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date: Sep 7, 2018 11:55:05 AM
책 <표현의 기술> 발췌
보고서
관공서든 민간기업이든, 보고서를 한 장으로 쓰는 곳이 많은가 봅니다.
저한테 ‘원페이퍼 작성법’을 물어보는 분이 많더군요.
상세한 내용을 담은 긴 보고서를 한 장으로 줄일 때 어떤 식으로 작업해야 하는지 모르면 괴로울 수 있지요.
정반대 고충을 겪는 사람도 있어요. 원페이퍼는 어렵지 않은데 분량이 많은 심층보고서 또는 상세보고서 쓰는 일을 힘들어 하는 것이죠.
집 짓기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좋을 겁니다.
원페이퍼는 지붕과 벽체가 없고 기초와 골조만 있는 집입니다.
문제의 핵심, 본질, 기본 구조만 보여 주는 것이지요.
보고서 목차는 다 비슷해요. 제목은 주제 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 줍니다.
내용은 목표, 상황, 원인, 대처 방안, 기대 효과와 부작용, 부작용 최소화 방안 순서로 쓰는 게 보통이지요.
원페이퍼는 상세보고서를 축약한 것으로,
업무 범위가 넓고 해야 할 의사결정이 많으며 업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고위급 책임자를 위해 만듭니다.
그런 사람들은 골조만 보면 지붕과 벽체, 적합한 인테리어와 가구까지 다 보거든요.
원페이퍼를 만드는 원리는 제거와 압축입니다.
제거해도 되는 것을 다 제거하고, 반드시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를 최소 분량으로 압축하는 것입니다.
먼저 인테리어와 가구를 제거합니다. 그 다음 벽체와 지붕을 뜯어냅니다. 그러면 기초와 골조만 남습니다.
떼어 내지 말아야 할 것을 고르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집이 무너질 위험이 있으면 그대로 둡니다.
제거하면 집의 구조를 알 수 없게 되는 요소도 그냥 두어야 합니다.
그렇게 다 떼어 내고 남은 것을 최대한 압축합니다.
상세보고서는 반대로 하면 됩니다.
먼저 원페이퍼를 만들어 보고서의 기초와 골조를 세웁니다.
그 다음에 지붕을 올리고 벽체를 세우고 도배를 하고 가구를 들여놓는 식으로 하는 것이죠.
원페이퍼든 상세보고서든, 쓸 때는 독자의 눈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보고서는 보통 윗사람이 읽습니다.
쓰는 사람보다 나이가 많고, 경험도 많고, 시력은 나쁘고, 업무 범위는 넓고,
의사 결정권은 크고, 일반적으로 변화에 둔감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는 많습니다.
그런 사람의 시선으로 문제를 살피면서 보고서를 써야 합니다.
읽는 사람이 잘 아는 문제는 간단하게, 중요한데 잘 모를 수 있는 것은 자세하게 써야 합니다.
지적 호기심이 적은 사람이라면 원페이퍼에 가깝게,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라면 상세보고서에 가깝게 쓰는 편이 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