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수(1994~)
정희수(1994~)
정희수는 쓸모 없거나 정체 모를 ‘그것’으로 남은 도시개발의 기이한 흔적을 관측합니다. 거리²와 골목에서 솟아오른 문의 얼굴, 사라진 계단의 그림자, 기울어진 전봇대의 자세는 쓰러지거나 뒤틀리거나 흔들리는 이미지로 무엇이 되기를 끊임없이 유보하며 어딘가에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이는 정희수가 산책하는 길에서 기록하는 초예술적 현장이자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타임슬립 장치가 남긴 단서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 너머 세계를 상상하는 한편, 산업화와 자본주의에 따라 도시 환경과 개개인의 삶이 변화하는 속도 그리고 그 흔적을 관찰하는 산책자는 매일 또 다른 즐거움을 기다립니다.
정희수, '어느 경계에 이르러 카메라와 볼' 연작
(개별 동일 정보) 2024,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Ed 1/5 + AP 1, KRW 100,000
요정의 날개, 거인의 발
2024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28x21cm
ed 1/5 + AP 1
KRW 100,000
Fairy Wings and Giant Feet
Digital inkjet print
무용 문
2024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28x21cm
ed 1/5 + AP 1
KRW 100,000
Useless Door
Digital inkjet print
무용 문
2024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28x21cm
ed 1/5 + AP 1
KRW 100,000
Useless Door
Digital inkjet print
혈관
2024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28x21cm
ed 1/5 + AP 1
KRW 100,000
Vlood Vessel
Digital inkjet print
무용함이라는 가치
2024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28x21cm
ed 1/5 + AP 1
KRW 100,000
The Value of Uselessness
Digital inkjet print
동료
2024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28x21cm
ed 1/5 + AP 1
KRW 100,000
Peer
Digital inkjet print
죽순
2024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28x21cm
ed 1/5 + AP 1
KRW 100,000
Bamboo shoots
Digital inkjet print
아타고
2024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28x21cm
ed 1/5 + AP 1
KRW 100,000
Atago
Digital inkjet print
전시 및 작품구매 문의는 소현문(070-81281-4927 / shm_official@naver.com)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정희수
[작가의 글]
내 작업은 외부 환경의 다양한 ‘경계’에 놓인 것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현대 사회가 쓸모와 무쓸모, 인간과 가상의 인간등 양극화되어가는 맥락에서 그 경계를 흐트리고 새롭게 가지치기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사진과 영상은 그 가능성을 제시하고 연결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도시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통해 내 자신과 주변 환경(부동산)이 변화함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옛 것과 새로운 것의 경계에 놓인 것의 상호 작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내재적인 협업
노상에 앉아 ‘동네’를 바라보자. 20년 넘게 한 동네, 율천동 근처에서만 자라난 나는 동네가 슬그머니 변화하며 자라난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예를 들면, 단독 주택과 저층 상가가 있던 자리에 어느새 4층짜리 원룸촌 건물과 대형 상가건물이 되어있었고, 빨간 벽돌대신 대리석을 두르고 동네는 작은 도시의 흉내를 내고 있었는데, 사실 나는 이 변화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어느날 카페 창가에 앉아 친구들과 대화하는데, 게임과 회사 얘기만 하던 친구들이 갑자기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큰 건물이 에전엔 이런 건물이었는데’, ‘이 동네 별거 없었는데, 아파트 단지 들어서면서 많이 바뀌었다.’ 등등. 왠지 씁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다가 그렇다면 재개발, 재건축되지 않는, 친구들의 입에 올라가지 않는 중심부를 벗어난 외각의 모습에 왜인지 마음이 가 괜히 밤산책으로 그런 동네의 외각을 돌아보고는 했다.
우연한 계기로 『초예술 토머슨』과 『노상관찰학 입문』(안그라픽스,2023) 두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아카세가와 겐페이 작가가 정의한 ‘초예술 토머슨’의 개념은 ‘부동산에 속해 보존되는 무용의 장물적 물건’을 말한다. 당시 이 개념에 다양한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고, 노상의 오브제들을 기록해 나갔다. 그리고 보고서를 통해 오브제를 분석하고 생성 이유를 상상해본다. 이 과정이 너무나 흥미로운 것이었기도 했지만, 더욱 궁금한 것은 2024년 현재의 대한민국 수원에도 이러한 종류의 오브제들이 존재 할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나는 바로 카메라를 들고 노상으로 향했다.
밤산책을 할 때에는 절대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재개발이 된 자리 근처에, 아니면 그냥 길거리에 뻔뻔한 모습으로 용도를 알 수 없는 오브제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오브제들의 재밌는 점은 완벽히 용도를 다했거나, 보존하기엔 문제가 있을 법한 오브제를 누군가가 조금씩 보수하면서 가꾸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초예술적’인 오브제를 다루고 있는 ‘초예술가’로 활동중인 지역의 누군가가 있고, 나는 그들의 초예술적 창작 행위가 세상으로 드러나도록하는 실증적인 기록의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오브제를 통한 설치미술이 전시되고, 그 전시를 사진으로 기록하여 기억되고 증명하게 한다. 미술관에서의 구조가 동일한 방식으로 노상에서도 일어나게끔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른 점은 관찰하고 기록하는 내가 절대로 초예술을 만들어내는 작가와 소통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나는 절대로 오브제를 만든 당사자와 소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브제의 생성 이유를 알아버리는 순간, 그 이유를 상상해보는 범위의 폭이 제한된다. 다양한 관점으로 생성과 보존의 이유를 상상해보는 것이 이 관찰의 주요한 재미이자 초예술가의 행위에 의의를 찾는 방법이다. 또한 작품의 소유자가 초예술품의 무용함을 깨닫고 작품을 파기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초예술에 대한 사진 촬영도 재빠르게 이루어지고, 감상도 최대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의 서로를 드러내지 않는 비밀스러운 협업을 통해, 오브제들의 무용함, 제도적, 건축적인 부산물이라는 관념적 이미지에서 잠시 탈피해 수수께끼(수수께끼는 결과로 도출된 오브제들의 컨텍스트를 유추해보는 것이다.)가 숨겨져 있는 도시, 계속해서 변화하는, 변화 할 수 있는 로컬의 가능성을 읽어보려는 시도인 것이다.
타코 히데 바커(Taco Hidde Bakker)는 이런 말을 했다. “더 이상 ‘단 매체(uni-medial)’로서의 사진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순수 사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은 항상 다른 미디어와 함께 작동하거나 그에 부착되서 기능했다. 그 다른 미디어란 메시지를 나르는 것 이상의 더 큰 역할을 했다.” 사진은 언제나 다른 미디어와 연계되어 작동함을 주장한다. 내가 기록한 사진들도 보고서라는 형식의 텍스트와 함께 연계된다. 보고서 안에는 오브제에 대한 자연과학적 탐구, 생성과 보존의 이유에 대한 가설, 주소, 간략한 지도, 위도와 경도등의 정보가 기록되었다. 사진과 보고서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브제에 대한 궁금증과 흥미를 유도하며, 원한다면 찾아가 볼 수도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 사진-텍스트적(photo-textual) 구성은 보물찾기 놀이의 지도와 같다.
주요 참여전시
2020 《#Social》 CICA museum, 김포
2020 《코끼리는 여기 없다》 프로젝트룸 신포
2018 《시우,시작》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2018 《N-∞ : New Infinity - 대구사진비엔날레 사진학과 연합전》 대구문화예술회관
2017 《씨;sea,see》 대인시장
2014 《2014 ASYAAF》 문화역서울284
2014 《Sensation, The New Sense》 아하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