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II
단단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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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된 도록은 얼마나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을까? 인쇄물의 보존 기간에 대해—인쇄 품질의 내구성에 대한 기준은 인쇄용지나 잉크, 방식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후하게는 백 년을 보기도 하고 아주 박하게는 고작 2, 3년이라 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게 그다지 무겁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매우 가벼워 보이는데? 그날부터 제이는 자신의 작업이나 전시를 기록으로 남겼다. 석판에 음각으로 새겨가며. 돌에 새긴다면 아마 수천 년 뒤에도 발견될 가능성이 있으리라.
제이는 석판을 한판 쪼아서 자신의 스테이트먼트를 썼다. 다행히 글 주변이 없어서 석판 하나 만에 다 새길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사진을 석판에 새기기엔 제이의 손재주가 그다지 정교하지 못했다. 제이는 자신의 작품을 단상 위에 올려놓고는 그것을 보며 석판을 쪼았으나 음.. 좀 엉망이었다. 유적지에 새겨진 낙서 같아 보이기도 했다. 제이는 수고로움에 비해 너무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석판에는 글만 새기고, 작품은 사진 대신 돌을 깎아서 남기기로 했다. 스티로폼, 각목, 지점토 등으로 만든 작품은 다시금 돌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작품을 만드는 시간보다 기록을 위해 돌을 깎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점이었다. 누가 보면 작품이 목업이고 돌 깎는 것이 작업으로 보이기도 했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제이는 첫 도록을 만들었다. 비록 오래 걸리긴 했지만, 자신의 작업을 기록으로 남김에 어떤 고양감을 느끼는 제이였다. 비록 도록치고는 무겁고 부피도 많이 차지했지만 그건 오히려 더 제이를 뿌듯하게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오래 걸리는 것보다도 무겁고 크다는 점이었다. 돌 도록을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도 너무나 수고로운 일이었고 어떤 공모에 지원을 한다손 쳐도 제이의 돌 도록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개고생을 했는데 아무런 성취도 이루지 못한 제이는 슬픈 마음으로 돌 도록을 짊어지곤 대학원 다닐 때의 지도교수를 찾아갔다. 돌 도록을 본 교수는 흥미로워했다. 그리고 돌 도록을 손가락 마디를 굽혀 통통 두드려보고는 아주 단단한 울림이구먼~하고 좋아하며 사진 잘 찍어놓으라는 조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