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에게 너무나 쿨한 분들께

포이벅

홍석천 이후 대중에게 커밍아웃한 인물들이 여럿 나오고 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되기 시작하는 등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활발해졌다. 또한, 인터넷상에서도 게이 포르노 배우인 빌리 헤링턴과 만화가 엉덩국의 ‘성 정체성을 깨달은 아이’ 등의 소재가 유명해지면서 성소수자, 특히 게이는 젊은 층 사이에서 대화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주제가 되었다.

SNS 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일명 ‘게이드립’이 오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게이드립은 인터넷상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메신저나 실제 대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몇몇 이들은 이런 농담을 굉장히 자주, 다양한 상황에서도 쓰곤 한다. 어쩌면 이런 농담을 과할 정도로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쿨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를 것이며, 아니면 가벼운 농담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게이드립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빌리 헤링턴이나 엉덩국의 만화 또는 짤방들에서 다루어져 전달되는 게이의 이미지는 크게 왜곡되어 있다. 인터넷상에서 이러한 콘텐츠는 게이에 대하여 동성 간의 성교에 집착하고 주변의 모든 남자에게 흑심을 품는 등의 이미지로 고정하고 있다. 이런 콘텐츠에서는 게이의 성관계나 생활방식이 대중이 생각하는 틀에 맞추어 희화화되어 있으며 이는 더더욱 게이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게 된다. 게이가 덮칠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나 동성애자는 이성애자보다 성적으로 더 난잡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실제로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으며, 이는 게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로 인해 생긴 편견 때문일 것이다.

물론 실제로 게이들이 성적으로 더 난잡하지는 않다. 유명 온라인 데이트사이트인 OKcupid 에서 320 만 명의 이성애자와 게이, 레즈비언의 프로필을 비교한 결과, 게이인지 이성애자인지와 관계없이 성관계를 한 사람은 6 명을 중간값으로 가지며 전체적으로 성관계를 한 사람의 숫자 분포가 성적 지향에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성적 지향의 여부가 성생활에서의 난잡함과는 관련이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런 동성애를 소재로 한 농담들은 게이 이외의 다른 유형의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일절 다루고 있지 않으며 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해는 게이로 대표되는 가볍기 그지없는 이미지에 가려진 상황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가벼운 농담을 즐기는 사람 중에 과연 성소수자가 본인 주변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고민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