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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신 예수 그리스도 / 용해원
한 사람
단 한 사람
아무도 돌을 던질 수 없는 이
사랑이신 예수 그리스도
지금 여기 내 가슴에 찾아오시는 이
가장 처절하게
조롱당하며 죽어갔으나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시고
하늘로 승천하시어
가장 사랑받으시며 찬양받으시는
예수 그리스도
한 사람
단 한 사람
이 세상 누구에게도 부끄러움 없을
사랑인 그분
언제나 내 마음에 찾아오시는 이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 *:*
용 혜원::::::::::::::::::
별 의미없이 행하는
눈짓하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때로는 남에게
커다란 상처를 줄 수 있으니
나의 말과 행동을 주관하소서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소서
나만을 위해 삶을 사는 것은
도리어 나 자신을 울 안에
스스로 가두는 것이니
남에게 뼈 아픈 상처를 주지 않고
마음의 깊은 상처까지 감싸 안을 수 있는
넉넉한 사랑을 갖게 하소서
삶이 분주하고 바쁘다며
차곡 차곡 쌓여지는 스트레스로 인하여
무의식 중에 나타나는 신경질적인 반응과
순간 순간 분출되는 혈기를
가라 앉히게 하소서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행동 하나 하나가
무심히 내 뱉은 말 한 마디가
남의 가슴에 날카롭게 꽂혀진다면
그 상처로 인해 아파하는 고통이 크니
남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삶에 오직 주님의 마음을 본받으며
사랑을 이루게 하소서
사랑이 그리움 뿐이라면 / 용혜원
사랑이 그리움 뿐이라면
시작도 아니했습니다
오랜 기다림은
차라리 통곡이었습니다
일생토록 보고 싶다는 말보다는
지금이라도 달려와
웃음으로 우뚝 서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수없는 변명보다는
괴로울지언정
진실이 좋겠습니다
당신의 거짓을 볼 때면
다른 사람보다도 더 싫습니다
하얀 백지의 글보다도
당신을 보고 있으면
햇살처럼 가슴에 비춰옵니다
사랑도
싹이나 자라고
꽃피어 열매맺는 사과 나무처럼
계절따라 느끼며 사는 행복 뿐인 줄 알았습니다
사랑에
이별이 있었다면
시작도 아니했습니다
참회록(懺悔錄)
윤동주 / 시인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滿)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1942. 1. 24
쉽게 씌여진 시
윤동주 / 시인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 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럽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출처] 윤동주 시 모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아름다운 시]|작성자 귀공자
서시(序詩)
윤동주 / 시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자화상(自畵像)
윤동주 / 시인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
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
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별 헤는 밤
윤동주 /시인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소녀(異國少女)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석 문(石門) - 조지훈 -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뭇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 난간 열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다.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 년이 지나도 눈 감지 않을 저희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운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남긴 푸른 도포 자락으로 이 눈썹을 씻으랍니까? 두 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꽃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르러 감을 어찌합니까?
몇만 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 따슨 손길이 저의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 그 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 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어두운 밤 하늘 허공 중천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 눈물 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이지 못하오리다.
여기 돌문이 있습니다. 원한도 사무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 년토록 앉아 기다리라고, 슬픈 비바람에 낡아 가는 돌문이 있습니다.
빛을 찾아가는 길
- 조지훈
돌부리 가시밭에
다친 발길이
아물어 꽃잎에
스치는 날은
푸나무에 열리는
과일을 따며
춤과 노래도 가꾸어보자
빛을 찾아가는 길의
나의 노래는
슬픈 구름 걷어가는
바람이 되라
낙화
―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9월의 기도 - 이해인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 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겨울편지-이해인
친구야
네가 사는 곳에도
눈이 내리니?
산 위에
바다 위에
장독대 위에
하얗게 내려 쌓이는
눈만큼이나
너를 향한 그리움이
눈사람 되어 눈 오는 날
눈처럼 부드러운
네 목소리가
조용히 내리는 것만 같아
눈처럼 깨끗한 네 마음이
하얀 눈송이로
날리는 것만 같아
나는 자꾸만
네 이름을 불러 본다
국화 옆에서
서정주 / 시인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