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명: 경계구역_일지_FINAL / 잠금 해제됨
파일을 열었을 때, 첫 화면은 다른 일지와 달리 흰색 여백이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문장의 간격은 흔들려 있었고 글의 띄어쓰기는 이상했다. 마지막 두 줄은 마치 급히 적힌 듯 글자 간 간격이 일정하지 않았다.
나는 숨을 고르고 스크롤을 내렸다.
"뭐야..E.K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기록 : 20XX년 4월 30일 / 흐림
오늘 공개 수업에서 사고가 있었다.
수업 준비는 전부 안전했고........ 아이들에게 나눠준 교구 역시 깨끗하게 확인했었다.
그런데도 한 아이가 갑자기 호흡을 가빠하며 쓰러졌 다.
처음에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이의 손에 쥐여준 작은 반사 조각은 문제가 없었다.
그 조각은 내가 경계구역에서 가져온 것도 아니었고, 아예 새로 만든 재료였다. 형태를 가져가라고 당부를 받았으니까....
그래 서 더 당황스러웠다.
교실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비명 소리와 고함 소리가 오갔다. 그 이후로는 귀에 들리는 이명과 얼얼해지는 뺨
돌아간 고개로 보이는 쓰러져 있는 내 학생에 사리 분간이 가지 않았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을까. 교실이 조용해지고 나는 내 물건을 하 나 씩 뒤졌다.
그리고.
그제야.. 그제야.....늘 무심히 들고 다니던 유리병의 모서리가 눈에 들어왔다.
빛이 스칠 때 표면에 아주 작은 먼지 입자가 보였다.
눈을 가까이 대야만 보이는, 닦아도 흔적이 남지 않을 만큼 작고 가벼운 것.. 그러면 뭐하는가
오늘 쓰러진 아이는 정제된 공기 속에서만 자라온 아이였다고 한다. 먼지 알레르기가 있었고, 작은 자극에도 몸이 과하게 반응하게 만든 조건들이 있었다.
그 사실을 듣고서야 나는 조심스럽게 결론에 도달했다.
오늘의 사고는
그 작은 잔여물이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감각을 열어주고 싶었다.
세계가 하나의 빛만 가진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 생각이 지금은 오만하다고만 느껴진다.
이 일지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확신할 수 없는 곳으로 더 들어가는 일은 지금의 나에게 허락된 일이 아니었구나.
손끝이 떨린다. 쓰는 것조차 힘들다. . 그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오 늘 이후 의 기 록은…
없어 야 한 다.
(스토리텔러: 오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