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 20XX년 3월 12일 / 비
오늘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려다 괜히 공원 쪽으로 발이 갔다.
평소라면 그냥 아스팔트 길로 내려갔을 텐데 이상하게 그쪽이 더 편했다.
큰 나무 근처에서 멈췄다. 축축한 흙냄새가 났다. 비도 안 왔는데.
대전에서 살 때 맡던 냄새였다. 비가 갠 직후 골목에서 올라오던 그 냄새. 여기서는 나올 수 없는 냄새라 더 선명했다.
그 옆에서는 빛이 아주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결이었다.
그리고 마른 땅에서 빗소리 같은 소리가 났다.
순간 조금 놀랐지만, 그보다 이건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자리가 도시에서 얇게 갈라진 틈처럼 느껴졌다. 공기가 다른 방향에서 스며 들어오는 것 같았다.
앞으로 재밌는 일이 많아질 것 같다.
(스토리텔러: 오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