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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의 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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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해가 지날수록 겨울이 춥다. 혹독한 추위에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지도 벌써 몇 주가 되어간다. “지구온난화 되면 겨울에 더 따뜻해지는 것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결국 여름의 더위도 겨울의 추위도 인간의 업보인 것이다. 한때 뭐라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미덕이었다. 하지만 그런 태도가 이런 기후 위기를 가속한 것이라 생각하니 나의 직업에 대한 회의감을 한 번 더 느끼며 ―각종 산업폐기물을 만들고 마는 미술인이다.― 한편으로는 몇 주 째 나가지 못한 작업실의 안위를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만들지 않으니 더 생각이 나는 것은 무슨 마음인지 집에서 놀고먹는 것이 환경에 좋은 일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이대로 작업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작업실은 저대로 내버려 둬도 괜찮은 일인지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작업실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마음 단단히 먹고 집을 나섰으나 이 추위에 얼어붙은 눈덩이가 더 단단했다. 좀 집에 가고 싶긴 했는데 어찌어찌 작업실에 왔다. 작업실에는 작업실 메이트 K가 먼저 와 있었다. K는 자기 자리 구석에 등을 돌리고 앉아서는 뭔가 부스럭거리고 있었다. 인사를 건넸더니 잠시 고개를 돌려 대꾸를 하고는 다시 꼼지락거렸다. 나는 딱히 뭔가를 하려 작업실에 온 것은 아니었기에 난로가에 앉아 몸을 녹였다. 작업실에 오니 딱히 뭔가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책을 잠깐 읽는 시늉을 하다가 글을 써볼까 깨작였다.
2줄 정도 쓰레기 같은 문장을 쓰다 보니 나는 이미 관성적으로 뭔가를 만들려 하는 사람이 되었단 생각과 함께 글쓰기를 멈춰야만 한다는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됐다. 글쓰기의 반대는 글 안 쓰기일까? 글 지우기가 있어야 균형이 맞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내가 만든 작업들을 부수는 일도 해야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며 나른해졌다. 기왕 작품을 파괴할 것이면 따뜻하게 불태우는 것은 어떨까 싶었다. 기발하다 생각되어 나는 작은 목조각 하나를 불에 끄슬리며 K를 불렀다. 대답이 없길래 K가 어디 갔나 싶어 두리번거리는데 방금만 해도 있었던 그가 작업실에서 보이질 않았다. 그렇지만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보니 K는 그의 자리에서 다시 나타났다.
신기해서 어디 갔었냐고 물어보니 저기 갔었다는데 저기가 어디냐고 물으니 저기가 저기라는 것이 답답하여 그의 자리로 가보니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K는 땅을 파고 있었다. 우리 작업실이 지하여서 좀 따뜻한 편이긴 했는데, 워낙 날씨가 춥다 보니 K는 더 깊은 지하로 들어가려 한 것이다. 우린 각자의 행동을 비합리적이라고 조롱했다. 그리고 둘 다 기분이 안 좋아져서 K는 다시 땅굴을 파러 내려갔고 나는 난로에 나무조각들을 던져 넣으며 불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