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유년
Unfinished Childhood
10.11 - 10.15 , 2022
이화아트갤러리
전시 서문
나에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물속을 더듬는 것과 같다.
외부의 시점으로 유년기를 응시하며 아동기를 벗어나 청소년에 진입하기 직전의 감정과 경험들을 거슬러 올라가며 한때 너무나 선명했지만 이제는 모호해져 버린 것들을 하나하나 만져보며 그 모양을 가늠하는 일이다. 작업의 초기에 나는 이것을 불완전한 나 를 완성하기 위한 수복修復의 과정으로 여겼다. 그렇지만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나를 결핍한 상태로 정의하는 것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마음속 수면 아래 머물다 예기치 못한 순간 떠오르는 유년의 단상들을 붙잡으며 이것이 본인에게 결핍이 남긴 상흔이 아닌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여지는 과정이었다. 더 이상 그것들이 나에게 어떤 것을 말하고자 하는지 구태여 의미를 부여하려 할 이유는 없다. 유년을 들여다보는 것은 뒤를 보며 걷는 시간이다. 여름날 창가의 빗방울에서, 칠 벗겨진 콘크리트 건물에서, 낡은 놀이터에서, 언뜻 스친 타인의 뒷모습에서 향수는 과거가 아닌 현재 속에 존재한다. 이 같은 식별되지 않는 무의식의 기호들을 붙잡으려는 시도는 앞으로 내가 삶을 이어나가는 내내 계속될 것이다.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채집 과정을 통해 나만의 예술 기호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또 다른 유의미한 지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며, 설레는 마음으로 미완의 공백을 채워 나가려 한다.
그리고 오늘 당신의 마음속에서 무명의 기억을 발견한다면 그를 붙잡아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귀 기울여 보시길, 그것이 당신에게 속삭이는 소리 없는 말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