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평화를 상상해봐요

월간<참여사회> 2017년 5월호 여는글

글 |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장면1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이 흐른다. 2017년 4월 18일 병역법 위반 선고공판을 이틀 앞둔 홍정훈 간사 후원의 밤에서 친구가 부르는 <이매진>과 존 레논이 꿈꾸는 세상이 만나 카페통인에 출렁인다.

장면2

미국 남성과 캄보디아 남성이 태국 국경의 난민수용소에서 흘리는 재회의 눈물과 함께 <이매진>이 화면에 가득 차 흐른다. 롤랑 조페 감독의 1985년 데뷔작 영화 <킬링필드(The Killing Fields)>의 마지막 장면이다.

영화 <킬링필드>의 배경은 베트남전쟁이 중립국이었던 캄보디아 내전으로 번져 정부군과 반군이 격돌하는 캄보디아다. 당시 미 공군은 반군에 대한 공습 작전 실패로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하는 우를 범한다. 이를 취재하러 간 뉴욕타임즈 특파원과 현지 채용된 캄보디아인 통역관이 주인공이다. 영화는 반군 크메르 루주의 캄보디아 점령 하의 ‘제노사이드(genocide, 집단살해)’, 전쟁의 광기로 무너져 내리는 인간의 존엄성과 최소한의 삶도 짓밟히는 처참했던 지옥을 리얼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관객들은 전쟁의 야만성에 몸서리쳤고, 감독은 그 상처를 <이매진>으로 어루만진다.


1975~1979년 사이 폴 포트가 이끌던 크메르 루주 정권이 저지른 대학살 ‘킬링필드’로 캄보디아 인의 4분의 1에 달하는 170만 명 이상이 학살되었다고 추정된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론 놀 정권의 묵인 속에 미군은 괌 미 공군기지에서 날아와 베트남 보급로였던 캄보디아를 무차별 폭격했고, 그 땅에 고엽제는 비가 되어 내렸다고 한다. 미 의회의 승인도 생략한 채 대통령 닉슨의 최종 결정으로 감행된 이 폭격으로 1969~1973년 사이에 캄보디아인 약 80만 명이 학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영화의 힘인가?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캄보디아 학살은 킬링필드와 크메르 루주 전범 재판만 남아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 <이매진>의 가사는 이렇다. “상상해보세요, 지옥도, 천국도 없는, 오직 하늘만 있는,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서 산다면…. 국가라는 구분이 없다고. 그렇게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아무도 죽이지도 죽지도 않죠. 그 어떤 종교도 없고,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아간다고 생각해 봐요. 나를 몽상가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나 혼자만이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뜻을 같이 하길 바라요. 탐욕도 굶주림도 없는. 인류애, 함께 나누는 세상이 있다면 세계는 하나가 되겠죠.”

국민에게 법원은 무엇인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로 넘어가 보자. 4월 16일과 19일 서울북부지법과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두 건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해 각각 무죄와 징역 1년 6월이라는 엇갈린 판결을 내놓았다. 먼저 두 판사는 ‘국민에게 법원은 무엇인가?’에서 기본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한 법원은 “법원의 역할 중 하나는 다수의 지배 아래에서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소수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반면, 또 한 법원은 “종교적 양심 실현의 자유가 병역의무와 충돌할 때에는 법률에 의해 제한할 수 있다.”며 소수자 보호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대체복무에 대한 입장도 갈렸다. “병역의무를 대체할 방법이 사회적으로 구비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단순히 입영을 하지 않는 방식의 소극적 양심 실현 시도를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와 “현재로서는 대체복무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로 다른 판시를 하고 있다.


국제법 인권규범에 대한 입장 역시 “자유권 규약에서 병역거부권이 도출될 수 있고, 자유권 규약 준수 의무가 있으며, 우리 사회가 소수자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숙했다.”와 한국 정부의 병역거부자 처벌이 자유권 규약 위반이라는 UN의 결정이 “법원의 명령해석 권한과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 권한을 능가할 정도의 구속력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로 달랐다.


그리고 4월 20일, 또 다른 법정에서 아름다운 청년 홍정훈은 법정구속은 면했으나 1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무죄를 선고하라고, 병역법은 위헌이라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는 우리의 외침이 더 필요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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