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림
설-땅 발굴현장 1, 2023, 설탕, 식용색소, 가변크기
<설-땅 발굴현장 1>(2023)은 '모종의 단체에 소속된 아라즈호 선원들이 모든 것이 설탕으로 변해있는 지역'을 발굴조사하는 과정의 첫 장면이다. [설-땅]으로 명명된 이 지역은 마치 시간이 멈춘 폼페이를 연상시킨다. 화산 분화 대신 '급속 설탕화'가 [설-땅]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설-땅]의 유물들은 급속 설탕화가 일어난 즉시 실내 보존 공간으로 이동되지 않으면 소멸하고 만다. 야외에 설탕 유물들이 설치된 <설-땅 발굴현장 1>(2023)은 차마 제시간에 보존되지 못한 유물들을 보여준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 햇살, 비 등의 환경은 빠르게 설탕을 녹인다. 선원들은 녹아가는 설탕 유물들을 실시간으로 지켜본다.
설-땅 발굴현장 2, 2023, 설탕, 식용색소, 가변크기
<설-땅 발굴현장 2>(2023)는 [설-땅] 유물의 발굴 후 보존 및 연구 현장이다. 이에 더불어, 벽면에는 발굴조사단이 발굴을 진행하며 주고 받는 보고서, 일기, 메모 등이 붙어있다. 이를 찬찬히 읽어나가다 보면 아라즈호 함장과 선원, 익명의 공주님, 구하씨, 문화부 부장, 사탕수수 노동자 출신의 발굴조사단장 간의 은은한 사랑과 질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연구 중인 설탕 유물들 속에 숨겨진 무어 민주, 백지현, 주형지 작업을 찾아보자. 설탕화 된 이들의 작업을 찾게 된다면 [설-땅]이 어느 지역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설-땅]에 존재했던 선주민들 속에 무어 민주, 백지현, 주형지가 존재하지는 않았나? 이들은 설탕으로 변하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생명활동을 지속했으며, 이를 지속하기 위해 잘 살고, 잘 먹고, 잘 죽기를 함께 생각했다. 관람객들이 부디 [설-땅]의 발굴조사단의 발견을 함께하길 바란다.
설-땅 발굴현장 3, 2023, 설탕, 식용색소, 가변크기
<설-땅 발굴현장 3>(2023)에는 발굴조사단이 발견한 유일한 '설탕화' 된 '인간'이 놓여있다. [설-땅]의 세계관 속에서 인간이 설탕화 된 채로 보존되어 발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왜냐하면 설탕을 빠른 속도로 분해시키는 미생물이 인간의 침샘과 췌장에 있는 아밀레이스 효소를 통해 번식하기 때문이다. 발굴조사단장의 보고서와 구하씨의 일기, 그리고 선원들의 메모를 통해 각 발굴조사단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이 '설탕 시체'를 대하고 있는지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