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많은 규칙과 암묵적인 규정 속에 놓여있다.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내면의 욕망과 그리할 수 없는 현실의 괴리에서 예술이라는 도피처에 기대곤 한다. 그렇기에 예로부터 수많은 작품에서 '욕망'은 그 주제가 되어왔다. 대부분의 욕망을 다룬 작품들은 강렬하고, 자극적인 경우들이 많다. 그러나 김란희의 욕망은 클리쉐(cliché)에서 벗어나 유쾌하고 따뜻하다. 한지에 분채를 발라 건조한 뒤 그것을 손으로 찢어 붙여 형상을 만들어낸 작업 방식이 동양적인 느낌과 더불어 따스함을 불어 넣었다.
이번 전시는 「Peeping life」와 「向」의 연작들로 나누어 감상할 수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김란희 작가는 행렬도에서 영감을 받아 「向」시리즈를 그만의 언어로 구현하였다. 군집이 있는 이 작품은 특정 인물보다는 욕망하고 있는 불특정 다수가 담겨있다. 그들은 제각각 이름이 있지만, 그들 개개인의 욕망이 무엇인가 보다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의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기위한 움직임이 욕망에서 비롯된 행위로 느껴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작가는 우리의 일상의 모든 행위들은 모두 욕망에서 시작되어 행동까지 연결된다는 생각을 작업으로 옮겨 보여준다. 반면 훔쳐 보다라는 뜻의 peeping 시리즈의 작품들 속에는 곁눈질을 통해 욕망의 순간을 표현하는 인물들의 형상들을 기하학적인 형태들로 보여준다. 작가는 욕망을 가장 분명하고 갑작스럽게 보일 수 있는 행위가 곁눈질이라고 생각했다. 욕망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가 관객들에게 재미있고 유쾌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화면 구성을 톡톡 튀는 원색을 사용하여 추상화된 인물들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작품 속 곁눈질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때론 자신의 진심을 숨기고 포장하여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욕망을 품고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형형색색의 형태들에 빗대어 표현한 김란희 작가의 작품을 통해 유쾌한 시간을 갖길 기대한다.
글 김지연
예술, 우리를 훔쳐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위중의 하나인 곁눈질의 순간을, 김란희 작가는 ‘욕망하는 인간’의 표식으로 정의합니다. 작가의 ‘peeping life’와 ‘우리가 반짝이는 것들에 눈을 돌릴 때’ 작품 시리즈는, 곁눈질하는 우리의 불완전한 자아를 경쾌한 색과 우스꽝스러운 얼굴의 형태로 표현함으로서, 힐끔거리는 우리의 곁눈질이 삶의 원동력이 되는 욕망임을 보여줍니다.
마른풀과 나무들을 엮어 만든 붓으로 그려낸, 정형화 되지 않은 얼굴과 색지의들로 겹겹이 이루어지는 곁눈질의 눈을 통해, 때로는 당황스럽고, 때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훔쳐보게하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글 장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