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静けさ」や「見えない光」といった、空間の感覚や美意識を共有する二人の作家による展示です。
目に見えるかたちだけでなく、その背後にある気配や余韻、時間の流れに目を向けます。
宮下香代は、針金と和紙という最小限の素材を用い、儚さや危うさを孕んだ立体作品を制作しています。
その造形は、無意識のうちに生まれる構造の美しさに由来し、確かさと不確かさのあいだに揺らぎながら、空間にかすかな存在感を立ち上げます。
金卵喜は、韓国の民画「冊架図」を基盤に、簡潔な要素と抑制された色彩、余白によって構成された絵画を制作しています。その画面は、詩のように静かな情緒と余韻を宿し、古典と現代の要素がゆるやかに共存する空間を描き出します。
本展は、「二つの異なるプロセスが一つに連なるとき、何が立ち現れるのか」という問いから出発しています。
共通する「紙」と「線」を基点に、平面と立体のあいだに位置する構造を試みています。異なる方法から生まれた二つの表現は、互いに静かに呼応しながら、日常の中にある繊細な感覚を浮かび上がらせます。
“Poem Without Words” brings together two artists who share a sensitivity toward spatial perception and aesthetics—qualities such as “quietness” and “invisible light.” Their works invite attention not only to visible forms, but also to the traces, atmospheres, and flows of time that exist beyond them.
Kayo Miyashita creates sculptural works using minimal materials such as wire and washi paper, evoking fragility and subtle instability. Her forms emerge from the unconscious beauty of structure itself, wavering between certainty and uncertainty while quietly inhabiting space with a delicate presence.
Kim Ranhe creates paintings based on the traditional Korean folk painting genre “Chaekgeori,” composed through restrained colors, simple elements, and intentional empty space.
Her compositions hold a poetic stillness and lingering resonance, depicting spaces where classical and contemporary sensibilities gently coexist.
This exhibition begins with the question: “What emerges when two different processes become connected as one?” Using the shared elements of “paper” and “line” as points of departure, the artists explore structures that exist between two-dimensional and three-dimensional forms.
The two distinct expressions, born from different approaches, quietly respond to one another, revealing the subtle sensibilities embedded within everyday life.
2025
선 하나가 있다. 바람이 지나간 모양일까? 오래 닿은 손의 길을 그은 것일까?
선(線)은 형태를 만들고, 형태는 공간이 되며, 공간은 시간을 머금는다. 유연하게 흐르지만 단단하게 자리 잡은 선과, 비워져 있기에 충만한 공간. 오래된 것이지만 낡지 않았고, 간결하지만 공허하지 않다. 그것은 전통 속에서 발견되는 미학이자, 시간 위에 새겨진 정신의 흔적이다.
프로젝티파이의 이번 전시는 한국적 선의 미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눈에 보이는 비례적인 아름다움은 정신의 깊이와 연결된다. 그것은 단순한 시각적 조화가 아니라, 축적된 시간 속에서 형성된 사유의 집약체일 것이다. 선과 공간, 여백과 균형 속에 담긴 정신은 단순한 형식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김란희 작가는 책가도의 정적인 화면 안에 달항아리와 촛불을 새롭게 배치함으로써, 단순한 정물화 이상의 시간성과 공간감을 담아낸다. 촛불은 타들어가며 빛과 어둠을 만들어내고, 그 그림자는 달항아리의 표면을 타고 흐른다. 달항아리는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도 한결같이 고요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비대칭적이면서도 넉넉한 곡선은 서고(書庫)의 직선적 구조와 대조를 이루고, 빛을 머금어 반사하는 표면은 그 자체로 사색의 공간이 된다. 작가는 이러한 달항아리의 조형적 특성과 촛불의 유기적 관계를 활용하여, 화면 속 정물들이 단순한 배치를 넘어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을 형성하도록 한다. 촛불은 사라지지만, 그 빛이 남긴 흔적은 화면 위에 고요한 결로 남아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사물의 시간에 차분히 깃들도록 한다.
가만히 마주하면, 사물은 더 이상 사물로만 남지 않는다.
빛이 흘러 닿는 표면, 절제된 선이 이루는 균형, 손이 만든 흔적.
작가의 가구들은 쓰임을 위한 도구이면서도 공간 속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안정과 고요로서 존재한다.
그렇게 다듬어지고 비워진 곳에서 우리는 평온에 닿는다.
이 전시는 선과 빛, 여백과 깊이가 만나 공간의 온전함에 닿는 순간을 포착한다.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담박한 선과, 달항아리의 유려한 곡선이 공간을 가로지르고, 그 곁에 놓인 초의 빛은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 전통이라는 이름의 물줄기는 머무름 없이 흐르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현재를 응시한다.
2024
일상(⽇常)이라는 단어처럼 삶에 가깝고도 먼 단어가 또 있을까. 매일이라는 마음처럼 가볍고도 무거운 마음이 또 있을까. 하루는 흐르는 매시간 속에 자리하고 있기에 그것을 살아내는 일은 자각할 수도 없을 만큼 너무도 자연스럽게 여겨져서 쉽게 잊게 된다. 그렇기에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자각하는 것은 순간의 일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가 깨닫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나의 모양이다. 프로젝티파이의 전시 《일상의 형상, 마음의 균형》은 생활을 가꾸는 모양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집이라는 일상의 풍경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시선으로 하루의 아름다움을 찾고 다듬으며 삶의 균형을 찾아낸다. 색채로 선으로 면으로 두께로 마음의 평형을 담아내는 것이다.
김란희는 일상의 풍경에서 애정을 담은 사물을 화폭에 가져와 담한* 채색으로 한지의 질감을 살려 정갈한 풍경을 그려낸다. 그의 작업은 책가도라는 민화를 접한 것에서 변화를 맞는다. 책가도는 조선시대의 책 그림으로 책장과 서책을 중심으로 하여 각종 문방구와 골동품, 화훼, 기물 등을 그린 그림이다. 아끼는 책과 소망을 담은 아름다운 기물을 담박하게 그려내는 표현법과 삶의 이야기를 함께 더하는 책가도의 의미는 그가 지금 화폭에 담는 정물들과 맥을 같이 한다. 작가의 시선에 닿는 생활의 소소한 사물들이 하나의 주제가 될 때 그의 소박한 일상도 하나의 중심이 된다.
정물이 가져오는 이미지 그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작가는 빛과 그림자의 과한 표현을 제하고 원근을 최소화한다. 바탕에 진한 색을 먼저 올리고 그 위에 연한 색을 발라 밑의 색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도록 하는 채색의 담박한 멋으로 드러나는 넉넉한 여백은 한지의 질감과 조화를 이루고 그의 작업에 맑은 정서를 더한다.
일상의 공간에 둘 것을 택하고 그것과 함께하며 하루를 같이 하는 일은 내 생활의 모습을 택하는 일이다. 매일을 아끼는 마음은 쉽게 나 자신을 보살피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내 곁에 있는 것들이 나의 마음을 채우는 문장으로 하나 하나 자리할 때 하루에 담기는 이야기가 풍성해질 것이다.
* 담하다(淡하다) : 1) 빛이 엷다 2)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