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II

감옥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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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에 위치한 감옥은 언제나 찾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 죄 많은 이들은 언제나 감옥을 찾아오곤 했지만 사실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 이곳 감옥은 평양냉면집이다. 상호는 <감칠맛 나는 면옥>이고 줄임말로 다들 감옥이라 부르곤 했다. 감옥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기에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한다. 이곳 감옥에선 특이하게도 뽑은 번호표를 왼쪽 가슴팍에 다는 풍습이 있다. 장난기가 많은 방문객 하나가 죄수복인 양 뽑은 번호표를 왼쪽 가슴팍에 달면서부터 이 문화가 시작되었다. 


가게 주인장 할머니도 번호표를 달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재밌었는지 근엄한 목소리로 "437번 들어오게나."라는 식으로 대기 인원을 부르곤 했다. 맛은 무난하게 간이 센 평양냉면이었다. 신기한 것은 얇은 면발이 무슨 조화인지 일정한 굵기로 뭉쳤고, 그래서 젓가락질을 하는 것이 매우 힘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다들 의자에서 일어나 있는 힘껏 면발을 들어 올렸다. 멀리서 보면 일정하게 뭉쳐진 면발이 젓가락에 일정한 간격으로 걸려서 올라온 모습이 마치 진짜 감옥 창살처럼 보였고 낑낑대며 젓가락질을 하는 손님이 그 창살에 갇혀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가게 할머니는 어떻게 다 기억을 하는 건지 손님들의 대기 번호를 부르며 "523번 더 힘차게 먹지 못하겠나?" 같은 말을 건네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기억할 필요는 없는 게 가슴팍에 붙여놓은 번호표를 떼어낼 정신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그냥 보고 부르면 됐다. 국물은 적당히 짜고 적당히 시원했으나 면발이 창살처럼 뭉쳐서 먹는 것이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꾸역꾸역 먹으면서 사람들은 왜 이리 이곳을 많이 찾는 것일까 궁금했다. 맛집은 아니고 사실 맛없는 집이었기에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내 고통받으며 굵게 뭉친 면발을 끊어먹으면서 깨달은 것 같았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사람들이 연일 가득 들어차는 곳이 감옥이란 것을.. 겨우 식사를 마치고 보석금을 내고는 감옥을 벗어나니 가게 앞에는 두붓집이 보였고, 왠지 모르게 다들 감옥을 나와서는 두부를 한 모씩 사서 갈 길을 떠나고 있었다.