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엘엔브이

시작이 반이라는 말, 누구든지 들어보셨을 거예요. 무엇을 하든 간에 처음 하는 것이 어려운 법이지요. 제가 처음으로 콘택트렌즈를 맞추러 안경원에 가게 되었을 땐, 눈에 콘택트렌즈 하나를 못 넣고 낑낑대다가 거의 한 시간이 다 되어서야 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오른쪽 눈을 낀 다음에 왼쪽 눈을 껴보려 하니 웬일, ‘이렇게 쉬운 일을 그렇게 낑낑대고 있었다니…’ 두 번째는 참 쉽더라고요.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위와 같은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실 거예요. 한 번 했던 일은 쉽다는 것을 말이죠.

아직 풋풋한 15 학번, LinQ 에 새내기로서 신입 인사를 하게 된 제게 아직 사람들 앞에서 성소수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낯설어요. 커밍아웃한 덕에 제 성 정체성을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있고, 우연히 알게 된 게이인 친구도 있지만, 많은 사람 앞에선 이런 성소수자 이야기를 꺼내본 적이 처음이거든요. 하지만 이 또한 한 걸음만 내디뎌 보면 별것 아닌 일이 되어 있겠죠? 처음 커밍아웃은 힘들었지만, 지금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여러 친구가 있는 것처럼, 힘들지만 성소수자 동아리에 가입함으로써 좀 더 많은 사람과 소통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언젠가는 벽장 속 성소수자 친구들이 자신을 인정하고 벽장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겠죠.

아직 쑥스럽기도 하고 낯설기도 해 동아리 선배님들께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 한마디밖에 못 했네요. 이 자리를 빌려 잘 부탁하고 또 친해지자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아마 제가 성격은 밝아 친해지기 쉬울 거예요. 앞으로 보게 될 제 또래의 신입 회원도 미리 환영하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의 성소수자 인식이 나아지고 있는 이 순간에, 저와 같은 새내기들이 자신을 좀 더 표현하고 벽장 밖으로 나오는 것이 또 다른 시작이 되고 희망이 될지 누가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