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인사 

3월 29일

안녕하세요! LinQ 신입 회원 ‘3 월 29 일’입니다. 신입 회원이라고 글을 쓰지만 사실 들어온 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는 신입인 듯 신입 아닌 회원입니다. LinQ 를 처음 안 건 책자를 통해서였습니다. 무은재 앞에 A4 용지로 무언가 붙어 있었는데, 알고 보니까 성소수자에 관련된 내용이었고, D-Day 가 되었을 때 책자가 나오더군요. 책자를 읽고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왜냐하면, 아웃팅도 걱정되고 할 일이 더 생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온라인으로 알고 있던 선배가 자신도 LinQ 에서 활동하는 데 아웃팅 위험이 없고 부담될 정도로 일을 많이 하지도 않기 때문에 들어가도 괜찮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줬습니다. 그 조언을 듣고 책자 뒤에 있는 대표자 메일로 연락하게 되었습니다.

포스텍에서 성소수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가장 궁금했고, 그것이 LinQ 에 들어온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만나 친해진 동네의 게이 친구들과 포스텍의 성소수자는 어떻게 다를까? 이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만나보니 다른 포스텍 사람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다들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보통의 포스텍 사람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입니다. 처음으로 LinQ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느꼈던 두려움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예전에는 갑자기 외로움이 찾아올 때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서 슬펐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외로움을 이야기하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나와 비슷한 외로움을 느끼는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것만으로도 저에게 위로가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LinQ 에 들어와 보니 비슷한 외로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LinQ 에 들어오길 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온라인으로 게이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2 학년 때부터입니다. 물론 저와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저는 여전히 모태솔로이고 동네 게이 ‘친구’들만 늘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전교생 중 남자가 이삼백 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된 성소수자 친구 중에 우리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4 명이었습니다. 포스텍도 비슷한 확률이라고 가정하면 한 학번에는 300 명이 있으니, 대략 네 명~다섯 명 정도는 성소수자일 것입니다. 성적 지향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거나, 아무에게도 본인의 성적 지향을 이야기하지 않은 사람들도 포함하면 더 많을 것입니다. “게이는 당신의 가족, 형제,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매일 만나 장난치면서 노는 친구, 실없는 개그만 던지는 분반장1 , 내가 평소에 존경하던 선배도 성소수자일 수도 있습니다. 한 학번에 300 여 명밖에 없는 조그마한 포스텍에 성소수자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를 포함한 성소수자들은 다들 여러분들 주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혹시나 성소수자 분이나 관련 고민이 있으시다면 LinQ 의 문을 두드리시길 바랍니다. 아웃팅이 걱정된다거나, 쓸데없는 일을 더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실만한데 걱정하지 말고 LinQ 의 문을 두드렸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14 학번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지금 대표자에게 메일을 보내세요!

1 분반장 중 누군가를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