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빨리 철드는 사람들이 있다. 어른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홀로의 시간을 겪어본 사람들은 같이의 미학을 누구보다 빨리 깨우친다. 주먹을 꽉쥐고 산 세월이 기나긴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깍지를 껴주는 따뜻한 손이 더 그리워지는 법이니까. 분리가 되지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분리가 되었을 때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지 않을까 짐작 해본다.
삶은 내어주고 덮어지며 산다. 시간을, 숨결을, 사랑을, 고통을 덮고 덮여지며 살아간다. 덮여지다보면 우리는 색이 뒤섞여 어떤 것이 내 것인지 알 수가 없어지게 된다. 역설적으로 온전한 ‘나’를 찾는 것은 이 수 많은 교집합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나’를 이해하는 건 결국 하나가 되어버린 그 수 많은 덩어리들을 분절분절 내지 못하고 될대로 내 인생에 품어버리는 일이다.
붙어져 떼어지지 못하는 포스트잇들이 한 가득 인생을 채운다. 한 번에 아픈 말 한마디가, 한 번의 나의 이름이 여기저기에 그녀의 삶을 빼곡하게 채워져버린 공간이었다. 그 공간 속에서 나는 그녀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이미 겹쳐져버린 삶의 덩어리들을 관찰하고 관찰하고 또 관찰했다.
분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순간순간 자신의 조각을 모아두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