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장관님께...
정의로운 법질서확립과 인권보호를 위해 수고가 많으십니다. 저는 오늘 한 청년을 위해 법무부 장관님께 탄원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는 지난 2012년에 난민신청을 위해 한국에 온 나이지리아 출신 O씨입니다. 그는 난민신청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본인이 어찌할 수 없던 이유로 외국인보호소에 보호된 후 무려 5년 가까이 그 곳에서 나오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6월에 보호일시해제 되었지만 얼마전 장관님은 그의 난민인정신청을 거부 하셨고 인도적체류도 허가하지 않으셨습니다. ᅠ장관님께서 그런 판단을 하신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O씨는 아직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많은 현재 우리나라의 난민인정절차와 외국인보호제도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입니다. O씨에 대한 선처를 청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O씨는 아직 한국이 난민법을 시행하기 전인 2012년에 입국하여 난민신청을 위해 여러 차례 노력하였습니다. 비록 난민법은 없었지만 이미 난민협약에 가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O씨는 한국에서 자신이 보호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난민관련 절차와 제도는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난민신청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여러차례 노력하였으나 언어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오라는 안내를 받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개월의 체류허가 기간이 금방 지나버렸고 그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난민신청을 하러 가는 길에 버스정류장에서 단속이 된 것입니다.
결국 그는 외국인보호소에 보호 된 이후에야 난민신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외국인보호소에서 기다려야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외국인보호소에 고립된 상태에서 변호사 등의 적절한 도움도 받지 못하고 홀로 난민신청절차를 진행하였습니다. 나중에야 그의 사정을 알게 된 인권변호사 등이 그를 도와 나섰지만 이미 그의 신청은 거부가 된 이후였습니다. 그로부터 지루한 소송절차가 진행되었고 4년8개월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지나가버렸습니다.ᅠ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외국인보호소에 보호된 이후 난민신청을 하게 되면 난민인정을 받을때까지 외국인보호소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장관 님께서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외국인을 "송환할 수 있을때까지" 외국인보호소에 가둬 둘 수 있도록 한 출입국관리법의 이 조항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유엔 등 국제인권기구에서도 이 조항의 개정을 권고한 바 있고 올해 초 헌법재판소에서도 이 조항에 대하여 비록 위헌결정에 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다수의 헌법재판관들이 신체의자유 등을 자의적으로 침해했다며 위헌으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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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씨는 지금 30대 후반입니다. 그는 가장 열정적으로 인생을 개척해야 할 30대의 절반을 외국인보호소에서 갇혀 지내야 했습니다. 장관님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외국인보호소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 달리 높은 담장과 철창으로 가로막혀 외부로 나갈 수도 없고 외부에서 들어올 수도 없는 철저히 고립된 곳입니다. 근로나 경제활동을 할 수도 없습니다. 언제 나갈 수 있을지 기약도 없습니다. 단지 그가 체류기간을 며칠 넘겨 난민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말입니다.ᅠ
O씨를 강제송환해 버림으로써 우리 사회가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소위 '불법체류자' 한 명을 줄였다는 통계수치일 것입니다. 하지만 O씨의 강제송환은 우리사회가 외국인들의 인권에 얼마나 무심하며 가혹한지에 대해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환기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행 제도와 절차의 미비점을 개선할 기회는 점점 더 멀어질 것입니다. 물론 최근 난민과 관련하여 우리사회에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고 그 중에는 난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난민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이 거의 없었던 점에 비추어 이런 과정은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할 홍역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정의를 바로 세우고 우리사회가 아시아의 선도적인 인권과 민주주의의 보루로 확실히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ᅠ
마지막으로 장관님께 다시한번 호소드립니다. O씨가 강제송환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한국사회에서 그 동안 잃어버린 시간들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이상 O씨와 같은 사례들이 나오지 않도록 관련 법규와 제도들을 고쳐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8 년 12월
청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