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창작공모전의 여러 분야에서 가장 응모작이 많은 분야는 단연 시다. 173편의 작품을 읽으면서 디지털매체의 발전과 영상 우위의 문화적 환경 속에서도 시는 여전한 마음의 거처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달이 뜨는 이유」는 언니에 대한 그리움과 달의 이미지가 조화롭게, 그러면서도 낯설게 결합되어 있는 수작이다. 함께 투고한 「검은 길」과 「소음」 역시 상당한 수준을 갖추고 있어, 전체적으로 시적 역량이 안정되어 있는 점을 높이 샀다. 우수상 수상작으로 결정한 「밥 핀다」는 ‘밥 핀다’는 평범한 말에 주목하여 밥 먹이고 먹는 일의 수고로움을 시로 만들어낸 점이 좋았다. 이렇듯 시는 아주 사소하고 평범한 말에서 탄생한다. 「마음에도 휴식이 필요해」는 좌절과 절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아주 발랄한 운동성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에는 우리도 이와 같이 데굴데굴 굴러가보자. 「너」에서 ‘너’는 나의 세계이자, 여행지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낯선 세계를 여행하는 일이라는 통찰이 빛나는 작품이다. 「꿈들이 옮겨가는 것에 관하여」는 우리가 사는 인간적 세계에 대한 휴머니즘적 통찰을 보여준다. 다소 투박하지만 진솔한 언어가 마음을 울린다. 「지나간 자리」는 아버지에 대한 여러 감정을 매달린 사과에 농축시켜 보여준다. 두 번째 연은 다소 사족처럼 보이지만, 간결하고도 함축적인 언어가 전달하는 감정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봄꽃」의 언어는 봄꽃처럼, 봄빛처럼 곧 사라질 것처럼 반짝거린다. 너무 짧아서 아쉬운 봄날의 순간이 이 시의 언어 속에서 빛난다.
심사위원 박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