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감독) | <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정조 이산과 의빈 성씨를 주인공으로 궁중 로맨스가 방영된다고 했을 때 큰 기대를 갖지는 않았다. 같은 방송사인 MBC의 히트작 <이산>(2007)이 워낙 인지도가 높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역사가 이미 스포일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이야기에 대한 식상함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옷소매 붉은 끝동>은 로맨스 외에도 의빈 성씨, 성덕임의 캐릭터와 궁중 여인들의 서사에 포커스를 고루 분배하며 애절한 로맨스와 신선한 여성 서사 모두를 만족스럽게 완성해낸 사극으로 큰 호평을 얻었다. 특히 섬세한 미술과 인상적인 촬영 등 기술적인 완성도 또한 높았으며 16부작의 시리즈를 매끄러운 기승전결로 가져가며 전통적인 방식의 방영 형식을 통해 시청자들의 몰입과 긴장을 만들어낸 연출의 노련함 또한 돋보였다. 역사 속의 인물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 생생한 감수성으로 그려낸 <옷소매 붉은 끝동> 속 성덕임과 궁녀들의 이야기는 로맨스 이상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는데, 이를 통해 이 작품이 단지 왕의 여인이 아닌 궁 안의 여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여성 사극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심사위원 진명현(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