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을 타고 달로 여행을 가는데 방귀를 참지 못해 ‘뽕’하고 소리가 나버렸다. 그러자 우주선이 오염되었다며 비상벨이 울리고 난리법석이 일어났다. 혹시나 해서 준비해온 ‘아레카야자’를 꺼내니 잠시 후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어떻게 된 것일까?
1996년 미국에서 ‘Eco-friendly house plants’라는 책 한권이 발행되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월버튼(B.C.Wolverton)박사가 수년간의 연구 끝에 우주에서 재배하기 쉽고, 공기정화 능력이 우수한 식물 50가지를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은 가정과 회사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실험은 이렇게 진행되었다. 먼저 밀폐된 우주선 안에 식물을 탑승시켜 4가지 분야(① 유해물질 제거율, ② 습도조절능력, ③ 관리 용이성, ④ 병충해 저항성)로 실험하였다. 여기에서 ①, ②는 공기정화와 관련되어있고, ③, ④는 식물을 키우기 편한가를 평가하였다. 단순히 공기정화 능력만 본다면 키우기 불편한 식물이 선택되어 관리가 힘들 것이고, 키우기 편한 식물을 선택하자니 식물의 성능이 문제가 되니 이런 평가 항목을 만들게 된 것이다.
식물의 공기정화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광합성과 증산작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광합성을 하기 위해 뿌리로부터 물을 흡수해서 식물체 내로 수분이 이동하게 된다. 증산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뿌리의 물이 빨리 흡수되어 잎까지 올라오게 되는 것이다. 이동된 수분은 잎의 기공을 통해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만나 포도당과 산소로 분해되고, 포도당은 영양소가 되어 체내에 흡수된다. 산소는 기공 밖으로 나와 실내공기를 쾌적하게 유지시켜 주고 식물체 내에 흡수된 유해물질은 뿌리로 배출되어 토양 속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그러므로 잎의 수가 많고, 광합성이 잘 이루어지며, 증산작용이 활발한 식물의 대부분이 공기정화용 식물이다. NASA에서 연구한 식물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식물은 ‘아레카야자’이며 관음죽, 대나무 야자, 인도고무나무가 그 뒤를 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산세베리아는 26위로 키우기 편한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공기정화부문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TV에서는 공기청정기와 같은 전자제품 광고가 많이 방송되고 있다. 최첨단이라고 하는 NASA에서는 새로운 공기청정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그대로의 것을 이용하려고 한다. 가장 깨끗한 공기는 기계 속 날개(fan)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햇살과 물을 먹고 사는 식물이 주는 공기인 것이다. 방안 공기가 탁하다면 환기와 청소를 자주하고, 잎이 무성한 식물을 잘 관리하는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성능 좋은 공기청정기를 갖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