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서 : 생동


소현문 

2023.10.6-11.5.


이곳에서 벽, 계단, 사다리를 비추는 오후는 적갈색 금속이 생동하는 언어로 고백하는 시이다. 웅크린 객체가 본래 쓰임새를 탈피하고 기이한 날개를 움트는 시간에서 최원서는 사물에게 다시 인사한다. 그의 움직임은 사물이 꿈꾸는 세계로 타성에 잠긴 당신을 초대한다. 


주최

소현문


주관

최원서


포스터 디자인

송서영


큐레이팅

백필균


후원

수원특례시, 수원문화재단

*수원문화재단 2023 유망예술가 지원사업


전시서문

구리(銅, copper)는 지구상에 널리 분포하는 물질이다. 이 적갈색 금속은 신체에 헤모글로빈을 합성해서 산소를 운반하고 예술과 여러 산업에 갖가지 사물을 만드는 주된 재료로 사용되었다. 그 사용됨을 응시하는 최원서는 인류 문명이 구리를 사용한 전적과 반대로, 구리가 인간을 사용하는 전환을 모색한다. 역사와 문화가 사물을 폐쇄하는 관성에 작금의 시대가 저항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되묻는 움직임은 《생동》에서 위계화된 감각을 재배열하는 유머를 펼친다. 


최원서는 느슨한 결정체인 금속에 압력을 가해 본래 그것이 균열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반쯤 눕고 반쯤 앉은 자세로 벽에 기댄 구리판은 왠지 피곤해보인다. 동일한 크기의 구리 원기둥 여럿을 촬영한 사진을 직렬로 잇는 형식은 이미지를 공간 격자에 따라 투명하게 배열하는 함수다. 구리 판에 특정 부위가 산화된 이미지가 복제와 이어붙이기로 흐른다. 금속을 결합하는 용접 기술과 성형하는 열풀림 기술을 참조하는 세포 증식 혹은 특정한 유기체 마디가 그 흐름에서 나타난다. 금속에 감정을 이입하고 나아가 그것이 존재하는 형식에 관성적 개입을 제한함은 인간중심주의 사고에 얽매이지 않는 일종의 해방으로 나아간다. 최원서의 유머 가운데 적갈색 금속에 잠재된 균열은 이미 진행 중이다.  


같은 크기와 비율의 구리 원기둥 서른 세 개를 임의의 가열로 산화하는 작업은 구리에 내재된 또 다른 발화 창구를 연다. 그 결과 이미지를 일정한 판형의 종이쪽 묶음으로 엮는 책 제본은 물질의 다양한 표정을 겹겹이 쌓지만, 누군가는 그 앞과 옆에서 붉으락푸르락한 자기 얼굴이 산화된 구리와 유사한 상황을 곱씹으며 인간과 물질을 존재론적으로 더이상 구별하지 않는다는 성찰을 고백한다. 구리는 연성과 전성이 뛰어나 전선 제작에 널리 사용되는 금속이지만, 최원서의 작업에서의 구리는 전기 아닌 에너지를 생성하고 디지털 신호 아닌 신호를 전달한다. 새삼스럽게도 최원서는 구리와 닮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공공시설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고열 증상자의 적외선 에너지를 감지해 개인와 집단을 분리한 지난 방역의 기억을 최원서는 기억한다. 이어 그는 사물 4종과 신체가 접촉하는 행위를 열화상 동영상으로 기록한다. 열화상 카메라가 포착하는 시간에서 사물에게 체온을 전이하다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그 열을 식히는 행위를 반복한다. 그동안 인간이 점유하는 자리를 비인간의 몫으로 내주는 움직임은 감각의 위계를 재배열하는 의지이다. 의지가 표출하는 세계에서 영혼이 드나드는 경로로 구리와 최원서가 눈 마주친다.(글 백필균)

작가 노트

(1) 사물은 대개 인간에 의해 명확한 용도가 부여된 채, 동일한 원인과 결과를 반복하며 수동적이고 결정론적인 사물로 귀속되어왔다. 하지만 나는 사물이 처해있는 현실적 상황과 인식의 틀에서 해방되어 새로운 사물, 공간, 환경과 관계를 맺을 때 인간이 규정한 용도 너머의 계산이나 예측 불가능한 잠재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로써 사물은 능동적이고 생기있으며 창조적인 물질로서, 자주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위와 같은 주장은 내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다. 나는 물질과 소재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작업을 해왔다. 특별히 기능적이고 용도가 명확한 산업 소재에 관심이 많은데 아마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력 때문일 것이다. 어느 날 산업 소재가 공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미적 대상으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그 이후 해당 소재를 발전시켜 기성의 용도에서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가구를 만들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내 ‘창의성’이라는 인간 중심적인 태도로 해석하지 않고 물질의 잠재된 능력이 일으킨 창발적이고 인과적인 결과로 바라본다면, 물질 또한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이를 살아있는 물질(vital material), 비유기적 생명이라고 칭하고자 한다.


따라서 나는 이러한 ‘살아있는 물질(vital material)’, ‘비유기적 생명’의 모습을 증명 혹은 은유할 수 있는 장면을 포착하고자 한다. 금속 소재는 일반적으로 살아있다고 보기 어려운 산업 물질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지적 간극을 잘 활용한다면 더욱 극적인 표현 또한 가능해질 것이다. 이처럼 나는 물성을 다뤄오며 느낀 감정을 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전 작업에서 주로 다뤄오던 매체 바깥에서 영상, 설치 또 다른 매체로의 확장을 도모한다.


(2) (본인)작업은 구리(Cu) 표면이 가열로 변화하는 이미지에 주목한다. 구리 가열 다양한 색상이 표면으로 떠오른다. 구리 빛 너머로 피어나는 무지개 망막에 맺힐 때, 나는 그 생경함에서 생동감을 느낀다. 구리의 생동(生動)은 나로 하여금 무언가 상상하게 하며 창발된 망상은 머릿속을 오랫동안 떠나지 않고 뚜렷한 이미지로 각인되 실제하고픈 욕망을 품는다.


동(銅) 파이프 결합하거나 동판 성형하는 과정에서 구리에 아주 잠시 열을 가한다. 결합을 위한 ‘용접’, 성형을 위한 ‘열풀림’의 기법이 그러하다. 이는 전부 작업 중간단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며, 이것이 최종 단계에 노출되면 일종의 오류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 오류의 지점이 내게 상당히 흥미롭고, 망상을 자아낸다. 구리는 이제 단순한 산업 재료나 전통적 공예 재료가 아다. 나는 이 특별한 물질작동 너머 생동하는 이미지를 바라본다.(글 최원서)


(품설명)

〈33개의 표정〉은 적동 원기둥 안에 잠재된 무수히 많은 표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온도 변화로 스스로 수많은 색들을 발현하는 적동을 바라보며, 물질의 “스스로 그러함”, “잠재된 내러티브”를 떠올린다. 하여 이를 책의 형태로 제작하였다. 산업 재료인 적동 파이프가 마치 기승전결 서사의 주인공처럼 보이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페이지를 넘기는 찰나의 공백에 관객의 사유가 개입되기를 희망하며 서른 셋 이미지와 그에 누락된 무수한 잔상으로 책을 메운다.


'증식' 연작은 적동 파이프를 '이미지 용접'이라는 나만의 가상 법칙으로 만든 구조체이다. 물리적 용접 이후 표면에 나타나는 효과를 근거 삼아 '이미지를 용접하는 조건'을 구축한다. 세포가 분열하여 유기체를 이루는 과정과 유사하게, 적동 이미지는 복제되어 공간에 증식하고 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붉으락 푸르락은 동판을 성형하기 위해 필수적인 ‘열풀림’의 과정을 보며 떠오른 감각적 성질들을 나열한다. ‘붉으락 푸르락’은 인간의 감정과 표정을 표현하는 단어이고, ‘멍’은 유기물의 신체적 현상이다. 금속은 무기물이지만 그것이 떠올린 감각적 성질은 대단히 유기물의 것이다. 이러한 의식의 흐름은 작가의 역동적 상상력인가? 혹은 동판(사물)의 창의성인가? 명확히 정의 내리기 어렵다. 인간과 비인간, 유기물과 무기물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문뜩 작업 중 버려진 상처 난 동판에 반창고를 붙여주면 새 살이 돋아나지 않을까 싶은 터무니 없는 망상이 떠오른다.


사물놀이는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친숙한 사물 여럿과 그들을 만지는 손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작업이다. 열화상 카메라가 온도를 측정하는 범위 설정을 신체 온도로 제한하여 무기물인 사물은 측정 범위에서 벗어나 비-가시화 되어있다. 손과 사물이 놀이하듯 교감하듯 서로 껴안고 비비고 두드리는 과정에서 사물에게 신체의 열을 전이해서 점점 가시화한다. 사물은 마치 생명을 얻은 듯 박동하고 그 형상을 어두운 화면 가운데에서 점점 밝게 드러낸다. 손에서 벗어난 사물은 온도를 잃으며 다시금 사라진다. 일련의 과정을 4채널 비디오에 담은 작업은 마치 사물놀이처럼 서로 마주 보는 위치에서 무한히 변화무쌍한 리듬을 만들어낸다.(글 최원서)


최원서 웹사이트

전경 사진(1)

사진 (c) 최원서

전경 사진(2)

사진 (c) 최원서

CHOI Oneseo_Vibrant Matters

6 October 5 November 2023


Calling

CHOI Oneseo


Poster designed by

SONG Seoyoung


Hosted by

Sohyunmun


Organized by

CHOI Oneseo


Curated by

PAIK Philgyun


Sponsed by

Suwon City, Suwon Cultural Found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