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의 도입부 쓰기

심리학 논문은 보통 소제목이 없이 시작합니다. 글의 시작에서부터 첫 번째 소제목이 나오는 부분까지를 나는 '서론의 서론' 혹은 '서론 도입부'고 부릅니다.   이 부분에서는 독자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각종 통계나 기사를 인용할 수도 있고, 논문을 잘 대변하는 명언을 써도 됩니다. 한 문단 혹은 두 문단 정도면 충분하고, 이 부분의 마지막에는 논문의 목적에 대한 대략적인 언급을 적습니다. 예를 들어, <나르시시즘과 의복 이미지>라는 논문은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어떤 옷을 입을지에 대한 선택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일어나는 삶의 과정이고, 잘못된 선택은 때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해변에 놀러가는 복장으로 면접장에 들어가지 않고, 헤비메탈 음악을 노래하는 복장으로 오페라 아리아를 노래하지 않는다. 또 의복은 부와 신분의 상징이기도 하여 자신의 세력을 과시해야 할 때는 좋은 옷을 찾기 마련이다. 영화 <상의원>에서 중전이 화려하면서도 격식 있는 옷을 입고 등장하자 청나라 사신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은 이러한 옷의 힘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의복은 자기 자신의 표현이며(Eicher, Evenson, & Lutz, 2008),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아상과 자기개념은 의복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 연구는 자기 자신의 자아상에 대한 높은 숭상으로 대표되는 나르시시즘이 일상생활에서의 의복 선택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경험적으로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는 옷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해, 영화도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옷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말을 통해 자신에 대해 과대평가를 하고 있는 나르시시스트들의 옷 선택은 어떤지를 연구하겠다는 내용으로 넘어갑니다. 


논문의 목적을 파악하고 표현하기

서론을 통해 전달해야 하는 핵심적인 내용은 '왜 내가 이 연구를 해야만 했는가?'입니다. 즉, 자신의 논문이 갖는 핵심 목표는 무엇이고 심리학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명확히 파악하는 겁니다. 연구논문의 목적은 다음의 몇 가지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1)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를 때 당연히 따라나올 수 있는 연구 주제가 바로 이것이라거나, (2) 기존 연구에 이러저러한 내용은 있지만 흥미롭게도 이러한 부분은 없었다, (3) 기존 연구 결과가 있기는 했지만 (혹은 기존 연구 결과가 서로 상반되어) 새로운 방법론을 통해 다시 살펴보겠다, (4) 과거에 거의 다뤄지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검증해 보겠다, (5) 기존 연구 결과를 다른 표본을 이용해 반복 검증하겠다. 

이외에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저자가 보기에 자신의 연구가 심리학에 기여하는 부분은 정확히 어느 지점인지 판단하고 그에 맞춰 쓰는 겁니다. 서론의 마지막 부분에는 자신의 연구가 가설 검증 연구인지, 아니면 탐색적 연구인지 밝혀야 합니다. 전자라면 자신의 가설이 무엇인지 밝히고, 후자라면 자신이 탐색하고자 하는 연구 문제가 무엇인지 적으면 됩니다. 


소제목 달기

나와 함께 논문을 쓸 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소제목을 답니다. 소제목은 독자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저자를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글의 흐름을 알 수 있으니까요. 소제목을 얼마나 많이 달아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은 없지만, 최소한 제목에 들어가는 변인들은 각각 하나의 소제목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바로 위에서 언급한 논문의 목적에 따라 추가적인 소제목을 달면 됩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연구들이 서로 다른 결과를 냈고 그에 따라 새로운 방법을 통해 같은 연구 주제를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면, 자신이 사용하고자 하는 새로운 방법을 하나의 소제목으로 만들어 소개하면 됩니다. 


인용한 내용에 대한 책임

논문의 서론 부분은 기존의 연구들에 대해 개괄하는 부분으로 다른 사람들의 논문을 많이 인용하게 됩니다. 그때 흔히 하는 행위가 바로 어떤 논문이 다른 논문들을 인용한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가 쓰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자신은 A라는 논문을 읽었는데 그 A라는 논문에서 B라는 논문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하니 자신이 쓰는 논문에서 B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무심코 적는 겁니다. '재인용'했다고 적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재인용이란 원본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방법이지, '이 저자가 저 저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했어요'라는 느낌으로는 절대 사용하면 안 됩니다. 자신이 쓰는 논문에서 B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적고 싶다고 한다면, B라는 논문을 다 읽지는 못하더라도 실제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덧붙여, 처음 논문을 쓰는 학생들의 경우,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큰 따옴표를 이용한 직접인용을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독자로서 논문을 읽어본 경험에 비춰보면 직접인용은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높이는 경우보다 훨씬, 훨씬, 훨씬 많습니다. 원저자의 문맥에서는 말이 되고, 그걸 인용하는 사람은 원저자의 글을 읽었으니 말이 되지만, 원저자의 논문을 읽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논문을 작성할 때는 이 주장이 어디에서 나온 주장인지 인용과 참고문헌을 통해서 표시하고 자신의 언어로 풀어서 글을 써야 합니다.


인용할 논문의 출판 연도

서론과 논의에서 기존 연구를 인용할 때  한 가지 고민이 생깁니다. 비슷한 내용이 있는 논문이 여러 개일 때 어떤 것을 인용할지입니다. 그럴 때 기왕이면 최신 논문을 인용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오래된 논문에만 있는 내용이라면 당연히 그 논문을 인용해야겠지만, 최신 논문에 대한 인용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심리학은 경험적 학문이고, 새로운 연구가 나옴에 따라 새로운 결과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2,30년 된 논문 위주로 인용을 하다 보면 새로운 논문을 읽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고, 실제로 본인 스스로도 새로운 학문의 발전 내용을 놓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항상 인용하는 논문의 출판 연도에 대해서도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학위 논문 인용 관련

서론에서 기존 연구를 인용할 때 학위 논문은 가급적 인용하지 말 것을 권합니다. 보통 좋은 학위 논문들은 다시 정리하여 학술지에 투고, 다른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학술지에 출판된 논문과 출판되지 못한 논문에는 아무래도 질적인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학위 논문에서만 다뤄진 결과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그냥 무시할 것을 권합니다. 


논의

논문의 논의 부분의 시작은 연구 목적을 한 문장 정도로 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보통 방법에 대해서 다시 적을 필요는 없지만, 방법이 복잡하다거나 방법론이 특징이거나 한 경우에는 적어도 됩니다.) 이후 연구 결과를 요약해서 적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통계값이나 조작적 정의를 사용하기보다는 개념적 차원에서 요약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구의 결과에 대해 알고 싶을 때 논의의 맨 앞부분을 봅니다. 그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적어야 합니다. 

결과를 적은 후에는 이 결과가 기존 연구 결과나 이론과 일치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내용을 적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가 갖는 특징과 함의, 기존 문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해서도 적습니다. 이 부분은 자신의 논문이 도대체 어떤 중요성이 있길래 출판되어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겁니다. 충분히 자신의 연구의 장점을 드러내야 합니다. 연구 주제에 따라 이 부분에 실용적 함의를 적어도 됩니다. 이후 연구의 한계점과 향후 연구 방향을 적습니다. 한계점을 적을 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이 문제임을 인지하는 동시에 왜 그리 크게 문제가 안 되는지에 대해서도 적어야 한다는 겁니다. 진짜 치명적인 문제이고, 본 연구는 그에 대해 완전히 취약하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쓰면 아마도 출판이 안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