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ing #013
-사소한 체험이 한 존재에게 미치는 정서-
-사소한 체험이 한 존재에게 미치는 정서-
마리오 중독자와
마리오 중독자를 알아주는
김주홍 동료 선생님의 선물
'닌텐도 마리오 쿠키'
💭 일기 – 한 사람의 유년과 마리오라는 세계의 시작
오늘은 문득, 내가 왜 이토록 오래도록 마리오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천천히 더듬어 보게 되었다. 기억의 기원은 아마 여섯 살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는 어느 날 나를 결혼식장에 데려가셨다. 정확히 누구의 결혼식이었는지는 이제 희미하여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그날의 공기와, 그날 이후 내 삶에 스며든 한 장면만은 이상하리만치 선명하다. 아버지는 평소 장난감이나 오락기기에 특별히 열광하는 분은 아니셨지만, 그날 내게 ‘슈퍼 컴보이’라는 게임기를 사주셨다. 어린 내게 그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여는 문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기쁨은 곧바로 마음껏 누려지지 못했던 것 같다. 당시의 나는 어머니를 몹시 무서워하던 아이였고, 허락 없이 그 게임기를 집 안으로 들고 들어갈 용기는 당연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한 동안 주택 바깥에서 게임기를 품에 안은 채 떨고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아이의 마음속에서 기쁨과 두려움은 종종 함께 존재하는 듯하다. 가지고 싶은 것을 얻었으되,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유년의 불안이자 동시에 순종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어머니가 나오셨고, 나는 조심스럽게 허락을 구했다. 그리고 비로소 게임기의 전원을 켰다. 그 안에는 옆집 친구 우진이의 집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익히 알려진 1인용의 단순한 화면이 아니라, 두 명의 캐릭터—마리오와 루이지—가 등장하여 배관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적들을 뛰어넘고 밟아가며 나아가는 게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아마도 『마리오브라더스』였던 것 같다. 그때 내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은 단지 게임의 규칙과 플레이 스타일이 아니었다. 화면을 채우던 색채, 기계에서 흘러나오던 비트음, 움직임마다 살아 있던 마리오의 리듬감. 그것은 어린 감각에 하나의 충격처럼 다가왔다.
그 후로 나는 거의 매일같이 그 게임기를 켰던 것 같다. 더 많은 팩을 사 모았고, 그 안에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와 『동키콩』, 그리고 여러 형태의 NES 게임들이 들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아마 아직 ‘취향’이라는 말을 알지 못했겠지만, 분명히 어떤 세계를 향한 애착이 형성되고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은 때로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한 대상에 집착을 하게 된다. 난 게임이었던 것 같다. 그것은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영혼이 먼저 반응하는 어떤 호감에 가깝다. 내게 마리오는 바로 그런 존재였던 듯하다.
특히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를 처음 접했을 때의 감각은 아직도 경이로운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다. 정확한 연도를 기억 할 수는 없지만, 내 기억 속 마주했던 순간은 1990년대 초반의 커다란 사건 중 하나였다. 그 게임은 이전까지 내가 알던 오락의 범주를 넘어서는 엄청난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수많은 아이템, 다채로운 마리오의 변신, RPG와 같이 맵을 따라 이동하는 구조, 그리고 매 스테이지마다 새롭게 열리던 다양한 환경은 어린 나로 하여금 디지털 세계가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게임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그 작품은 거의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게임이다.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창조적 질서와 상상력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이었다고 느낀다.
이 모든 시작의 배후에는 한 사람의 이름이 있다. 바로 닌텐도의 대표적 게임 창작자 미야모토 시게루. 그는 마리오를 비롯해 『동키콩』, 『젤다의 전설』 같은 세계를 창조하며 한 세대의 상상력을 빚어낸 인물이다. 내게 그는 단지 게임을 만든 개발자가 아니라, 유년의 내면에 가장 먼저 모험과 환희, 몰입과 탐구의 형식을 새겨 넣은 창작자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예술가는 한 사람의 생애 안에 오래 남는 감각을 만든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내게 그런 의미에서 분명 하나의 원천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마리오에 대한 애정은 결국 닌텐도 전체를 향한 오랜 사랑으로 이어졌다. 그것은 완벽한 의미의 수집가적 덕질이라기보다, 삶의 한 부분에 조용히 스며든 애호에 가깝다. 나는 닌텐도를 통해 단순히 게임을 소비한 것이 아니라, 세계를 받아들이는 한 방식으로 몰입, 발견, 반복, 실패와 극복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마리오는 내게 오락 이상의 의미였다. 그것은 어린 시절의 고독을 위로하던 화면이었고, 두려움 많은 아이가 조심스럽게 세계와 접속하던 하나의 통로였다. 지금도 내 사무실의 책상위에는 Supermario Bros 1이 있다.
오늘 이렇게 기억을 적으며 새삼 깨닫는듯 하다. 사람의 인생은 거창한 사상이나 중대한 사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한 대의 게임기, 한 번의 허락, 한 화면의 색채와 소리 같은 사소한 체험이 한 존재의 정서를 오래도록 형성한다. 내게 마리오는 그런 삶의 근원적 기억으로 남아 있다. 어쩌면 나는 지금도 그 배관의 세계 어딘가에서, 두려움과 설렘 사이를 뛰어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내가 사랑한 것은 게임 그 자체였을까, 아니면 그 게임 속에서 처음으로 열리던 나만의 순수한 세계였을까.
🕊️ 슈퍼마리오가 미친 영향(202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