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무 살의 사랑을 그대에게

3월 29일

너를 처음 알게 된 때는 2014 년, 포항에서 맞는 첫 번째 봄이었지. 네 필기에서 이름을 본 것이 처음이었을걸? 물론 확실하지는 않아. 너와 나는 친하지도 않고 심지어 서로 인사한 적도 없는, 이름만 아는 그런 사이니까. 너와 나는 같은 분반도 아니고, 같은 과도 아니고, 동아리마저 겹치는 것이 없으니까.

하지만 너의 뽀얀 피부와 오밀조밀한 눈, 코, 입, 그런 것뿐만 아니라 그냥 너 자체가 귀엽기도 하고 때로는 멋져서 점점 내 마음을 끌었던 것 같아. 3 월, 4 월, 5 월, 시간이 지날수록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그렇게 조금씩 커졌고, 네가 어떤 애인지 궁금해졌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느 동네에서 왔는지, 그리고 너의 하루는 어땠는지, 그냥 너에 관한 모든 것들이 궁금했지만, 너와 나는 너무 멀어서 그런 것들을 알 수 없었지. 내가 누구에게 네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볼 성격도 아니니까.

너를 생각하고, 보고 나면 기분이 들뜨는 게 그저 잠깐 내 마음에 불어닥치는 바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자기 전에 널 꼭 안아주는 상상을 하고, 여행을 갔을 때면 너와 나란히 걸어가는 상상을 하고, 한여름에 비가 엄청나게 와서 날씨가 조금 썰렁해지면 같이 따뜻한 국물 음식 먹는 상상을 하고, 눈이 펑펑 오면 같이 하얀 세상을 한 걸음씩 걸어가는 상상을 하고… 그렇게 세상을 항상 너로 채웠어.

너와 친해질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고, 난 항상 너를 멀리서만 보아야 했어. 그렇다고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았지. 언제는 그 마음이 들끓어서 새벽에 네 방 앞까지 갔다가 현관 등이 켜질까 재빠르게 돌아왔고, 네가 있는 그 층에 갈 일이 없어서 그게 지금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네 방 앞에 간 것 같다. 그때도 부끄러웠다기보다는 그냥 네 방 앞에 있다가 왔다는 게 아주 좋았어. 그것 말고도, 지나가다 가끔 널 보게 될 때는 너와 친해지지 못한 아쉬움보다 널 봤다는 설렘과 기쁨이 더 컸다.

아쉽지만, 이 이야기는 작년 한 해 동안 내가 설레발친 이야기에 불과한걸. 너는 아마 내 이름도 모를 거야. 그리고 넌 아마도 나와 같은 설렘과 벅참을 내게 느끼지 않겠지.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 물론 내가 느끼는 이 마음을 너도 느낀다면 정말 아쉬울 게 없겠지만.

너와 친해질 기회가 있다면 그 기회는 결코 놓치고 싶지 않아. 그때 네가 나랑 진짜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다면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어. 그리고 그때엔 나를 뜨겁게 했던 마음들을 꺼내지 않을 수 있어.

네가 어떻게 생각하던 넌 내게 정말 멋진 사람이야. 너랑 만날 기회는 운에 달린 거잖아. 쓸데없는 노력으로 너랑 친해지려고 해봤자 서로 어색해질 거 같은데 그런 건 싫어서. 다른 건 몰라도, 나중에 자연스레 가까워지게 되면, 그냥 항상 그렇게 있어 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