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어딜 가던지 ‘잠시 섬에서 왔어요?’ 라고 사장님들이 물어봐주신다. 그 질문이 (잠시섬을 운영하는) 협동조합 청풍이 주변과 어떻게 관계 맺어가고 있는지를 드러내어 주는 거 같아 참 따뜻하게 다가왔다.
'라이프캠프 실험실 <살랑살랑 제철살래>'를 준비하면서 사업을 더 깊이 설계하기 위해서는 책상 위의 기획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몸으로 경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강화 방문은 그런 목적에서 출발한 2박 3일간의 기획 워크숍이었어요.
잠시섬 프로그램을 통해 '환대하는 강화'를 만들어 온 강화유니버스를 경험하며, 산내청년네트워크 틈새가 이번 사업을 통해 함께 나아가고 싶은 방향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일정 또한 단순한 탐방이 아니라, 강화에 머무는 사람들처럼 잠시섬을 경험해보는 흐름으로 구성했습니다.
앞선 강화유니버스의 방문자들이 추천하는 식당, 카페, 주요 공간들을 둘러보기도 했고, 협동조합 청풍과 토크 세션을 통해 잠시섬을 통해 생겨난 다채로운 관계들, 라이프캠프의 시작을 앞둔 틈새의 앞으로의 기대와 걱정거리들에 관해 솔직하게 나누었어요.
함께 강화의 시간을 경험한 4명의 구성원들 각자의 시선과 기억을 7문7답에 담았습니다.
··· ···
출발 전, 기대했거나 궁금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온빛 회고 시간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와 그 시작과 끝을 어떻게 맺음지을지가 궁금했어요. 그리고 강화에서는 어떤 '미션'들을 하고 있는지, 식사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와 참여자들이 선물 받으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도요.
서아 참가자들에게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게 하면서도 어떻게 소속감을 들게 하는지가 가장 궁금했어요. 경험이 많은 곳이다 보니 회고 시간을 이끌어가는 방법이나 프로그램의 방식도 궁금했고요.
누리 2024년 방문했던 ‘잠시섬 어드벤처’에서 잠시섬을 통해 강화에 깊은 애정을 갖게 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어떤 매력에 퐁당 빠지셨을지 궁금했습니다. 어떤 부분이 충족되었을지.
당근 환대하기, 환대를 받아들이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무언가. 환대를 주고 받는다는 게 이들에겐 과연 어떤 것일까?
누리 강화성당을 구경하고 오는 길에 발견한 꽃가게. 순무의 땅에 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온빛 서해바다 연미정에서 만난 누렁이 쫄래 쫄래 자꾸 쫒아오는 게 너무 신경 쓰였지만 인사 나눌 수 있어 넘 행복했다!
강화에서 보낸 시간 중,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아 있는 장면이나 순간은 무엇인가요?
온빛 서해 바다의 유빙을 보러 연미정에 갔던 순간 그곳에서 만난 누렁이와 인사를 나눌 수 있었어요. 사람을 너무 좋아하던 그 아이가 그 곳에서 잘 지내길. 그리고 처음으로 얼어버린 바다를 본 순간. 정말 아름답고 신기했어요. 두번째는 채식명상 프로그램을 하면서 내안에 올라오는 많은 마음들을 마주하는 순간. 차분해지면서 노곤노곤해지는 순간이 떠올라요. 함께 요리하고 먹고 따뜻한 기운 덕분에 나를 또 잘 마주할 수 있고 편해지는 순간이 신기했어요.
서아 포도책방과 두촌가에 갔을 때 사장님들께서 강화유니버스에서 왔냐고 물어보셨어요. 이곳에서 강화유니버스의 역할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겠더라고요. 우리도 그런 통로의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게 됐어요. 회고시간에 함께 여행 온 세 친구가 있었는데, 혼자 강화 책방에 왔을 때 ‘여기 내 친구들이 무조건 좋아하겠다!‘ 생각해서 친구들과 같이 다시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다정함이 참 기분 좋았어요!
누리 추천 받지 않았다면 들어갈 생각을 아예 안 했을 법한 구수한 간판의 카페, 식당들만 방문했으나 만족도 백 점 만 점에 2만 점. 그 중 하나인 카페 ‘커피향기’에 들어가자마자 카운터에 빼곡히 붙어있는 쿠폰에서 주민들의 애정을 느꼈고, 초면의 젊은이들에게 음료를 내주시고 홀연히 사라지시는 사장님에게서는 깊은 신뢰를 느꼈습니다. 사장님…!
당근 유마담, 파도와 나누었던 속 깊은 이야기들. 그러다 마지막 순간 번뜩 떠오른 제안에 재밌겠다며 눈이 반짝이던 장면.
이곳의 운영 방식에서 기존 방식과 다르거나 특별하다고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요?
온빛 '일하는 방식이 각자 스스로 존재한다.' 스스로 잘해 갈 수 있다는 것. 연결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끌고 가고 책임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서아 구성원들이 각자의 영역이 있다는 점. '서로를 믿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캠프와 숙박의 딱 중간 지점을 지키는 것도 특별했고요. 자유도를 최대한으로 가져가면서도, 게스트에게 안내자와 보호자가 있다는 감각을 주더라고요.
누리 선택은 대담하고 설계는 촘촘한 것.
당근 함께 일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태도라던 이야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서아 함께 만들어야 더 맛있는 음식이 있다! 만두처럼!
누리 저녁에 있었던 제철요리&명상 프로그램에서 함께 만든 채식만두전골. 영하 14도를 찍는 날이었는데, 추워서 좋은 점도 있다는 걸 배웠다.
당근 바다에… 얼음이.. 떠다닌다…!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 사진은 군사지역이라 모두 지운 관계로 유빙 위를 날던 오리로 대체.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것’에 대해 새롭게 생긴 질문이나, 더 분명해진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온빛 산내면처럼 작은 면 단위에서 강화군에서 한 것 같은 커뮤니티를 이뤄낼 수 있을까. 너무 좁은 마을에서 '어떻게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고 우리의 가치관을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이 들었어요. 지역에서 관계 맺기에 대한 고민이 더 생긴게 확실해요!
서아 '나는 정말 이 활동을 하고 싶은가?' 라는 고민이 있었는데요. 이번 만남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것을 외면하고 있는 중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됐어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조금 더 마주해볼 각오를 했습니다. 우리는 지역이라기보다 ‘구역’에 가까울지도...? 라는 생각도 조금. (ㅎㅎ)
누리 캠프를 같이 준비하는 우리들, 산내에서 함께하는 파트너와 주민들, 다른 지역에서 방문하는 참여자들 각각이 무엇을 얻어간다면 ‘성공’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보고 싶어졌네요.
당근 마을/동료라는 관계의 농밀함 안에서 익사하지 않고 다이빙하는 방법에 관해.
이번 워크숍이 앞으로 우리가 준비 중인 ‘산내 라이프캠프’를 설계할 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지점은 무엇인가요?
온빛 좀 더 체계적으로 일하기.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임하는 태도를 상기시키는 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또 우리의 방식을 함께 잘 섞어서 일 중심적인 것이 아닌 즐거움과 함께 하는 것들을 잘 살펴가고 싶어요.
서아 ‘관계성’에 대한 자극을 받은 것 같아요. 저도 제 몫을 성실하게 해내면서 다른 구성원들에게 신뢰받고 싶어요. 물론 신뢰하고 싶기도 하고요. 또, 참여자분들께 '선물'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도 조금 변했습니다.
누리 내가 참여자로 방문했을 때 좋은 느낌을 받았던 요소들을 우리에 맞게 번역해서 더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당근 무엇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한 번 한 번의 방문이 쌓여 어떤 변화를 만들어가게 될까?
온빛 맛있는 두부와 친절한 사장님께 감사를! 그리고 들어가는 길이 정말 맛집 느낌이었다!! 느낌 있는 간판! 골목길이 기억에 남아요!
당근 두촌가의 초두부. 완벽한 두부란 이런 것일까…?
서아 갓 나온 빵을 바로 살 수 있다니 완전히 럭키서아잖아?!
강화를 경험하면서, 어떤 순간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다고 느꼈나요?
온빛 자연과 우연한 만남. 자연은 그 존재 자체로의 아름다움이 있었고, 우연한 만남은 우연에서 느낀 행복함이 있었어요. 맛있게 먹은 식사. 내가 웃고, 즐거웠던 순간들을 사진 찍게 되는 것 같아요.
서아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요. 같은 것을 먹으면서 이 음식의 식감과 독특함을 이야기하고, 같은 것을 보면서 깔깔거리던 시간 같은 것들이요.
누리 웃음이 나올 정도로 허술하고 정겨운 거리의 빈틈들이나 우리가 같이 보고 동시에 와! 하고 감탄하거나 웃다가 쓰러진 순간들.
당근 콧속까지 얼어붙는 차가운 공기, 하지만 어딘지 뜨수운 마음.
‘라이프캠프 살랑살랑 제철살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산내와 어떤 사이가 되고 어떤 변화를 겪기를 바라나요?
온빛 산내라는 곳에 같이 소속감을 느끼는 사이가 되고 싶어요. 내가 산내에서 누리는 것들을 참여자들도 마음껏 누리길 바라요. 그리고 산내를 누리고 그냥 떠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언제든 연결되어 있다'는 신뢰감을 주고 싶어요.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언제든 당신을 환영한다.’ ‘산내를 찾는 빈도 수와 상관없이 산내와 연결되고 싶고 우리의 가치관을 환영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다.’ 근데 또 한편으로 우리(틈새)가 아니어도 산내라는 마을이 다른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을이길. 그런 문화, 그런 태도를. 근데 또 틈새는 좋은 사람들이 산내에. 그 좋은 사람들이 마을 사람들과 연결되어 마을과 자신에게 활력을. 그런 변화를… 또 내가 즐거울 수 있는. '틈새 덕분에 좋은 사람들이 산내에 많아지고 있다.' 그런… 보장된 여행자를… 만들고, 보장된 가게 사장님을 만드는 그런 안전한 마을…? (어렵다…)
서아 쉬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곳이 되기를 바라요. 산내에서 보낸 시간이 마음 한 곳에 남아서 언젠가의 선택에 힌트가 되길.
누리 산내에서 느낀 감각들을 일상으로 잘 가져갔으면 해요. 여행지에 가면 눈에 불이 켜지는 것처럼, 각자의 동네에서 익숙하게 만나온 사람과 계절들을 새롭게 경험하게 되는 계기였으면 좋겠네요. 산내 생각도 곁들여주시고.
당근 집으로 돌아가 자려고 누웠더니 다시 생각나는 곳. 사람들. 기억이 되기를.
서아 다른 사람의 책장을 구경하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나는 어떤 책을 내놓을까 고민.
··· ···
제철 요리 & 명상 프로그램에서 함께 빚어 먹은 채식 만두
서해 바다를 수놓는 윤슬
연미정에서 타박타박 신나게 내려가는 뒷모습
소창 공방 오소소에서 어린이 옷을 구경하는 두 사람. 강화의 자랑거리들을 두루 경험하고, 한껏 환대받은 2박3일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