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V

기어가는 정육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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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육면체, 정확하게 육면이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정육면체 네개가 바닥을 기어가고 있다. 주사위가 1부터 6까지 숫자를 가진 것도 이 여섯면을 가진 정육면체에 숫자를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확히 정사각형 여섯개를 가진 정육면체 네개가 기차처럼 열을 이루고 바닥을 기어가고 있다. 속도는 달팽이나 거북이가 기어가는 정도이다. 사실 일반적으로 거북이가 달팽이보다 조금 빠르다. 그 둘의 빠르기의 중간에 있는 속도 정도로 네개의 정육면체가 마루바닥을 움직이고 있다. 


이것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목적지는 알지 못하지만 움직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직선으로 움직이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뱀처럼 S자를 그리며 움직인다. 1시간전에는 보이지도 않았던 정육면체의 무리들이 어느 순간 내 눈 앞에 나타났다. 그 느린 움직임을 가지고 말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면 나타나자마자 그것들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움직임을 알기도 힘든 속도로 서서히 내 눈 앞에 등장한 이것들은 언제 생겨났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