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우리는 생각 외로 너무 많은 것들을 가졌어. 배울 수 있다는 것도 가진거거든. 한 때는 가진 것이 너무 많아 감사했다. 감사한 마음도 잠시 발걸음이 무거웠지. 물 속에 갇혀버린 것처럼 숨도 안 쉬어졌지. 이상하게도 깜깜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어두운 밤에 길 위에서 운 적도 많았다. 너무 감사해서 감사해서 울다니, 그만큼 가진다는 건 너무 무거운거야. 당연해지는지도 모르고 삶이 어렵다고 탓하며 지냈지. 이 가진 것들이 너무 무겁다고 늘 밤하늘을 보며 울어댔다. 


누가 그러더군. 삶은 내 손으로 얻은 것이 아니기에 모두 세상을 위해 돌려놓아야한다고. 아무리 내가 이뤄냈다고 생각해도 스스로 이뤄낸건 아니라고. 그 말이 묘하게 위안이 되더구만. 처음엔 너무 무겁고 무서웠는데 세상에 다 돌려줘야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사라지더라. 머리를 질끈 묶었어. 언제 다 세상에 돌려주고 사라져야하는지 감도 오지 않아 흐르던 눈물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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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조선시대에서 만났다면 어떤 사람이었을까? 갓 끈을 조여매고 가방에 수 많은 서책을 매고 짚신을 신고 한양으로 떠났을까? 입신양명이 꿈이라서? 아니면 명나라, 청나라로 유학을 갔을까? 아니면, 원성천 다리 위에서 오지않을 기회들과 무거운 권력들에 눌려 무력함에 울고 있었을까? 그 때와 지금의 다른 점이라면, 옷과 머리 뿐이다. 달라질 것은 없어.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그대로였을지도. 

언젠가 내 쓰임에 대해서 고민해본 적이 있어. 난 무엇을 위해 여기에 왔나. 존재론적 고민이지만 결국 멈췄다. 내 손으로 이루지 않은 것들을 봉사하고자 태어났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보이지 않는 갓 끈을 다시 묶고 서책을 질끈 매고 다녔지. 언젠가는 피했어 공부도 안하고 싶고, 그냥 돈이나 많이 벌면 그 뿐일거라고 생각도 했다네. 

그래도 머리 위에 갓끈이 자꾸 매만져지더라 머리를 질끈 묶게되더라. 그래서 더 열심히 알아보려고 했었던 거 같다. 만나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다정하려고 노력하고, 더 듣고 배우려 노력했던거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성균관에는 없었을거다. 그 곳에 내 자리는 없었을거야. 아마도 그들에게 나는 원하던 인재상이 아니었을거다. 너라면 모르겠구나. 워낙 명석하고, 궁금한게 많은 친구일테니 그 때도 서양 문물을 보면서 몰래 재미난 연구를 하고 있겠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위험한 일도 불사 지를 녀석이니 큰 일을 할래도 할 녀석이었을거다. 

나는 말이야. 충청남도 천안 원성천이나 병천에서 술 한 잔 하고 있었을거야. 아니, 오히려 저 지역을 누비고 다녔겠지. 가야금을 잘 다루는 홍단이 잘 어울리는 기생, 철을 누구보다 잘 다루는 기계공, 백성들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억울함을 가득담아 삼키는 서자, 나보다 셈이 가장 빠른 상인들과 이야기하며 만나며 살았을거야.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 도움이 되려 노력하는 너의 마음에 존경을 보내네. 무거운 그 책과 마음이 언젠가는 가벼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