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매립지의 생태적 틈새
이소요(미술작가)
쓰레기 매립지의 생태적 틈새
이소요(미술작가)
강연일 : 2023.5.3.(수) 오후 4시~6시
강연장소 :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조관 104호 | 온라인 유튜브 생방송
강연자 : 이소요 (미술작가)
강연 내용 : 쓰레기 매립지의 유기물과 무기물의 생태계로 도시 얼굴 읽어내기
<강연 요약 영상으로 다시보기>
보통 도시의 얼굴이라 하면 건축물이나 구조물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것이 용도를 다했을 때 땅이나 바다로 가 버려진 그 이후의 모습은 잘 생각하지 않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비슷하게 대부분이 삶의 터전 근처에 화장터나 매립 화로장 등 생을 마감하는 장소를 짓는 것을 기피한다. 그러나 그것도 삶의 일부이며 그 안에 있는 것은 다시 꺼내 보면 우리의 삶이 어땠는지 드러내기도 한다. 이번 강연에서는 도시, 지구의 표면뿐만 아니라 그것을 파고 들어갈 때 읽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본다.
1.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생태 알아보기
땅 아래 파묻혀 있는 것들. 도시 생태, 유물, 순환하는 물질
도시 생태를 이루는 것은 땅 표면의 건축물뿐만 아니라 땅 아래에 파묻혀 있는 전선, 파이프 등의 인프라들도 포함된다. 평소에는 보지 못하지만 도시를 지탱하는데 매우 중요한 수많은 인프라들이 깊이에 따라 숨겨져 있는 모습을 포스터를 통해 볼 수 있다. 땅 아래에는 한때 도시의 얼굴이었던 과거의 유물이 숨겨져 있기도 하다. 또한 질소, 물과 같은 물질은 항상 땅 표면에만 있지 않고, 땅 위로 드러났다가 땅 아래로 묻히는 과정을 반복하며 순환한다.
출처 : National Geographic
2. 생태관련 용어와 생태를 보는 관점
인류세
인류세란 인류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대를 말한다. 아직 인류세는 공식 인증된 시대가 아니지만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하는 단어이다. 인류세라는 개념이 나온 층서학(stratigraphy)에 따르면 지표면에 드러나는 것 뿐만 아니라 표면 아래로 지구에서 순환하는 물질이 누적되어 지질학적인 차이가 유의미하게 구별될 때 그 시대를 인정하고 구분할 수 있다. 인간의 영향으로 인해 만들어진 지층이 있는지 알기 위해선 지구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생태의 순환 과정에 인간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아야 한다. 당장은 인류세가 지정되지 않겠지만, 그것이 가능한지 지속적으로 사고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생태와 인간의 영향력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선 지구의 표면적 현상만 보기보다 물질을 유심히 들여보고 버린 물질이 어떻게 순환하는지를 가까이 다가가서 보는 주체적 노력이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 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
국제지질연대층서표, 2023
생태 관련 용어
생태계(ecosystem): 지구 안의 생물권과 지권(대기권, 암석권, 빙권, 수권)이 순환하며 만들어지는 중립적인 세계.
생태학(ecology) : 생태계를 연구하는 과학. 물질 순환을 관찰하는 학문.
생태비평(eco-criticism) : 인간-자연의 관계를 살펴보며 인문학, 문학, 철학 전쟁, 산업화, 자본화를 거치며 발생하는 불균형을 비평.
생태학의 특징
독일의 생물학자 Ernst Haeckel이 처음 사용한 단어인 생태학 ‘Oecologie’는 집을 뜻하는 ‘oikos’와 연구를 뜻하는 ‘logos’를 붙여 만든 단어이다. 생태학은 ‘집과 같은 하나의 계가 유지되기 위해 물질이 순환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것에서 시작한 만큼, 전체적인 물질 순환 과정을 보는 것이 중요한 학문이다. 세상을 보는 스케일이 다양하게 있고 그것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므로 어떤 스케일로 도시 생태를 볼 지, 즉 관찰 스케일을 결정해야 한다. 그것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통찰을 얻기 위해 직접 현장에 나가 경험하는 현장 연구가 중요하다.
녹조와 콘크리트를 바라보는 관점
생태를 보는 관점에 따라 환경 오염과 관련있게 여기는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읽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녹조현상(강이나 호수에 남조류가 과도하게 성장하여 물의 색깔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것)이나 콘크리트는 환경 오염 문제로 자주 뉴스에서 지적된다. 하지만 생태계의 물질 순환 관점에서 본다면 녹조와 콘크리는 모두 근본적으로 생물에서 비롯된 것이다. 녹조는 과거 지구에 산소를 풍족하게 만드는 생명체였고, 콘크리트는 지구에서 살았던 생물의 화석인 석회를 가공한 것이 때문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녹조나 콘크리트와 같은 것을 막연히 삭막하거나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논지에서 벗어나 생태 순환의 일부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3. 쓰레기 매립지를 아래를 탐사한 프로젝트 <Anthropogenic Wastes> 소개
Anthropogenic Wastes는 ‘인간의 폐기물’이란 주제의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쓰고 버린 물건이 어떤 형태로 땅 아래에 남아있는지 관찰하고 그 쓰레기 층에 인류세라는 골든 스파이크(층서학에서 지층을 구별할 때 쓰는 지표)를 박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쓰레기 매립지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이소요 작가님은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에서 2022년 5월 이 프로젝트를 했던 경험을 토대로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관찰 스케일에 따라 다양한 관점으로 도시 생태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였다.
쓰레기 매립지의 시추 전 모습은 겉에서 보기엔 마치 푸른 숲과 같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곳은 잡초의 온상이 되는 군락지이기도 했다. 쓰레기 매립지 아래를 관찰하기 위해 긴 파이프를 땅 17~18미터 아래까지 깊숙하게 박아 물질들을 뽑아 내었을 땐, 그 냄새가 해로운 땅처럼 고약했지만 2000여 종의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 생태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쉽게 썩어 사라질 거라 믿었던 종이가 약 3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글자를 읽을 수 있을만큼 온전하게 묻혀있고, 영원히 썩지 않을 것 같던 비닐봉지는 확대하여 보니 다양한 방식으로 땅 아래에서 변형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을 확인하며, 깊이있는 관찰 스케일에 따라 기존과 다른 관점, 즉 다른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에서 죽은 땅으로 여겨지는 쓰레기 매립지라는 곳에서 생생한 여러 얼굴들을 발견해 낸 프로젝트였다.
이처럼 어떤 스케일과 어떤 관찰 기술로 대상을 보는가에 따라 관점이 바뀌므로 막연한 위기 의식을 넘어 적극적으로 관찰하면 물질의 순환 과정을 표면으로 끌어 올려 가시화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방법을 AR 콘텐츠 제작에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김소정, 이소요, 김수현, 박범순, Anthropogenic Wastes
강연. 이소요(미술작가)
요약. 진영민(아트콜라이더랩 외부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