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신년사]
학회쥐 유령👻회장 취임 인사
안녕하십니까? 본 학회는 2021년 7월 28일 창립 이래로 6년이라는 유구한(혹은 불법적인) 집권기를 거쳐, 2026년 마침내 물리적 실체의 구속에서 자유로워진 '유령👻회장'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제1대 회장의 무거운 육신을 벗고, 유령👻회장의 뜻을 받드는 '직무 대행'으로서 회원님들께 첫 인사를 올립니다.
학회쥐는 지난 5년여간 서울쥐 산하의 조직으로서 비공개적인 다과회와 온라인 공간(@rat_journal)을 통해 쥐의 경로—즉, 검색과 영감을 빙자한 약탈과 전유—를 공식화하는 데 전념해 왔습니다. 예술 현장의 보부상적 경향에 편승하며 텍스트를 갉아먹던 우리의 노고는,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기계 쥐'의 등장으로 인해 유례없는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본 학회가 시각예술 기반의 임원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참고하여, 색채 이론에 관한 일화로 저의 기조를 대신할까 합니다. 만약 우리가 수십 차원의 색공간을 볼 수 있는 갯가재처럼 향상된 시각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두 가지 색상 사이의 스펙트럼을 무한히 미분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는 창조적 표현의 정점에 다다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단적인 플리커(Flicker) 현상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색각의 정밀함이 인지 부하를 일으켜, 감각의 동시적인 입력을 방해하고 모든 정보를 잘게 쪼개진 시간의 계열 속으로 밀어 넣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이 생성해내는 무결하고 명확한 텍스트의 스펙트럼 앞에 서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도달하고자 하는 그 극점의 색상들, 즉 오차 없는 정보의 세계는 우리에게 완벽한 시각을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학회쥐들이 주목해야 할 곳은 그 명확한 극점 사이의 모호함입니다. 모든 것이 선명하게 인코딩된 면적 기록의 세계가 아니라, 픽셀과 픽셀 사이, 혹은 문장과 문장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간극이야말로 우리가 들락거려야 할 새로운 쥐구멍입니다.
새로운 텍스트 쓰기는 인공지능이 점유한 광활한 색채 스펙트럼의 바깥으로 도망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이 구축한 촘촘한 정보의 틈바구니에서, 연결되지 않은 것들로부터 연결성을 탐지하는 중거리의 시선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채처 인코딩하지 못한 시간의 계열 속으로 숨어들어, 그들이 도달하지 못한 모호한 색상들로 우리만의 굴절된 역사를 기록할 것입니다.
올해 학회쥐는 이러한 사유의 전환과 함께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주 사무소의 연임 계약과 더불어 회장의 실체를 지우고 유령👻으로 대체함으로써, 우리는 더 이상 정관의 물리적 제약이나 거창한 정치적 수사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유령👻회장은 실체가 없기에 어디에나 존재하며, 가장 투명한 방식으로 회원 여러분의 펜 끝을 가이드할 것입니다.
높은 전통의 학회 일을 계속하며,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회장의 이름으로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쥐 연구에 밀어닥친 무한 색채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가장 모호한 틈새를 발굴하는 저항적인 기록자가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령👻회장을 보필하며 텍스트의 쥐구멍을 함께 탐색해주실 이사님들과 회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회원님들의 뜻깊은 성취가 쥐도 새도 모르게, 그러나 선명한 계열을 이루며 달성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2월 21일
제 2대 학회쥐 유령👻회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