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문예창작공모전 시 당선작
2020 문예창작공모전 시 당선작
꿈들이 옮겨가는 것에 관하여
의과학융합전공
20186530 허지원
내 꿈이 하나씩 사라져갈 때마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내 꿈이 옮겨간 건 아닐까 의심해본 적이 있다
만약 그렇다면 꿈은 셀 수 없이 많은 방과 시간과 집을 가지고 있을 거다
모두가 같은 꿈을 꾸는 유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상상이 되려
내가 꿈을 꿔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며칠 전 시내버스 안에서 나는 꿈이 옮겨가는 것을 목격했다
30년 넘은 낡은 중앙시장 앞 버스정거장에
노인 일곱이 나란히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온통 노랗고 붉은 낙엽들에 감싸진 풍경은 나를 슬프게 했다
그들의 꿈도 나에게 옮겨온 적이 있을 거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 본 그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시린 것은 꽤 타당하다
만약 죽은 사람의 꿈도 전해질 수 있다면
이름 없는 산에 묻어진 사람들이 꾸었던 꿈은 무얼까 궁금해진다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에 지은 죄를 평생 감옥에서 속죄하는
사람의 마지막 꿈도 나에게 전해질 수 있다면ㅡ
나는 그 꿈을 받아먹고
내가 삼켜서 사라진 꿈은 또 하나의 다른 꿈이 되고
그러면 세상을 다 날아본 꿈은 구석도 알고 모서리도 알고
랭보와 릴케와 버딜론을 지나서
내 죽음까지 이미 스쳐온 기억의 조각일지도 모른다
그렇구나, 결국 내가 잃어버린 꿈은
다른 사람의 목숨에서 건져졌을 수도 있다는
낭만적인 착각이 나를 슬프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