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특이점에 도달했습니다.

우주에 식민지들을 세우고 현실을 조작하고 태양을 창조해냈습니다.

하지만 인간 중 자신들의 기술에 대해 이해하는 사람들은 점점 적어져갔습니다. 끝내 인류 중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셋 밖에 남지 않을 때 까지요.

인류의 기술발전은 더 이상 스스로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았습니다. 연구 ai와 극소수의 천재들의 합작으로 수많은 기술이 연구됐지만 그 목적도 원리도 알려지지 않은채로 널리 쓰이기만 하게 되었습니다.

현실 조작 기술은 인류의 우주개발이 우주쓰레기 과잉으로 좌절된 이후 더욱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인류는 우주쓰레기로 위성들을 모두 잃었습니다. 현실조작 실험의 실패와 사고로 무한히 시간이 반복되는 죽은 공간, 물리법칙이 뒤틀린 광활한 봉쇄지역들이 만들어지고 북극의 빙하를 모조리 녹여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희생에도 불구하고 우주쓰레기를 치울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현실 왜곡의 심화로 인류의 터전이 파괴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저지대는 빙하가 녹아 모두 수몰되었습니다. 국가들이 현실 왜곡 재앙에 휘말려 무너져갔습니다.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본래의 도시들을 버리고 돔 도시들과 볼트들로 틀어박혔습니다. 상황이 악화될수록 현실조작 기술 연구에 대한 제약과 윤리가 사라져갔습니다.

경제는 붕괴하고 국가들이 무너지며 수많은 사람들이 누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게 관리되고 있고 어떤게 그렇지 않은지 모를 정도로 현실 왜곡이 심해져갔습니다.

인류는 지구라는 감옥에 갇힌채 벗어나지 못하고 몰락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살아남은 열강들은 생존과 패권을 위해 더욱 현실 조작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각국의 긴장은 극한으로 치달았습니다.

인류는 현실조작의 기적으로 보호되는 다섯개의 위성에 많은것을 의존하고 있었지만 어느 날 현실조작 실험의 결과로 세개가 파괴되어 버립니다.

눈을 잃은 열강들은 공황에 휩싸이고, 누군가가 핵무기 버튼을 선제적으로 누릅니다.

절멸 전쟁이 시작되고 현실 왜곡 무기들이 활동하기 시작하며 인류는 멸종합니다.

기상 조작 병기에 의해 영원한 겨울이 행성에 찾아오고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세상엔 목적을 잃은 채 임무를 영원히 반복하는 전쟁 기계들, 학습하지 못하고 만들어진 대로 살아갈 뿐인 인형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는 날까지 의미 모를 기술들을 연구하는 ai만 남았습니다.

모험꺼리

인류 최고의 과학자 세 사람 중 하나인 ‘그로모브’는 절멸전쟁 이후에도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인류 최후의 다섯 위성 중 두개는 여전히 작동 중입니다.

미국은 인류 멸망의 순간까지의 예언이 기록된 장치 ‘타임라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언의 일부가 누군가의 사소한 행동으로 빗나가 멸망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연구 ai들 중 수많은 독특한 기술을 연구하는 편인 괴짜 ai ‘패시픽’이 아직도 인류 회생을 위한 연구를 진행중입니다.

러시아의 전쟁 지휘 ai ‘죽음의 손’은 아직도 서구와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믿고 인형들을 사냥하며 자신만의 전쟁을 진행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