 구절을 통해 소개하였다.
특히 작가가 말하는 얼굴의 개념은 『변신』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작가는 “얼굴은 가시적이 된 어떤 것”이라고 말하며, ‘얼굴은 그 자체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읽혀질 때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대상은 단지 인간에 국한되지 않으며, 동물과 세상 모두에 적용되어 경계와 범주를 허물기도 한다. 이밖에도 영혼을 표현하는 데 있어 ‘비행기가 너무 빨리 가서 영혼이 못 쫓아 왔다’고 말하는 등, 자기를 잃어버리는 소재의 이야기가 그녀의 책에 자주 등장한다. 더불어 공간과 장소, 지구 등 세상 모든 것의 모양이 매순간 물처럼 변하고 바뀌고 있어 가시화 된 나와 그것은 계속 변화한다고 바라본다는 것을 시사하였다.
강연. 최윤영(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요약. 진영민(아트콜라이더랩 외부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