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실 양성애자야.”

란마

이 말을 했던 두 번 모두 울고 있었다. 그곳엔 남자 친구에게 정직할 것을 스스로 요구했던 자신, 그리고 왜 이렇게 태어나 이런 고백을 해야만 하는가 따위를 떠올리고 두려워했던 내가 있었다. 다시 돌이켜보면, 그때의 내가 참 어리게 느껴진다. 다시 커밍아웃을 해도 그때보다 잘할 자신은 없지만, 지금의 나는 누구에게도 잘못이 없음을 확신한다


1

나의 커밍아웃을 들었던 두 사람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첫 남자 친구에게. 거짓말에 지쳐 털어놓았던 고백. 뒤따른 그의 분노.

헤어짐을 고하고, 몇 시간 뒤에 울고 있는 나에게 찾아와 정체성을 버릴 것을 요구한…


2

커밍아웃하기 전에는 늘 고민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커밍아웃이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그 사람을 잃을까 더 고민하고, 주저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어 항상 망설이게 된다.

‘말할까 말까…’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지?’

‘난 말을 해야겠어.’

‘말할 필요가 있을까?’

‘남자친구에게는 항상 정직해야 하지 않을까?’

‘거짓말을 했어… ‘

“네가 걔를 어떻게 알아?”

“아… 아니 그러니까… 어쩌다 만났어.”

“나도 잘 모르겠어…”

“~~하다 만났어”

쌓여가는 거짓들을 보고 있노라면, 항상 거짓말을 지어내는 내가 답답하다. 나 왜 이렇게 살지?

항상 결론은 첫사랑처럼, 나 자신이나 그를 잃어도 괜찮을 수 있다면 커밍아웃을 하자는 결론에 다다른다.


3

지금의 남자 친구.

술을 많이 마셨다. 말할지 말지를 고민한 지 일 년이 넘었던 어느 날이었다.

“오빠… 내가 만약 양성애자면 어때?”

“너 여자 만나면 바람이야! 알지?”

완전히 취해있었음에도 그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4

“괜찮아… 울지마… 왜 울어?”

나는, 나를 온전히 나로 받아주는 너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